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닷새로 접어드는 가운데 양국이 회담을 갖기로 합의했다. 이번 회담이 상황 반전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7일(이하 현지 시각) 러시아 국영매체 <타스>통신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대표단의 협상은 월요일(28일) 오전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소식통이 말했다"고 보도했다.
당초 양국의 대표단은 벨라루스의 고멜 지역에서 27일 회담을 시작하기로 했으나 그 시기가 하루 늦춰졌다. 이에 대해 이 소식통은 "우크라이나 대표단의 이동 때문"이라고 전했다.
벨라루스는 러시아와 매우 밀착돼있는 국가다. 실제 러시아는 벨라루스와 합동 훈련을 명분으로 양국의 접경 지역에 군대를 주둔시킨 이후 이 병력을 그대로 우크라이나 침공에 활용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 대표단은 벨라루스가 아닌 다른 장소에서 회담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가진 뒤 벨라루스에서 회담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공개한 대국민 연설에서 루카셴코 대통령과 통화는 매우 실질적이었다며 "통화 이후 벨라루스에서 열리는 회담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번 회담을 통해 의미있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회담 결과를 믿지는 않지만, 대표단에 (결과 합의를) 시도해 보라고 했다"며 "전쟁을 끝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회담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러시아가 어떤 말을 할지 들어보기 위해 가는 것"이라며 "회담이 평화롭게 마무리될 수도 있지만 우리는 협상을 위해 가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영토는 1인치도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번 회담이 러시아의 침공 이후 처음으로 마련된 자리이고, 여전히 양국의 입장 차가 큰 상황인 만큼, 이번 회담을 통해 획기적인 국면 전환이 이뤄질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특히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무장 해제와 친(親) 서방 경향의 현 우크라이나 정권 퇴출을 목표로 하고 있어, 양측이 이렇다할 접점을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와중에 푸틴 대통령은 핵무기 사용을 시사하는 행보를 보이면서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TV 연설에서 "국방부 장관과 총참모장에게 핵 억지력 부대의 특별 전투임무 돌입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핵 억지력 부대는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을 운용을 포함해 러시아의 핵무기를 관장하는 부대를 의미한다.
푸틴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은 서방을 중심으로 한 고강도의 제재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본인이 제재 대상에 오르는 등 직접적 압박이 커지면서 현 상황에 대한 타개책으로 핵 위협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26일 미국과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영국, 캐나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정상은 성명을 통해 러시아 은행들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배제하겠다는 제재 조치를 밝힌 바 있다.
또 25일 미국은 푸틴 대통령에 대한 직접 제재를 단행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EU와 영국, 캐나다, 일본 등 서방의 주요 7개국(G7)에 속하는 다른 국가들도 참여하면서 푸틴의 해외 자산을 동결시켰다.
뿐만 아니라 EU는 사상 최초로 우크라이나에 무기 구매를 위한 자금을 지원하고 러시아 항공사의 역내 운항 금지, 러시아 국영 매체 금지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의 핵 위협에 대해 미국은 더 강한 제재를 부과할 수도 있다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 <ABC> 방송에 출연해 추가 제재 가능성에 대해 "모든 것이 테이블 위에 올라와 있다"고 말했다.
린다-토머스 그린필드 주유엔 미국 대사 역시 <CBS> 방송에서 "가장 강력한 방법으로 푸틴 대통령의 행동을 막아야 한다"며 "러시아를 압박할 많은 도구가 있고 이 모두를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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