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난' 민주당, 서울시장에 송영길? 김동연 선택 주목

송영길 "고민해보겠다"…친문·친이 주도권 다툼 가열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열 정비에 나섰다. 대선 패배 요인으로 지목된 '내로남불'과 부동산 정책 혼선을 경계하며 공천 혁신을 천명했지만, 정작 관심이 대선 패배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이재명 후보와 송영길 대표의 '역할론'에 쏠리면서 친문재인계와 친이재명계의 주도권 다툼이 본격화되고 있다.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방선거기획단이 결정한 강력범죄, 음주운전, 성폭력 및 성매매, 가정폭력, 아동학대, 투기성 다주택자 등 공천심사 7대 부적격 기준 강화 방침을 30일 의결했다.

특히 지방선거 출마자들은 투기성 다주택자를 구별하기 위해 부동산 보유현황을 제출해야 한다. 또한 민주당 소속 지자체장 성폭력 사건 이후 논란이 됐던 '2차 가해'를 부적격 사유로 추가했다. 이밖에 직장 내 괴롭힘·갑질과 '지난 2018년 윤창호법 제정 이후 음주운전을 한 번이라도 했을 경우'도 부적격 사유에 해당한다.

조오섭 대변인은 "강력범죄, 파렴치범죄, 성폭력범죄, 성매매범죄, 가정폭력범죄, 아동학대범죄, 투기성다주택자 등에 있어 부적격 심사를 하고 있다. 특히 오늘 의결된 것 중에 중요한건 윤창호법 시행 이후 (음주운전) 적발시 부적격자로 심사가 강화됐다"며 "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원회 결정사항 중에 부동산 보유현황을 제출 서류로 추가했다"고 발표했다.

민주당은 청년 후보 공천 30% 보장도 약속했다.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당을 쇄신하고 청년·여성을 더 많이 공천하고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겠다는 사명을 한시도 잊지 않고 있다. 국민이 바라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며 후보 공천 5대 원칙을 제시했다. 5대 원칙은 △자격심사기준의 예외 없는 적용 △청년 공천 30% 원칙 준수 △사회적 약자 등의 입장을 공천 과정에서 반영하는 다양성 원칙 △기후 위기를 포함한 미래비전 원칙 △심판받은 정책의 책임자 공천 금지 등이다.

그는 "국민을 분노하게 한 부동산 정책 실패에 책임 있는 분들, 부동산 물의를 일으켰던 분들은 스스로 나서지 말아야 한다"며 "반성해야 할 사람들이 다시 나오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2018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청년 후보를 30% 이상 공천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절반 수준밖에 지키지 못했다. 이번에는 30% 청년 공천 원칙을 꼭 지켜야 한다"며 "여성·청년뿐 아니라 장애인, 사회적 약자 등이 그들의 입장을 대표할 수 있게 반영해야 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왼쪽)·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자료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송영길, '서울시장 출마설'에 "더 고민해보겠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출범 초기에 열리는 선거인 데다 대선 패배 후유증이 가라앉지 않은 상황에서 열리는 선거인 만큼, 고전이 예상되면서 후보 물색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재명 대선후보가 당 대표를 맡아 수습을 이끌어야 한다는 '조기 등판론' 함께 경기도지사에 다시 출마해달라는 요청도 나오고 있다. 지난 10일 대선 패배 책임론에 대표직을 내려놓은 송영길 전 대표에 대한 서울시장 출마설도 나오고 있다. 

특히 친 이재명계 의원들은 송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를 공개적으로 권유하고 있다. 이재명 전 경기지사의 최측근 '7인회' 멤버인 정성호·김남국 의원은 지난 29일 송 전 대표를 직접 만나 "지방선거에서 역할을 해달라고 전했다"고 밝혔다. 전용기 의원과 이동학 전 최고위원 등도 송 전 대표를 찾아가 서울시장 출마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송 전 대표는 조계종 성파 종정 추대법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당의 응답'을 강조하며 여지를 남겼다. 그는 "그건 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며 "TV도 보지 않고 마음 아파하시는 많은 국민과 당원 지지자들에 대해서 제 개인이 아니라 당이 성실하게 응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 고민해보겠다"고 출마 가능성을 열어뒀다.

송 전 대표는 종정스님의 설법을 언급하며 "우리 서울이 사실 인의예지신으로 만들어져있는 것"이라며 "무학대사가 1394년도에 도읍 정해서 500년 지켜온 경복궁"이라고도 언급했다. 지방선거 출마를 위한 주소지 이전 마감일인 4월 2일을 앞두고 사실상 출마 의사를 내비친 것이란 해석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표직 사퇴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날 민주당 지도부는 대선 패배에 책임을 지고 총사퇴를 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반면 친문계는 이재명 후보와 송 전 대표의 움직임을 경계하는 눈치다.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MBC라디오<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6월 지방선거에서 사즉생의 각오로 당의 모든 인적 자원을 총동원해 이길 수 있는 후보를 공천하겠다"면서도, 이 후보의 경기지사 도전 가능성에 대해서는 "후보로서 출전하는 문제를 거론하기에는 시기가 이른 것 같고 당도 더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86그룹'인 우상호 의원도 지난 28일 TBS 라디오에서 "큰 선거 패배를 책임지고 물러난 당 지도부가 다음 선거의 전략공천을 받아 출마하는 경우는 없다"며 "송 전 대표밖에 (후보가)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주변에서 애드벌룬을 띄우는 것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대협 출신인 최종윤 의원도 송 전 대표의 출마설은 "상식적이지 않다"고 공개비판했다. 그는"송 전 대표는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사람"이라며 "개인으로서가 아니라 당을 대표해 책임을 졌다. 그런데 불과 한 달 만에 다시 불러내 후보로 내놓자는 것이 국민의 눈높이에서 합당한 선택인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과 합당을 추진 중인 김동연 새로운 물결 대표도 출마설이 꾸준히 거론되는 가운데, 윤호중 위원장과 약 1시간 반 동안 오찬 회동을 가졌다.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놓고 저울질 중인 김 대표의 선택에 따라 민주당의 수도권 후보 지형에 여파가 불가피해 보인다. 고은영 새로운물결 대변인은 '김 대표의 지방선거 출마 여부 및 지역'을 묻는 말에 "오늘 이야기가 오갔지만 공개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니고 빠른 시일 내에 입장을 정리해 발표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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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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