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21일 TV토론에서 보수적 경제 정책 경쟁 중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모두를 파고들며 진보 후보로서의 존재감을 보였다. 안철수 국민의힘 후보는 윤 후보와 신경전을 이어가며 중도·보수층 구애에 주력했다.
심 후보는 이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첫 TV토론에서 윤 후보를 향해선 "30억원 집에 종부세 92만원 폭탄맞고 지금 집 무너졌느냐", 이 후보를 향해선 "보유세 강화를 강조해왔는데, 민주당이 종부세를 완화할 때 왜 한마디도 안했느냐"고 몰아세웠다.
심 후보의 첫번째 타깃은 윤 후보였다. 그는 "공시가격 15억2000만 원, 시가 30억 원 정도 집에 살고 있는데, 종부세 얼마 냈는지 기억하냐"고 윤 후보가 낸 종부세의 금액을 물었다.
윤 후보는 "글쎄, 지난번 물어보셔서 한번 알아보니. 한 몇백만 원 내는 것 같은데? 까먹었다"고 답했다. 그러자 심 후보는 "종부세로 92만 원 냈다"며 "30억 원 집에 92만 원이 폭탄인가. 92만 원 내고 집이 무너졌나. (종부세 세금) 폭탄 맞아서?"라고 꼬집었다.
심 후보는 "(윤 후보가) 요새 선거유세 때 '20억 원 집에서 산다고 갑부 아니다. (정부가) 세금 다 뺏어간다'고 했다"며 "조세는 시민의 의무다. 공동체 유지를 위해서 나눔의 정신으로 분담하는 것인데 마치 국가가 무슨 약탈이나 하는 듯 세금 내는 걸 악으로 규정하고, 국가를 강도짓이나 하는 것처럼 하는 게 대선 후보로 옳은 일이냐"고 비판했다.
이에 윤 후보는 "이 정권의 부동산 정책이 잘못돼 집값이 너무 치솟았고, 퇴직하고 집 한 칸 외 별도 수입이 없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 걸 고려해야 한다"며 "종부세를 폐지하는 게 아니라 재산세와 합쳐서 하고 빚내서 집을 가진 경우에 일률적으로 세금을 내도록 하는 건 합리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반박했다.
심 후보는 "(윤 후보가) 집부자를 대변하는 건 알겠는데 '국가가 다 뺏어갔다'고 하는 건 허위사실 유포다. 어떤 형량으로 다스려야 하나"며 "재산세 다 합쳐서 봐도 (윤 후보가 내는 부동산세는) 한 400만 원밖에 안 된다. 청년들 1년 월세만 해도 800만 원 낸다. 그 절반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윤 후보는 "아무리 TV토론이지만 (심 후보가) 오바를 많이 한다"고 맞받아쳤다.
또, 심 후보는 윤 후보의 주식 양도소득세 폐지 공약에 대해서도 "(주식 양도소득세 도입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변칙 상속에서 비롯됐다"며 "이게 혹시 삼성 이재용 일가 감세법 아니냐"고 꼬집었다.
심 후보는 이재명 후보를 향해서도 "평소 보유세 강화를 무척 강조해왔다. 그런데 민주당이 종부세를 완화할 때 왜 한마디도 안했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이 후보는 "당내 정책에 대해 기초자치단체장으로서 말하기 어려웠을 뿐, 일방적 감세에 동의한 바 없다"며 "보유세와 거래세를 낮추자고 했다. 양도세는 기능을 제대로 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슬라이딩식으로 깎아 주자고 한 것"이라고 답했다.
심 후보는 이 후보의 최근 부동산세 감세 기조를 두고 "다주택자 세금을 깎아준다는 윤석열 후보, 중과를 유예하겠다는 이재명 후보의 차이가 뭐냐"며 "그간 국민의힘에서 계속 문재인 정부 비판하며 내놓은 대안인데 만약 이게 옳은 방향이라면 퇴행적 정권교체 정당성만 부여하는 거 아니냐"고 따져물었다.
