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정풍'을 가로막는 것들

[최창렬 칼럼] 대선에 패하고도 벗어나지 못한 '팬덤정치' 유혹

민주당은 압도적 의회권력과 지방권력을 가지고도 패배했다. 민주화 이후 10년 주기 정권교체설을 스스로 무너뜨릴 정도로 민주당으로서는 뼈아픈 패배다. 그럼에도 0.73%포인트라는 수치에 집착하고 있는 행태를 보인다. 선거 패인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하고 개혁입법에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1%도 안 되는 석패로 인한 억울함과 아쉬움이 이러한 분석에 힘을 싣는다.

문제는 이재명 전 후보에 대한 팬덤 현상이 목격되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문파의 팬덤 현상이 종국적으로 정치사회적 상황에 대한 집권세력의 안일한 시각을 결과해서 대선 패배로 연결된 것과 마찬가지로, 극성 지지자들의 존재는 정치세력에게는 양날의 칼이다.

20대 대선에서 시대정신이 없다는 비판에 이견이 없지만 대선을 관통한 주제는 있었다. 바로 정권심판론이었다. 어느 대선에서나 야당은 정권교체론을 들고 나온다. 그러나 정권교체론이 선거를 관통했다기보다 집권세력의 10년 집권에 대한 바꿔보자는 심리와 비토 정서가 정권교체를 가능케 했던 것이 민주화 이후 정권교체의 성격이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는 달랐다. 비록 1%포인트 차이도 안 났지만 주권자는 민주당 정권 5년의 집권 기간을 심판했다. 결과론적이 해석이라고 비판할지 모르지만 선거과정에서 그만큼 정권을 심판하자는 정서가 가장 큰 선거의제로 작동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구체적으로는 청와대와 민주당 등 집권세력의 국정운영방식과 작동원리, 태도, 행태, 정책 등에 대한 심판정서가 강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0.73의 매직에 빠져서 선거과정과 민심을 잘 못 읽어서는 안 된다. 역대 가장 근소한 표차의 패배가 아전인수 해석으로 이어지고, 고질적 팬덤 정치의 유혹에 빠져 기존의 내로남불과 오만, 독선에 대해 자성하지 못한다면 지방선거는 더욱 참혹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국민의힘의 전신인 자유한국당과 미래통합당의 지난 총선과 지방선거의 궤멸적 패배 등 전국 선거 4연패의 늪에 민주당이 빠지지 말라는 법도 없다. 지난 해 4월의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선거에서 그 전조(前兆)는 시작됐고, 이번 대선에서 다시 확인됐다.

지독한 진영 논리와 1980년대 민주화로 얻은 훈장을 기득권의 도구로 방편삼아 상대를 악마화하는 오만하고 근거 없는 우월의식에서 벗어날 때 진보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다. 대장동 사건에 대해 솔직하게 인정하고 법의 심판을 달게 받겠다는 각오가 전제될 때 민심은 다시 민주당에 관심을 가질 것이다. 문재인 정권과 관련된 수사에 대해서도 법과 원칙에 따른 공정성을 회복할 때 김오수 검찰총장의 임기 보장을 주장할 명분이 생길 것이다. 조국 사태는 물론이고 윤미향 의원, 정권 수사 등에서 중도의 지지를 얻는 데 실패하고 왜곡된 이념의 방패에 안주하여 내로남불을 일상화한 것이 패인이라는 인식에 동의할 때 민주당의 새로운 출발이 가능하다.

특정 지역에서의 승리를 강조하고 이대녀(이십대 여성)의 지지를 상기시키기 바쁘고 비대위조차 또 다시 상징적 인사를 통해 특정 계층을 겨냥하는 것으로 보이는 것은 승리의 방정식이 아니다. 이제 그러한 소수의 정체성을 위한다는 그럴듯한 상징 정치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민주당의 이러한 전략적 구태는 고질적이다.

선거란 흔히 집단지성의 발현이며 민주주의의 꽃이라고들 한다. 그리고 선거제도는 단순다수대표제이다. 이번 선거결과는 0.73%포인트 차이라는 역대 가장 근소한 표차이다. 비록 1%포인트 차이도 나지 않지만 선거의 정치적 의미는 정권에 대한 심판이라는 분명한 함의를 지닌다. 심상정 후보와 단일화가 됐으면 이겼을 것이라는 가정에서 정의당을 공격하고 국민의힘의 전략을 비난하는 것은 패배자가 다음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한 좋은 태도가 아니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비대위 운영과 지휘를 둘러싸고 내홍 중이다. 패장이 비대위 수장을 맡아 지방선거를 지휘하고 차기 당대표 선거에 출마해야 한다고 전의에 충만해 있다. 지금은 전의를 불태우기보다 차분하게 패인을 돌아볼 때이다. 대선 패배 후 아직 민주당이 달라질 것이라는 시그널은 보이지 않는다. 본래 선거 후 승자건 패자건 아전인수에 빠지기 마련이니 특별히 놀랄 일도 아니지만, 여소야대 정국과 근소한 표차가 역설적으로 민주당 정풍(整風)의 걸림돌이 될 수 있음을 민주당은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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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렬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다양한 방송 활동과 신문 칼럼을 통해 한국 정치를 날카롭게 비판해왔습니다. 한국 정치의 이론과 현실을 두루 섭렵한 검증된 시사평론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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