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대립 속, 한반도 평화는 가능할까?

[한반도 평화대전략] ⑩ 성공의 기억에서 문제점 찾아야·끝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시험 발사와 미중 간 대립,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2022년 초부터 한반도와 국제정세의 유동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외 정책에 대한 전략적 접근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가운데 남한은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 시절 한미 동맹, 일본과 군사 협력 등을 강조하며 한미일 협력 강화를 대외 정책의 기조로 내걸었다.

하지만 이같은 접근만으로는 유동적인 국제 정세 속에 남한의 생존을 담보하기가 쉽지 않다. 미국과 중국 중 한쪽에 기울어 지거나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이름 하에 양쪽과 일정한 거리두기를 하는 등의 기계적이고 즉자적인 방식으로는 남한의 생존과 한반도의 평화를 이루기가 어려운 것이다.

남한 정부가 한반도 평화와 공동번영을 위한 보다 정밀하고 장기적인 전략을 세워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는 상황 속에 지난 1월 세종연구소(소장 이상현)는 <한반도 평화대전략>(백학순 외)이라는 전략서를 내놨다. 이 책은 세종연구소장을 지낸 백학순 박사(세종연구소 명예연구위원·김대중평화회의 집행위원장)가 연구소장 재직 시, 한반도에서 2018년부터 시작된 평화대전환을 진전시켜 영구적 평화 정착을 이뤄내기 위해 전략적 지도를 제공한다는 목적으로 구상하고 진행됐다.

백학순 박사는 해당 저서에서 칼 폴라니이(Karl Polanyi)가 그의 고전적 명저 <대전환: 우리 시대의 정치와 경제의 기원>(Karl Polanyi. The Great Transformation: Political & Economic Origins of Our Time. New York & Toronto: Farrar & Rinehart. 1944)에서 사용한 '대전환'의 개념과 의미를 차용하여 한반도에 적용하고 있다. 폴라니이는 산업혁명 시기 영국에 '시장'(market)이 등장하여 사회의 성격, 인간관계, 인간의 사상과 이익 및 정체성뿐만 아니라 국가와 사회의 법, 제도, 정부 정책 등 모든 분야에서 이를 중심으로 대변환이 일어났다고 분석했다.

백 박사는 <한반도 평화대전략>에서 2018년부터 한반도에서 일어난 대전환을 '평화'(peace)를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는 해당 저서의 머리말에서 한반도가 지난 76년 동안 악화되어 온 '적대와 전쟁'을 벗어나 '화해와 평화'로 대전환을 이룩할 수만 있다면, 우리사회의 중심 가치는 '전쟁'에서 '평화'로 전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렇게 되면, 한반도 주민들의 이념(사상), 가치, 이익, 목표도 그렇게 바뀜으로써 인간관계, 사고방식과 행동양식, 생활양식뿐만 아니라 국가와 사회의 법, 제도, 정부정책도 모두 평화를 증진하는 방향성을 갖게 될 것이고, 결국 우리사회는 평화 정체성을 확립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를 위해 저서에서는 우선 1부의 "왜 '한반도 평화대전략'인가?"라는 문제의식 하에 "왜 평화인가? 그리고 무엇이 문제인가?"(제1장), "한반도 평화 비전과 전략"(제2장)을 소개한다.

2부에는 한반도 평화대전략의 "실천전략"을 "평화를 성취하는 외교"(제3장), "평화를 담보하는 국방·안보"(제4장), "평화공존와 평화통일"(제5장), "평화와 함께하는 번영"(제6장) 등으로 나누어 설명한 뒤, 2020년부터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19 상황과 관련한 "코로나19 팬데믹, 바이든정부의 대외정책과 한반도 평화·번영"(제7장)을 설명한다.

마지막 3부에는 "핵심도전 해결 노력 1: 남북정상회담과 공동선언"(제8장), "핵심도전 해결 노력 2: 북미정상회담과 공동성명"(제9장)를 비롯해 "10대 핵심쟁점"(제10장)을 소개하면서 향후 남한이 어떠한 전략을 가져가야 할 것인지 제안하고 있다.

