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외국보다 낮은가?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연금개혁 논의-국민연금 소득대체율 ①

최근 연금개혁 논의가 부상하면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수치를 두고 복지진영에서 논란이 진행 중이다.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이 국제 평균보다 낮다'는 주장을 비판하는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의 글을 2회에 걸쳐 게재한다. 편집자.

최근 대선후보 토론에서 연금개혁 논의가 오고가면서 모처럼 연금 주제가 부상했다. 특히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연금공약이 '진보의 금기 깨기'로 알려지면서, 민주노총, 참여연대 등 가입자 대표단체들의 비판 성명이 이어졌다.

국민연금에서 핵심 논점은 소득대체율 인상

여기서 핵심 논점은 국민연금 명목 소득대체율 인상이다. 가입자단체들은 오래전부터 소득대체율을 40%(2028년 기준)에서 45% 혹은 50%로 인상할 것을 주장해 왔다. 예전에는 정의당도 같은 목소리를 내왔으나, 이번에 소득대체율은 40%로 유지하면서 보험료율은 9%에서 12%로 올리자며 국민연금재정의 지속가능성을 강조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국민연금 보장성에서는, 심상정 후보는 보장성 목표 개념을 명목 소득대체율에서 실질 소득대체율로 전환하자고 제안한다. 보험료 추가 인상이 수반되는 명목 소득대체율 인상보다는 가입기간을 늘려서 실질적으로 받는 급여를 올려가자는 내용이다. 이를 위해 출산/실업/군복무 크레딧 확대, 저임금 노동자 보험료 지원 강화, 도시지역 가입자 보험료 지원 도입, 의무가입기간 연장 등을 제시한다. 예전과 비교해, 국민연금 재정안정을 강조하고, 보장성 기준을 실질 소득대체율로 삼았다는 점에서, 연금개혁 논의에서 '전환' 혹은 '금기 깨기'로 평가할만하다.

이에 대해 가입자단체들은 국민연금의 부족한 보장성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명목 소득대체율 인상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다양한 가입지원 프로그램도 요청되지만 명목 소득대체율 인상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때 제시되는 핵심 근거 중 하나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이 OECD 회원국 평균에 비해 상당히 낮다는 것이다. 정말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은 외국보다 낮은 걸까? 앞으로 생산적인 연금개혁 논의를 위하여 OECD 기준 소득대체율 수치를 점검해 보자.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은 외국보다 낮다?

보통 국내에서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 수준을 평가할 때 OECD가 격년마다 발간하는 연금보고서의 수치가 등장한다. 2021년 12월에 발간된 OECD 연금보고서를 보면, 한국 국민연금의 미래 소득대체율은 31.2%이다. 지난 2년 국민연금 제도에서 아무런 변화가 없었음에도 2019년 보고서의 37.3%에 비해 큰 폭으로 하락한 수치이다. OECD 회원국 평균 소득대체율 42.2%와 비교하면 11%p나 낮다.

이에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을 주장하는 가입자단체들은 거의 모든 성명에 이를 인용하고, 어떤 학자는 "충격적"인 수치라며 "국민연금의 보장성이 선진국 중 사실상 꼴찌임을 보여주고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우리가 사회정책을 다룰 때 종종 OECD 수치를 활용한다. 분명 논의의 첫 출발로 유용하다. 하지만 이는 OECD가 회원국 전체에 일괄적인 기준을 적용해 도출된 수치이기에, 한국의 제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 독특한 경우에는 비교에 주의가 요구된다.

미리 이 글의 결론을 제시하면,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OECD 회원국 평균과 비슷한 수준이다. 오히려 큰 차이가 나는 것은 낮은 보험료율이다. 이를 꼼꼼히 살펴보자.

