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내에서 부동산 세제 완화 기조를 두고 이견이 표출됐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부동산 감세 기조를 내세운 당 지도부에 권지웅 비대위원이 "민주당이 부동산으로 질책받은 건 원래 있던 세율을 깎아주지 않아서가 아니"라며 제동을 걸었다.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중과세 기조가 지난 대선에서 민심이 이탈하게 된 원인이라는 인식하에 부동산 감세를 추진하고 있다.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부동산 세제 부담 완화에 박차를 가하겠다"며 "다주택자 중과세 한시적 유예, 주택 취득세 인하, 1가구 1주택 실수요자에 대한 보유세 부담 경감 등을 힘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조응천 비대위원도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1가구 1주택의 재산세·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보유세 부담을 집값이 오르기 전인 2020년 수준으로 동결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날 아침 정책위 및 상임위 간사단 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하고, 관련 내용을 정부에 전달했다.
조 비대위원은 "1가구 1주택자면 누구나 재산세·종부세 부담이 줄어들 수 있게, 2020년 공시가격을 활용해 과세표준을 산정하자고 의견을 모았다"며 "납세자 개개인은 2020년 (재산세·종부세) 납부액 이상으로 세금 부담을 지지 않아도 되고, 건강보험 부담도 가중되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19% 오른 데 이어 올해도 20% 안팎 상승이 예상되는 만큼 집값이 급등하기 이전의 공시가격 수준으로 세금을 동결하겠다는 것이다. 지도부 일각에선 1가구 1주택자에 한해 종합부동산세를 아예 면제해주자는 주장까지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당장 비대위에서 반대 의견이 나왔다. 권지웅 비대위원은 "부동산 가격이 올랐는데 세금을 깎아주지 않아 대선에서 졌다는 당내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정면으로 반대했다. 권 비대위원은 청년 세입자 주거 관련 사회운동을 해온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 출신이다.
권 비대위원은 "민주당이 부동산으로 질책 받은 것은 원래 있던 세율을 깎아주지 않아서가 아니라 LH사태나 박덕흠 의원 같이 부동산 이해관계로 부당하게 이익을 취하는 사례를 근절하지 못해서, 주택가격 상승을 적절히 막지 못해서, 그래서 결과적으로 '나도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집이 있을까' 하는 국민들의 불안에 희망을 보여주지 못해서 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한민국 34세 이하 청년 중 84%는 집 소유하고 있지 않다. 전체 시민의 43%는 세입자로 살아가며 한국의 상위 2%가 19%의 부동산을, 상위 10%가 50% 부동산 자산 갖고 있는 민국은 심각한 불평등 국가"라며 "1가구 1주택 종부세를 내는 국민이 작년 기준 13만2000명이고 그들에게 적잖은 세금부담이 있음을 잘 알고 있지만, 되려 민주당은 집을 소유하지 않은 채 살아가며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힘을 지지한 시민을 설득하는 것을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선 패배에 대한 민주당의 대답은 '대선 공약보다 세금을 더 깎아드릴게요'가 아니라 임대주택 분양주택 공급 늘리고 대출을 적절히 지원하며 세입자인 채로도 안전하게 거주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하는 게 민주당의 대답이어야 한다"며 "서민과 중산층의 이해 대변하고 모든 사람의 권리향상 위해 노력한다는 (민주당의) 강령 전문과도 맞닿아 있다. 주거안정성에서 소외되는 이들이 없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이날 비대위 회의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지난 회의와 오늘 회의에서 조응천 비대위원의 공개 발언이 있었고, 오늘 거기에 상반되는 권지웅 비대위원의 발언이 있었는데 부동산 세제 관련해선 완벽하게 일치되는 견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부동산 세제 완화는 법안을 개정해야 하는 게 대부분이다. 대선 후 민심을 반영해 개정하자는 강력한 일부 요구가 있지만, 또 한편으론 이견이 있는 건 당연한 것 아니겠나"고 말했다. 이어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빨리 결정하자는 의견이 있지만 비대위의 숙의가 필요하고 그 뒤 절차를 거쳐 당론으로 만들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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