<프레시안>은 이 책의 핵심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백학순 박사의 '10대 핵심쟁점'을 세종연구소의 허가를 받아 총 10차례에 걸쳐 전재한다. 이번 연재가 향후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한 남한의 외교 전략에 보탬이 되길 바란다. 편집자

■ 10대 핵심쟁점

① 어느 나라가 한반도 평화대전환을 위한 주도권을 보유하고 행사할 것인가? 우리가 어떻게 협력(포용과 설득)의 주도권을 만들어 낼 것인가?

② 북미관계에서 평화공존은 가능한가? 평화공존의 바탕 위에서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이 가능한가?

③ 미국의 대북정책에서 과연 비핵화가 최우선 목표인가? 미국이 한미연합훈련과 대북제재 등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폐할 것인가? 북한은 과연 비핵화를 할 것인가?

④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과 한반도 비핵화, 또한 남북관계 개선과 북핵문제 해결은 병행적, 연계적 혹은 순차적으로, 어떻게 이뤄내야 하는가?

⑤ 어떻게 북한의 대남정책을 대미정책의 종속변수가 아닌 독립변수로 만들 것인가?

⑥ 한반도 문제 해결과 대북정책 문제에서 한미양국 간에 '자주성(민족협력) 대 국제성(동맹협력)' 간의 대립과 충돌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⑦ 한미양국은 어떻게 '동맹의 비대칭성 대 동맹의 합리적 평등성'의 대립과 충돌을 해결하고, 동맹의 합리적 평등성을 제고할 것인가?

⑧ 한국군의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을 미국으로부터 어떤 지휘체계로 언제 환수해야 할 것인가?

⑨ 어떻게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남북 평화공존)과 남북 평화통일 간의 긴장과 모순을 해결할 것인가?

⑩ 미중 패권경쟁과 신냉전구조 형성 속에서 한반도 평화대전환이 지속될 수 있을 것인가? 어떻게 평화대전환을 진전·지속시켜 나갈 것인가?

핵심쟁점 10. 미중 패권경쟁과 신냉전구조 형성 속에서 한반도 평화대전환이 지속될 수 있을 것인가? 어떻게 평화대전환을 진전·지속시켜 나갈 것인가?

전 세계적으로, 특히 동아시아에서 미중양국 간에 점점 강화되고 있는 패권경쟁과 신냉전구조 형성 속에서 한반도 평화대전환이 지속될 수 있을 것인가? 어떻게 패권경쟁과 신냉전구조 형성으로부터 오는 악영향을 최소화하면서 한반도 평화대전환을 진전시켜 나갈 것인가?

간략히 미중 전략경쟁의 진행 상황을 살펴보기로 하자. 2005년에 중국이 미국과 함께 G-2라고 불리기 시작했고, 오바마정부 시절인 2011년에 미국은 중국의 부상에 대처하여 외교정책의 초점을 중동과 유럽으로부터 동아시아로 옮기고 '아시아 재균형' 전략을 채택했다.

이는 민주주의의 이념과 자유주의 국제질서 등을 토대로 동아시아 내 동맹국, 우방국들과의 관계를 강화해 나가면서 미국의 역내 리더십을 확보한다는 구상이었다.

미국은 트럼프정부 들어 전대미문의 규모로 중국과 무역전쟁, 기술전쟁을 시작했다. 군사·안보적으로는 2017년에 일본, 인도, 호주와 함께 '4자 안보대화'(QUAD)를 강화하고, 2018년에는 태평양사령부를 '인도-태평양사령부'로 개명하는 등 새로운 '인도-태평양 전략'으로써 중국의 포위를 강화했다.

그리고 2020년에는 시진핑을 중화인민공화국 국가주석(President)이 아닌 중국공산당 총서기(General Secretary)로 지칭하면서 중국의 이념과 체제를 문제 삼기 시작했다.

