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아들의 논문 실적 부풀리기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고등학생들의 논문이 대학입시를 위한 '1회성 논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강태영(KAIST 경영공학 석사) 씨와 강동현(시카고대학교 사회학 박사 과정) 씨가 17일 자신들의 SNS에 공개한 <논문을 쓰는 고등학생들에 대해 알아봅시다> 보고서를 보면 2001년부터 2021년 사이 국내 213개 고등학교 소속으로 작성된 해외 논문 558건을 전수조사한 결과, 학생저자 980명의 약 67%가 논문 출간 이력이 1회 뿐이이었다.
고등학교 이후 추가적인 연구 이력 없이 고교 시절 논문 한 편만을 작성했다는 것은 논문 작성이 대입을 위한 '전략적 수단'이 되었다는 방증인 셈이다. 보고서는 고등학생 논문 저자들이 대입을 위해 단발성 논문을 작성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를 세부적으로 보면, 지난 20년 간 발표된 고등학생들의 해외 논문 수는 총 558건이고, 이 중 학생 저자는 총 980명으로 추정된다. 학교 유형별 학생 저자 인원 수는 영재고, 자율고·외국어고·일반고, 과학고 순으로 많았다.
특히 2014년도 이후, 고등학생들이 작성하는 논문의 수가 급격히 감소하는 추세를 보인다. 교육부는 2014년부터 논문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는 것을 금지하고 학생부종합전형에서도 외부실적 제출 제한으로 평가에서 제외한 바 있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강태영·강동현 씨는 "논문 작성이 대입을 위한 전략적 수단이 아닌 청소년 시기부터의 진지한 탐구 활동이라면, 입시 정책의 변화에 따라 큰 영향을 받지 않아야 한다"면서 "그러나 2014년도 학생생활기록부 논문 작성 이력 기재 금지 정책 발표 이후, 고등학생들이 작성하는 논문의 수가 급격히 감소했다"고 논문 작성이 대입 수단으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컴퓨터공학, 의학 등 표준적인 이공계 중등교육 과정과는 거리가 먼 분야에서 논문을 작성한 사례들도 다수 존재한다"며 "또한 학교 단위에서의 '입시 지도'를 거쳐 특정 학교에서 반복적으로 공신력이 낮은 학회·학술지에 투고가 이루어진 정황 역시 관찰된다"고 대입 수단으로 논문이 사용된 정황을 설명했다.
강태영 씨는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교수들의 자녀 '논문 품앗이' 논란 등 학계에 속한 사람들이 학계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아이러니"라며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두 가지 유형 모두 일부 계층이 해당된다. 부모나 인맥을 동원할 수 있는 루트를 통해서 저자로 등재되거나, 학교에서 대입 수단으로 장려한 경우가 그 예인데. 논문을 대입수단으로 활용하는 학교는 특목고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일정 수준의 소득 이상인 가정에서 특목고를 가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고위공직자 자녀의 논문이 '부모찬스' 비판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도 단국대 의과학연구소 논문에 제1 저자에 이름을 올린 뒤 이를 입시에 활용해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또, 서울대학교 이병천 수의대 교수가 자신의 아들을 부정하게 공저자로 올린 논문이 2015학년도 강원대 수의학과 편입학에 활용된 것으로 드러나 교육부가 강원대에 편입학 취소를 통보한 바도 있다.
이밖에도 미성년 시절 부모가 연루된 대학교수 논문에 공저자로 이름을 부정하게 올리고 국립대에 합격한 학생 24명 중 이들 가운데 21명이 여전히 대학에 재학 중이거나 이미 졸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교육위 서동용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이날 발표한 '연구부정 미성년 공저자의 국립대학 진학 현황'을 보면, 미성년 자녀를 공저자로 등재하면서 연구부정 판정을 받은 논문으로 2011학년도 이후 국립대에 입학한 학생은 24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서울대는 2011학년도부터 2017학년도까지 9명의 연구부정 미성년 공저자가 진학했다. 이 중 6명은 해당 연구부정 논문을 서울대 입시 당시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외에도 충남대 3명, 경북대 2명, 부산대 2명, 전북대 5명, 충북대 1명, 안동대 1명, 강원대 1명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미성년 연구부정 논문 관련 실태조사 이후 해당 논문을 활용해 대학에 입학하였는지 조사하여 부정 입학한 사실이 확인되면, 그 결과에 따라 입학취소 등 후속조치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부정논문을 입시에 활용한 이들에 대해 입학 취소 결정을 내린 국립대는 전북대(2명)와 강원대(1명) 뿐이었다.
서동용 의원은 "누가 봐도 부모 찬스인 정호영 후보자 아들 논문을 윤석열당선자와 내각 후보자들만 '특혜가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입시 공정성을 훼손하는 어떠한 사례에 대해서도 예외가 있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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