OECD 공적연금 소득대체율 구성: 한국 기초연금 누락

OECD는 연금을 세 층으로 구분한다. <그림 1>에서 보듯이, 1층은 의무적 기초보장으로, 모든 노인에게 제공하는 보편 기초연금과 하위계층 노인에게만 제공하는 최저보장연금 등을 포함한다. 2층은 의무적 소득비례연금으로,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 의무비례연금과 퇴직연금 같은 사적 의무비례연금을 포함한다. 3층은 개인연금과 같은 자발적 소득비례연금이다.

▲ <그림 1> OECD 연금 분류. 

위에서 언급된 OECD 평균 소득대체율 42.2%는 '공적연금'의 수치이다. 즉 기초보장과 공적 소득비례연금의 소득대체율을 합산한 수치이다. 여기에는 공적 소득비례연금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 보편적으로 지급하는 기초연금(캐나다, 일본, 뉴질랜드 등), 하위계층에게만 적용되는 최저보장연금(호주, 스웨덴, 캐나다 등) 등이 포함된다. 기초보장연금이 있는 나라에서 보편 기초연금은 전체 가입자의 소득대체율을 상향시키고, 최저보장연금은 하위계층의 소득대체율을 올린다.

반면 한국의 공적연금 소득대체율 31.2%는 국민연금의 수치이다. 70% 노인에게 매달 30만원 지급하는 기초연금은 OECD 분류에서 의무적 기초보장에 포함되지 못한다. 우리보다 지급 대상이 적은 나라들의 최저보장연금도 인정받는데 말이다(지급 대상: 호주 63%, 스웨덴 35%, 캐나다 32% 등).

필자 판단으로, 한국 기초연금이 OECD 연금분류에서 배제될 이유는 전혀 없다. 보건복지부는 OECD 최저보장연금은 거주기간에 연동해 지급하는데 한국 기초연금은 거주기간 요건 없이 지급하므로 OECD 분류 유형에 포함되지 못했다고 설명하지만 수긍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한국 기초연금이 더 후하게 지급하는 제도이므로 당연히 기초보장으로 인정되어야 한다.

연금을 연구하는 일부 학자들은 2008년 처음 기초노령연금이 도입될 때, 이 제도를 이후 점차 축소해갈 공공부조로 OECD에 보고하여 지금까지 그렇게 간주되고 있다고 이해한다. 혹은 아래에서 설명할 내용인데, 소득대체율 계산에서 기준으로 삼은 상시고용 평균소득자가 상위 30%에 속해 기초연금에서 배제된 결과일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시급히 OECD에 기초연금의 성격을 제대로 알리고 한국의 공적연금 소득대체율 계산에 포함되도록 해야 한다. 기초연금 30만원은 OECD 기준 계산법으로 소득대체율이 7.8%p.에 달한다. 기초연금이 공적연금으로 인정된다면, 한국의 공적연금 소득대체율은 OECD 연금보고서에서 그만큼 올라갈 수 있다.

한편, 우리나라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31.2%를 OECD 의무연금 소득대체율 51.8%와 비교하는 주장들도 눈에 띈다. 위 그림에서 보듯이, 의무연금은 공적연금뿐만 아니라 사적 퇴직연금까지 포함하는 더 넓은 범주이다. 비록 법정 제도는 아니더라도, 퇴직연금이 단체협약 등에 의해 노동자 중 85%에게 적용되면 의무연금으로 인정된다.

현재 한국의 퇴직연금은 1년 이상 상시고용된 노동자에게만 적용되고, 실제 연금으로 수령하는 사람도 소수에 불과해 실질적으로 연금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적용 대상을 확대되고 중간 해지 없이 가입기간을 늘리도록 해서 온전한 연금 형태로 발전시켜 가야 한다. 그러면 OECD 연금보고서에서 한국의 의무적 연금의 소득대체율도 상향할 것이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수치가 하락한 이유: 하후상박 급여 구조

이제 국민연금으로 한정해 소득대체율을 살펴보자. 2021년 연금보고서에서 소득대체율 31.2%는 2019년 보고서의 37.3%와 크게 다르다. 지난 2년 사이 국민연금 제도의 변화가 없었는데, 왜 OECD 연금보고서에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이 6.1%p나 낮아졌을까?