바이든정부는 전임정부들의 대중전략을 기본적으로 계승하면서, 거기에 더하여 한·미·일 동맹강화, 유럽과 NATO 관계 강화, 민주주의 동맹 D-10 확대(민주주의 정상회의) 등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기본적으로 미중관계에 있어 '경쟁해야 할 때는 경쟁하고, 협력할 수 있을 때는 협력하며, 반드시 적대적으로 대응해야 할 때는 그렇게 할 것'을 미국의 대중정책 방향으로 삼고 있다. 즉 기후변화, 전염병, 대량살상무기 방지(북한핵, 이란핵)에서는 협력하고, 무역과 기술에서는 경쟁하며, 지정학과 가치문제에서는 대결한다는 것이다.

▲ 지난해 4월 28일(현지 시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의회 연설을 가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북핵 프로그램을 두고 큰 위협이 된다고 규정했다. ⓒAP=연합뉴스

한편, 중국은 자신의 부상에 따른 미중 전략경쟁이 본격화되자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2012년 시진핑이 공산당 총서기가 되면서 '중국몽'(中國夢)을 제시했다. 2014년부터 새로운 해외시장 창출, 대외적 영향력 확대를 본격화하는 차원에서 유럽, 러시아, 중앙아시아, 서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동아시아 등을 함께 연계시켜 나가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을 추진했다. 2015년에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창설했다. 일대일로는 육상 실크로드, 해상 실크로드, 북극 실크로드, 디지털 실크로드 등으로 다양화되고 있다.

2017년에 열린 제19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시진핑 신시대 중국특색 사회주의 사상'(시진핑 사상)이 당헌에 수록됐다. 또 공산당 창당 100주년(2021년)과 신중국 성립 100주년(2049년)을 기점으로 삼아 '2개의 100년'의 중국몽의 실현 계획을 제시하고, 부국강병 노선의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천명했다.

2021년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까지 샤오캉 사회(小康社會)를 실현하고, 2035년까지 경제적으로 미국을 뛰어넘는 사회주의 현대화 달성과 강군몽(强軍夢)을 실현하며, 2049년 중국인민공화국 건국 100주년까지 해서 '중국 특색 사회주의 강대국' 달성이라는 세계 최강국 실현의 중국몽 국가대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중국은 대미경쟁에서 2018년 12월 화웨이(華爲)의 멍완저우(孟晚舟) 체포사건이 발생하자 내부적으로 미중관계를 전면 재검토하게 되었고, 미국이 2019년 6월 홍콩 민주화 시위 개입, 2020년 7월 중국 공산당과 이데올로기 공격 등이 지속되자 더 이상 미중관계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1년 7월 천안문광장에서 개최된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식에서 중국이 2049년까지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전면 건설'이라는 제2의 100년 목표를 향해 힘차게 매진하고 있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과시했다. 다시 말해, 시진핑은 2049년까지 해서 서구 자본주의가 아닌 중국식의 사회주의 모델로써 세계 최강국의 지위에 오르겠다는 신념을 천명하고 있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미중양국은 본격적으로 이념과 체제 대결에 들어가게 됐고, 바이든정부는 중국의 이념과 체제에 반대하여 민주주의 동맹 D-10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종합컨대, 미중대결과 패권경쟁은 지정학적 대결, 지경학적 대결, 기술 전쟁, 가치 및 이념, 체제 전쟁으로 확전되어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미중 패권경쟁과 신냉전구조 형성 하에서 미중양국은 특히 동아시아와 한반도 지역에서 이 지역의 국가들을 자신의 영향권 속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한반도에 온존하고 있는 냉전구조를 해체하고 평화대전환으로 나아가려는 우리의 노력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결국 미중 패권경쟁과 신냉전구조 형성이 초래하는 여러 문제점과 현실적인 요구를 고려할 때, 어떻게 이 문제를 대처하고 극복해 나갈 것인지는 향후 한반도 평화대전화의 진전과 지속에서 핵심쟁점, 핵심문제가 아닐 수 없다.