이 후보는 "나는 좌파, 우파 정책을 안 가리고 국민에게 필요한 현실적 유용한 정책을 한다"면서 "한쪽으로만 가라고 요구하지 말라. 종부세 문제는 부동산 가격이 급하게 올라서 법률상 슬라이딩 증액할 수 있기 때문에 반영 비율을 좀 제한하자고 한 것"이라고 맞받았다.
또, 심 후보는 이 후보의 경제성장 공약인 '155'(수출 1조 달러, 국민소득 5만 달러, 세계 5강 경제대국)와 이명박 전 대통령(MB)의 747 공약에 비교하며 "성장만 외치는 'MB 아바타' 경제로 미래를 열수 있겠느냐"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이 후보의 토지이익배당(국토보유세) 공약을 놓고도 "정직했으면 좋겠다. 감세는 열심히 선전하는데 세금 내라는 것도 당당히 말하면 좋겠다"면서 "앞으로 소득세도 소득배당, 부가세도 부가가치배당이라고 할 것인가. 눈가림으로 국민을 속이면 안 된다"고 꼬집었다.
윤석열 답변 들으며 고개 '절레절레'한 안철수 "확실한 문제의식 없어 우려돼"
야권 단일화 결렬 선언 이후, 대선 완주 의사를 밝힌 안 후보는 이날 토론에서 윤 후보와 신경전을 이어가며 야권 대선 후보로서 존재감 부각에 주력했다. 윤 후보의 답변 중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못마땅하다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안 후보는 윤 후보의 경제정책을 두고 "디지털 데이터 경제의 핵심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윤 후보는 "5G라거나 데이터들이 신속하게 움직이고 이동할 수 있는 네트워크 구축과, 이것들이 전부 클라우드에 모여 분석할 수 있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이에 안 후보는 "그건 하드웨어 쪽이지 데이터 인프라는 아니"라며 "한 가지만 더 묻겠다. 정부 데이터 개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캐물었다. 그러자 윤 후보는 "정부 데이터는 공유할 수도 있는 것도 있고 보안사항도 있는 것 아니냐"고 답했고 안 후보는 윤 후보의 답변 중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안 후보는 "국가 데이터 공개는 데이터산업, 인공지능의 근본이다. 정부에서 이런 것들을 전혀 공개하지 않다 보니 우리나라가 갈수록 뒤처지고 있다"며 "그런 부분에 대해 (윤 후보가) 확실한 문제의식을 안 가진 것 같아서 우려된다"고 꼬집었다.
안 후보는 또 "한국은행은 금리를 올리는 반면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안 등 확장 재정을 펴는데 완전히 엇박자"라며 "왜 이런 상황이 우리나라에만 생기느냐"고 윤 후보에게 물었다. 이에 윤 후보는 "코로나19 손실 보상이라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그러자 안 후보는 "이 부분에 대해 제1야당의 고민이 부족한 것 아닌가 싶다”며 “제가 그래서 코로나19 특별회계를 말한 것"이라며 "계속 추경으로 땜질하는 것은 국가 재정을 누더기로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 후보는 자신의 주도권 토론시간을 이 후보에게 대부분 할애하며 조세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국토보유세를 5배로 올리겠다고 말했다"며 "20조원 정도인데 올리면 100조원"이라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실효세율을 올리는 게 장기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5배 올리면 50조원에서 30조원 추가되는 걸로 확인된다"고 반박했다.
안 후보는 조세 부담이 결국 취약계층에게 전가된다고 주장하며 집주인의 세금 부담이 세입자에게 전가되는 예시를 들었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잘 사는 사람들이 돈을 내니까 다른 국민은 문제 없다고 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후보는 "그 말도 일리가 있다"면서도 "부동산 투기가 심각한 문제이고 해결하기 위해서 보유 부담을 올리고 거래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를 거쳐 올리겠다는 의미"라고 받아쳤다.
이에 안 후보는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이런 방식으로 하면 조세 전가 때문에 굉장히 많은 국민들의 조세부담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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