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선 초박빙 승부…"누가 이기든 승자는 우파"

르펜, 마크롱과 1차 투표 지지율 격차 3.5%p로 따라 붙어…낮은 투표율도 변수

대선 1차 투표를 3일 앞둔 프랑스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눈에 띄게 좁혀졌다. 낮은 투표율이 마크롱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뉴욕타임스>는 선거 결과와 관계 없이 이번 선거는 우파 담론이 지배한 선거라고 분석했다.  

7일 프랑스 여론조사기관 이포프(IFOP) 자료를 보면 6일(현지시간) 기준 대선 1차 투표에서 중도 마크롱 대통령이 지지율 27%로 가장 앞서고 있다. 2위인 극우 르펜의  1차 투표 지지율은 23.5%로 마크롱과의 격차를 불과 3.5%포인트(p)로 좁혔다. 두 사람의 지지율 격차는 3월 중순 이래 꾸준히 줄고 있다. 1차 투표 상위 2명의 후보가 맞붙게 되는 24일 결선투표 지지율도 마크롱(52.5%)과 르펜(47.5%)의 격차가 불과 5%p밖에 되지 않는다. 지난 2017년 대선 결선투표에서 두 사람이 맞붙었을 때 마크롱은 거의 두 배에 가까운 득표율(66.1%)로 르펜(33.9%)에 승리했다. 다만 당시도 1차 투표에서 두 사람의 득표율 차는 3%p 가량에 불과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뒤 확전에 대한 공포감이 커지며 현직 대통령인 마크롱 지지율이 상승했지만 전쟁이 길어짐에 따라 전쟁 자체에 대한 공포보다 경제에 미치는 여파에 대한 관심, 인플레이션에 대한 불만이 커지며 현직 대통령인 마크롱에 대한 지지율은 떨어지고 프랑스인들의 구매력을 높이겠다며 내부 선거운동에 몰두한 르펜의 지지율은 오르는 모양새다. 좌파 장 뤽 멜랑숑 굴복하지않는프랑스(La France Insoumise) 후보의 지지율도 꾸준한 상승세로 6일 17.5%까지 올라섰다.

선두 후보간 지지율 차가 크지 않은 가운데 낮은 투표율도 변수가 되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포프 조사를 보면 이번 대선에서 투표에 응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71%에 불과하다. 1차 투표 기준 지난 2017년 대선 투표율이 77.8%, 2012년 투표율이 79.5%였던 데 비하면 낮은 수치다.

낮은 투표율은 현직 대통령이 마크롱에 더 불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7일 낮은 투표율은 고정 지지층이 있는 극우와 극좌 후보보다 중도를 표방하는 마크롱에게 더 불리할 뿐 아니라 현재 1위 후보인 마크롱이 재선에 성공하더라도 정당성에 타격을 줄 것으로 봤다. 이미 마크롱은 지난 3월 우크라이나 문제로 외교에 전념하느라 내부 선거 운동에 소극적으로 임하면서 "선거 운동도 없이 당선된다면 정당성에 의문이 제기된다"는 비판을 보수당인 공화당으로부터 받은 바 있다.

누가 승리하든 이번 선거에서 담론을 주도한 것은 우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6일 "투표 시작 전이지만 이미 가장 큰 승자는 프랑스 우파"라며 "수 년 간 프랑스의 텔레비전·소셜미디어(SNS)·싱크탱크에서 보수주의자들이 문화 전쟁을 수행한 결과 이번 대선 캠페인에선 우익 담론이 지배적이었다"고 짚었다. 매체는 프랑스 우파가 최근 몇 년 간 미국 우파에 영감을 받아 <폭스뉴스> 스타일을 지향하는 방송 <쎄뉴스>(CNews),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를 적극 활용해 젊은 층 및 대중들에 소구했다고 봤다.

프랑스의 억만장자 뱅상 볼로레가 창설한 <쎄뉴스>는 "사람들은 정치적 올바름을 지겨워하고 있다. 지난 30~40년간 프랑스 언론은 똑같은 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우파 지지자들에게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쎄뉴스>가 어떤 주제를 선정해 방송하는지보다 사실 확인 없는 보도 행태가 사회 균열을 심화시킨다는 전문가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녹색당의 상드린 루소는  <뉴욕타임스>는 이번 대선에서 프랑스 좌파가 의미조차 불분명한 "워키즘(wokisme)"에 휘둘려 인종차별이나 다른 사회 문제에 대해 제대로 토론을 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우파가 문화 전쟁에서 승리한 것은 좌파가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 크다"고 말했다. 정치적으로 깨어있다(woke)는 단어에서 파생된 워키즘은 인종주의나 성차별주의와 같은 사회적 불의에 대한 경계를 뜻하는 미국에서 등장한 용어지만, 종종 진보 운동을 폄하하려는 의도로 사용된다. 영국 방송 <BBC>는 프랑스에서 인종, 젠더 등 정체성을 강조하는 워키즘이 미국에서 건너 온 프랑스의 보편주의를 위협하는 담론으로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6일(현지시각) 프랑스 보르도에서 시민들이 대선 후보 선거 벽보를 보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마린 르펜 국민연합 후보의 벽보가 훼손돼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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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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