▲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일인 지난해 7월 1일(현지 시각) 수도 베이징의 톈안먼 광장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 겸 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가 경축 연설을 하고 있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중화민족이 당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대내외에 선언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한반도 평화대전환의 진전과 지속 : 상반된 입장과 요인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에서 한반도 평화대전환의 지속이 가능할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평화대전환을 지속시켜 나갈 것인가? '한반도 평화대전환이 지속될 것'이라는 가능성과 '한반도 평화대전환은 지속되기 힘들 것'이라는 상반된 가능성에 대해 각각 살펴보자.

우선 '한반도 평화대전환이 지속될 것'으로 보는 쪽은 다음과 같은 요소들을 중시할 것이다.

첫째, 북한은 강력히 힘이 뻗쳐오르는 강대국 중국이 이웃에 존재하는 한, 미국을 끌어들여 중국에 대한 대항력으로 사용하는 균형전략을 통해 외교에서의 자율성(주체) 공간을 확보하려는 '21세기 생존과 발전의 전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은 이러한 대전략 속에서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6.25전쟁 종전, 평화체제 수립, 관계정상화, 경제협력 등을 이뤄내려고 노력해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북한의 이러한 강대국 균형전략은 이미 냉전시대에 사회주의권 양 강대국인 소련과 중국에 대해 균형전략을 취함으로써 양국으로부터 경쟁적인 구애를 유도해냈던 경험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것이다.

둘째, 미국 본토에 대한 핵무기를 탑재한 북한의 ICBM의 잠재적인 위협이 존재하는 한, 미국은 북한으로부터 오는 군사·안보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서 북한과 협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대화와 협상, 합의는 상대방이 나의 핵심이익을 침해하지 않도록 상대방에게 씌우는 통제 메커니즘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남북 간, 북미 간에 대화와 협상의 부재는 우리가 북한으로 하여금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맘대로 하도록 도와주는것과 마찬가지이다.

참고로, 북한은 2019년 12월 말에 개최됐던 당 중앙위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통해 「싱가포르 북미공동성명」에 '더 이상 일방적으로 얽매이지 않겠다'고 했다. 지금과 같이 대화와 협상이 부재한 상황에서 북한이 원하는 대로 자신의 핵과 미사일 능력, 첨단 무기체계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에 바이든정부로서는 결국 대화와 협상에 나서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셋째, 향후 미국은 북한으로부터 오는 군사·안보적 위협을 해결하는 방법으로서 군사력 사용 위협을 하지 않고 외교적 협상을 지속해 나갈 것이다. 군사력 사용이 아닌 외교적 협상은 한반도 평화대전환의 진전을 위한 긍정적인 정책수단의 사용이다.

미국은 2017~2018년 위기 시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군사력 사용을 심각하게 고려했으나(코피작전), 북한이 보유하고 있던 핵억제력(전쟁억제력) 때문에 군사력 사용을 포기하고 외교적 협상을 통한 문제해결로 방향을 전환하고 싱가포르 협상에 나왔던 것이다.

바로 이런 의미에서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과 북미합의는 북미협상의 역사에서 중요한 분수령을 이뤘다. 따라서 '싱가포르 이후'의 시기에는 미국의 대북 군사력 사용과 사용위협은 실질적으로 사라졌고, 외교적 협상만이 문제해결 방법으로 남게 됐다.

넷째, 미중양국이 상호 간에 패권경쟁을 강화하고 신냉전 형성에 참여하고 있는 상황에서 양국 간에는 경쟁하고 대결할 분야가 압도적으로 많아 보이지만, 동시에 협력할 분야도 존재한다.

