한국 스타벅스는 '노동혐오'?…'노동' 관련 닉네임이 막혔다

닉네임으로 '최저임금인하'는 되고, '최저임금인상'은 안되고

한국 스타벅스에서 '노동조합' 그리고 '노동'과 관련된 닉네임 설정을 막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3일 <프레시안>의 취재를 종합한 결과, 고객들이 스타벅스코리아에 회원가입할 때 적는 닉네임 관련해서 '비정규직', '최저임금인상', '비정규직철폐', '스타벅스노조', '스벅노동조합' 등 노동 내지 노조 관련한 닉네임을 설정하지 못하도록 한 사실이 확인됐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지난 2014년 고객이 직접 설정한 닉네임을 직원이 호명하는 '콜 마이 네임' 서비스를 도입했다. 스타벅스 어플리케이션에 가입한 고객들이 본인의 닉네임을 등록하고, 주문한 제품을 찾을 때 진동벨대신 본인의 닉네임을 불러주면 음료를 찾아가는 방식이다.

▲스타벅스 코리아 홈페이지 갈무리

닉네임으로 '최저임금인하'는 되고, '최저임금인상'은 안되고?

뿐만 아니었다. '레즈비언', '게이', '트랜스젠더', '이반' 등 성소수자와 관련된 닉네임도 설정이 불가능했다. 

반면, '정규직', '최저임금동결', '최저임금인하' 등은 닉네임 설정이 가능했다. 같은 노동관련 이슈라도 의견과 계급에 따라 가부가 결정됐다.

정당도 가부가 나뉘었다. '더불어민주당', '민주당'은 닉네임 설정이 불가능했지만, '국민의힘', '국힘', '국민의당', '정의당', '기본소득당', '녹색당' 등은 닉네임 설정이 가능했다.

▲스타벅스 코리아 홈페이지 갈무리
▲스타벅스 코리아 홈페이지 갈무리
▲스타벅스 코리아 홈페이지 갈무리
▲스타벅스 코리아 홈페이지 갈무리

스타벅스코리아의 닉네임 설정 논란은 이번에만 제기된 문제가 아니다. 19대 대선 당시 "닉네임 '문재인대통령'만 금칙어인 이유"라는 글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문재인 후보의 이름과 별명은 닉네임 설정이 제한된 반면 홍준표·안철수·유승민·심상정 등 경쟁 후보의 이름과 별명은 닉네임 설정이 되어 논란이 있었다.

당시 스타벅스코리아는 "'문재인대통령'이란 닉네임을 실제로 사용해서 금칙어로 지정한 것이며, 홍준표·안철수·유승민·심상정 등의 후보 이름은 실제로 닉네임을 사용한 적이 없기 때문"이라며 "스타벅스는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을 선호하지 않고, 중립을 유지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스타벅스 닉네임 설정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은 공개된 바가 없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콜 마이 네임 간단 가이드'를 통해 "미풍양속, 사회통념에 어긋나는 욕설, 비속어나 정책 상 부적절한 단어(혼동될 수 있는 메뉴명 등)의 경우 닉네임 등록이 제한 될 수 있다"고만 밝혔을 뿐이다.

스타벅스코리아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콜 마이 네임'은 친근하고 편안한 소통을 위한 고객과 파트너간의 호칭 문화로, 매장 내 호칭 외에 다른 목적으로 활용되는 것을 지양하고 있다"며 "해당 호칭들(비정규직 등)은 본인 닉네임으로 활용하기에 본래 의도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판단되어 금칙어로 적용되었을 뿐, 어떤 목적이나 의도가 전혀없다"고 설명했다.

그려면서 "금칙어 지정과 관련한 파트너나 고객의 불편사항도 지속 반영해 나가고 있으며, 보다 균형잡는 운영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스타벅스 코리아 홈페이지 갈무리

미국 스타벅스가 닉네임에 '노동조합'이 포함된 손님을 '호명'하지 않는 이유

비정규직 등의 단어를 닉네임에 금지하는 한국스타벅스의 정책은 미국에서도 비슷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10일 미국 뉴욕주 버팔로시의 한 스타벅스 매장에서 1980년대 이후 첫 스타벅스 노동조합을 설립했다. 스타벅스 측은 경영진을 뉴욕 버팔로 매장에 직접 보내는 등 노조 결성을 막기 위한 설득에 모든 노력을 기울였으나,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이를 계기로 스타벅스 프랜차이즈 내 노조 설립 운동이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사측의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 지난달 23일 미국 경제 매체 CNBC에 따르면 미국 노동 당국이 스타벅스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스타벅스가 노조 결성에 나선 직원을 상대로 보복을 했다는 이유였다.

노동위원회(NLRB)는 소장에서 노조 결성 운동을 펼친 스타벅스 직원 3명이 회사로부터 불법 해고와 무급 휴가 등의 보복을 당했다고 밝혔다. 이어 스타벅스가 직원들에게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줬고 노동자들이 보복과 해고의 두려움을 갖게끔 하는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미국 시민들은 사측의 보복에 맞서 스타벅스 노동자들이 노동조합 결성에 나서는 것을 지지하는 내용으로 닉네임을 바꾸기 시작했다. 자신의 닉네임에 '강한노조(union strong)' 혹은 '노조예스(union YES)'로 직원들에게 연대를 보냈다.

그러자 스타벅스 사측은 고객의 닉네임 대신 제품 이름을 부르라는 지침을 내렸다. 미국 독립언론 <More Perfect Union>에 따르면 스타벅스 사측은 매장 관리자들에게 메일을 보내 닉네임에 '노조(union)', 혹은 '조직된 노동자(workers united)'를 사용한 고객들의 이름을 부르지 말고 그들의 음료를 지칭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정책실장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미국에서 스타벅스 노동자들의 노조 결성이 물결치자 손님들이 연대의 뜻을 담아 노동조합과 관련된 닉네임으로 주문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며 "하지만 사측은 그런 연대를 무력화하기 위해 음료로 호명하는 치사한 방식을 쓴 것이다. 기준과 의도가 무엇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More Perfect Union 트위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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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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