이는 2021년 OECD 연금보고서가 한국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 산정 방식을 수정한 결과이다. OECD는 노동시장에서 상시로 고용된 노동자의 평균소득을 기준으로 소득대체율을 산정한다. 즉, 국민연금 가입자 평균소득이 아니라 국민연금과 별개로 존재하는 상시고용 노동자 평균소득을 분모로 삼는다.

이 계산방식에 의하면, 한국 국민연금에서 두 소득의 차이가 상당하다. 국민연금에서 지역가입자의 소득이 낮게 신고되어 있고, 저임금 불안정 취업자도 많아 2020년 노동시장에서 상시고용 평균소득은 월 383만원인데 반해 국민연금 가입자 평균소득은 월 244만원이다. 상시고용 평균소득이 1.6배나 높다.

게다가 서구의 의무적 소득비례연금은 대부분이 모든 소득자에게 동일한 소득대체율이 적용되는 완전비례연금인데 반하여, 국민연금은 급여구조가 균등급여와 비례급여로 구성되어 있어서 소득대체율이 하후상박 구조를 지닌다. 가입자 평균소득에 해당하는 가입자는 소득대체율이 40%이지만, 가입자 평균소득에 비해 자신이 소득이 적은 가입자는 소득대체율이 40%보다 높고 반대의 경우는 낮다.

<그림 2>에서 보듯이, 국민연금에서 전체 가입자의 소득대체율은 약 30~100%로 나타난다. 가입자 평균소득이 250만원이라고 가정하면, 500만원 소득자는 40년 가입하면 자신의 소득의 약 30%인 150만원을 받고, 월 50만원 소득자는 소득대체율이 100%이므로 50만원을 받게 될 것이다. 만약 국민연금이 완전비례연금이었다면 모든 소득분위에서 소득대체율은 40%로 동일할 것이다.

▲ <그림 2> 국민연금 소득분위별 소득대체율 

이처럼 국민연금의 하후상박 구조에서는 어느 소득분위 가입자를 기준으로 삼느냐에 따라 소득대체율이 달라진다. 이는 모든 가입자의 소득대체율이 동일하게 나타나는 완전비례연금과 비교되는 한국 국민연금의 특수성이다.

왜 2021년 OECD 연금보고서에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이 낮아졌을까? 예전에는 OECD가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계산할 때, 국민연금에서 가입자 평균소득과 상시고용 평균소득이 같다고 가정했다. 이번에는 OECD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여 상시고용 평균소득자의 소득대체율을 산정할 때 균등급여와 비례급여를 함께 반영했다. 이에 따라, 예전과 달리, 국민연금의 하후상박 급여구조가 반영되어 가입자 평균소득의 1.6배에 달하는 노동자의 소득대체율이 국민연금 평균 소득대체율로 보고된 것이다.

물론 OECD 연금보고서에 담긴 수치이니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이 OECD 평균보다 낮다고 인용할 수는 있다. 보고서의 수치를 그대로 읽으면 말이다. 하지만 이는 국민연금의 하후상박 급여구조를 무시한 채, 가입자 1.6배 소득자 기준으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본 단순 비교이다.

정리하면, 소득비례연금에서는 어느 소득분위 가입자이든 소득대체율이 같지만 한국 국민연금에서는 상위소득 가입자의 소득대체율이 낮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만약 국민연금에서 명목 소득대체율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급여구조만 완전 소득비례연금으로 전환하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1.6배 소득자를 포함해 모든 소득분위에서 소득대체율은 40%로 같아진다. 국민연금의 득특한 급여구조를 무시하고 단순비교된 수치를 절대화해선 곤란하다.

* 내가만드는복지국가는 의제별 연대 활동을 통해 풀뿌리 시민의 복지 주체 형성을 도모하는 복지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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