예컨대, 탄소제로(탄소중립), 지구온난화와 같은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 퇴치를 통한 공중보건의 증진, 북한핵 문제와 이란핵 문제와 같은 대량살상무기 방지에서 협력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 핵 문제 해결은 미중 양국 모두에게 군사·안보적 이익을 증진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미중양국은 이 분야에서 협력을 통해 한반도 평화대전환의 진전에 공헌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미중양국 관계에서 대결, 경쟁, 협력은 우리 남한으로 하여금 미중양국에 대한 '균형전략' 추구를 가능케하고 있다. 군사·안보분야를 중심으로 한 한미 동맹협력과 경제·통상분야를 중심으로 한 한중 전략적협력동반자 관계는 국익 추구의 당위성과 함께 현실적으로 상호보완적이다.

다섯째, 남한의 경우, 2022년 3월에 치러질 대통령선거에서 어떤 후보가 당선되고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지 간에 2017년에 겪은 '핵전쟁 위기'의 엄중한 경험 때문에 새지도자와 정부는 한반도 평화대전환을 진전시키기 위한 노력을 중단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예컨대, 남한의 어느 지도자와 정부도 한반도에서 남북한이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으로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한 「판문점선언」과 그것을 이행하기 위한 「9.19 남북군사합의서」를 무효화하거나 뒤집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 지난 2018년 9월 19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 백화원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9월 평양 공동 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정반대로, '한반도 평화대전환은 지속되기 힘들 것'이라고 보는 쪽은 아마도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할 것이다.

첫째, 지난 분단 76년, 정전체제 68년 동안 악화된 북미양국 간의 불신관계, 적대구조가, 북미양국의 국내정치와 국제정치에서 대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이상, 어떻게 해소될 수가 있겠는가?

미국의 정치지도자들과 기득권이 그동안 세계 최강의 군사력과 경제력을 바탕으로 형성한 자신들의 '최강국 멘텔리티'를 극복하고 한반도 평화정착에 대한 비전 하에서 북한에 대한 오래된 '적대적 멘텔리티', '적대와 전쟁' 정체성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인가?

둘째, 위의 것과 연결되어 있는 것이지만, 미국의 막강한 군산복합체, 그와 연결된 각계 각층의 현상유지를 바라는 세력들(기득권)과 현상변화를 추구하는 세력들 간의 권력투쟁은 지속되어 왔고, 앞으로도 지속될 터인데, 4년 혹은 8년 단위로 오가는 정치지도자와 정치세력이 이 완고한 기득권 세력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인가?

트럼프가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에게 약속한 종전선언과 한미연합훈련 중단 등도 이들의 반대에 부딪혀 결국 이행되지 못했던 것 아닌가?

셋째, 현재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미중 패권대결과 신냉전구조 형성의 국제정치 속에서 미중양국은 각각 남북한과의 동맹협력 강화를 통해 한반도 분단선을 더욱 강화하고 있는데, 평화대전환의 지속이 가능하겠는가?

이러한 상황에서 다음 네 가지 옵션, 즉 한미동맹 강화, 중국편승, 홀로서기, 그리고 현상유지(미국과의 동맹, 중국과의 전략적협력동반자 관계 지속) 중에서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할 것인가? 적극적으로 미중양국에 대한 균형전략을 추구하여 한반도 평화대전환의 진전을 추동해 나갈 것인가? 아니면, 편가름의 미·중 진영외교를 넘어서서 초월적 외교를 함으로써 한반도 평화대전환을 진전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인가?

넷째, 한미양국은 선거를 통해 지도자와 정부가 바뀜으로써 정책의 일관성을 담보할 수가 없는 민주정치 체제인데, 6.25전쟁의 종전선언, 평화체제 수립 등 한반도 평화정착에 필요한 일관된 정책 추진이 가능하겠는가? 또 일관성 없는 정책 하에서 어떻게 한반도 평화대전환이라는 목표 달성에 정합성과 효과성을 가진 정책수단을 일관성 있게 적용할 수 있겠는가?

다섯째, '전쟁과 평화'의 문제가 한반도 평화대전환에서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문제인데, 남한이 자신의 군대에 대한 전작권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 한반도 문제 해결의 주인으로서 역할을 다하면서 평화대전환을 지속적으로 추동해 나갈 수 있겠는가?

미래비전과 목표로써 현재를 재구성

그렇다면, 우리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2017년에 들어 최근 유례를 찾기 힘든 한반도 전쟁위기, 그것도 핵전쟁 위협의 엄중함과 심각성을 겪은 우리로서는 어떻게 반복되는 전쟁위협의 근본원인을 제거하고 평화정착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가?

어떻게 우리의 '전쟁' 정체성을 '평화' 정체성으로 전환시킬 것인가? 어떻게 '평화국가'를 성취해냄으로써 한반도에서 전쟁위험을 낮추고, 우리 나라와 민족의 생존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보장하고, 동아시아와 온 인류의 평화·번영에 공헌할 것인가?

결국 아무리 현재의 상황이 어렵더라도 2018년의 '성공의 기억'을 소중히 여기고, 무엇이 문제인지를 명확히 한 후, 최선을 다해 한반도 평화대전환을 진전시키고 지속할 전략과 정책을 찾아서 그것을 일관성 있게 밀고 나가는 길 외에 다른 방법은 없어 보인다. 어떻게 한반도 평화대전환에 대한 긍정적인 요소들을 효과적으로 결합하고, 부정적인 요소들을 중립화하고 최소화해 나갈 것인지 우리 모두 고민하고 답을 내야 한다.

한반도 평화대전략은 기본적으로 미래의 비전과 이익, 목표를 현재로 가져와 현재를 재구성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단순한 현실이 아니라 '미래가 포함된 현실'로부터 미래의 비전과 이익, 목표를 구현하고 성취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실천전략이다.

현실 자체만 놓고 보면, 평화대전환을 진전시키는데 온갖 어려움이 많지만, 미래의 한반도 평화정착의 꿈과 목표를 현재 속으로 가져와 현재를 재구조화하면, 현재는 한반도 평화정착의 실현이라는 방향성 속에서 역동적으로 살아 움직이게 되고, 미래도 동떨어진 특정 시점의 단순한 미래가 아니라 역동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현재가 연계되어 한반도 평화정착이 성취되는 희망찬 미래가 되는 것이다.

우리의 생존과 발전에 직결되어 있는 한반도 '전쟁과 평화' 문제는 더 이상 나중으로 미뤄서 될 일이 아니다. 지금은 세계적인 위상과 능력을 갖게 된 우리나라와 우리사회가 특별한 경각심과 문제의식을 갖고 한반도 주인으로서 좀 더 주체성(자주성)을 갖고 국제협력(국제성)을 윈윈 방식으로 결합해 내면서 한반도 문제 해결과 평화대전환을 위한 전략적·정책적 능력을 발휘해야 할 때이다. 본 전략서도 바로 그러한 필요성에 대한 환기와 그러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구상됐고 발간됐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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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학순

서울대학교 영어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교 대학원 정치학과, 미국 University of Georgia를 거쳐 University of Pennsylvania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고, Harvard University에서 박사후연구원을 지냈다. 현재 김대중평화회의(The Kim Dae-jung Peace Forum)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다. 세종연구소장을 지냈고, 통일부 남북관계발전위원회 위원 및 자체평가위원장, 외교통상부 정책자문위원, 민화협 정책위원장, 서울-워싱턴포럼 사무총장으로 활동했다. 저서로는 North Korea’s Foreign Palicy: The Kim Jong-un Regime in a Hostile World (공저, 근간), <박근혜정부의 대북·통일정책>(2018)을 포함하여 역대 남한정부의 대북·통일정책을 다룬 저서 5권, <김정은 시대의 북한정치 2012~2014>(2015), <제2기 오바마정부 시기의 북미관계 2013~2014>(2014), <북한 권력의 역사: 사상·정체성·구조>(201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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