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차별화' 경로 수정, 효과 있을까?

[최창렬 칼럼] 철학과 일관성이 승리의 관건이다

선거에서 정치세력과 연대하거나 연합정치를 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1997년 DJP 연대가 대표적이다. 김대중과 김종필의 정치적 경로는 접점이라고는 찾기 어려울 정도로 대척에 있었다. 전두환 등장 이후 3김이라고 지칭됐지만 김대중‧김영삼과 김종필의 정치적 결은 전혀 달랐다.

그러나 흔히 정치를 생물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김대중과 김종필은 정치적 이해관계의 일치에 따른 연합을 성사시키고 정권을 차지했다. 이후 김종필은 정치적 지분을 가진 총리로 공동정부의 한 축을 담당했지만 내각제 약속과 공동정부는 파기됐다. 그러나 연합정치는 결정적 카드였다.

단일화, 연대, 연합 등에서 문제는 명분이건 실리건 어떤 가치를 공유하느냐에 있다. 현대정당은 포괄정당의 성격을 띤다. 보수와 진보의 지향의 차이가 엷어지는 만큼 특정 계층과 세대를 넘어 보수와 진보를 망라하는 망라형 정당을 가리키는 말이다.

선거가 달아오르면서 윤석열과 안철수의 단일화 이슈가 부상하는 한 편으로 이재명 측도 외연확장을 위한 정치공학에 시동을 걸었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 6일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 눈물을 흘리며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를 이어 4기 민주정부를 만들겠다"고 한 이후 노선을 바꿨다.

우상호 민주당 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은 7일 퇴임 후 문 대통령을 지킬 후보는 이재명이라고 했고, 이어 친문 이낙연 전 대표가 총괄선대위원장으로 등장했다. 이 후보의 차별화 전략이 바뀐 것이다.

그는 "이재명은 문재인이 아니다", "나라가 마스크 하나 사줬나"라고 했지만, 이제는 "(현정부와) '차별화해라 그러면 표 된다'는 주장이 많지만 그럴 생각은 전혀 없다"(11일), "'이재명 정부'라는 표현도 쓰지 않겠다"(14일)며 친문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선거운동 첫날 유세에서는 "박정희면 어떻고 김대중이면 어떠냐, 국민에게 도움되는 것이면 어떤 것이든 하겠다"고 했다. 또 "정치인에게 이념과 사상이 뭐가 중요하냐. 내 신념과 가치가 국민과 어긋나면 과감히 포기하고 국민의 뜻을 존중하는 게 민주국가"라고 말했다. 그는 홍준표의 정책도 쓸 수 있다고 했다. 민주당 선대위의 핵심 정치인은 유승민 전 의원과 내각을 같이 할 수 있다는 취지의 말도 했다.

선거전략의 수정은 얼마든지 가능하고 민생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가치와도 손잡을 수 있다는 긍정적 측면을 부인할 이유가 없다. 우선 차별화 전략의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판단과 지난 9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집권 시 문재인 정권 수사' 발언에 문재인 대통령이 공식으로 사과를 요구하는 등 공세로 나오면서 이 후보가 친문의 표를 결집할 수 있는 호기라는 선거전략이 최근 작동하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친문 결집과 통합정부로 중도·부동층을 공략하는 등 투 트랙 전략으로 승기를 잡으려 하고 있다. 또한 주술·무속·검찰공화국·정치보복의 네거티브 프레임으로 상대를 제압하려는 전략이다.

효과가 있을지의 판단은 전적으로 3월 9일 유권자의 심판으로 가려질 것이다. 승부의 세계에서 당위는 의미가 없다. 정치공학이건 선거공학이건 일단 이겨야한다는 정치현실론은 항상 주효하다. 그러나 이기기 위해서라도 일관된 철학과 이념은 필요하다. 통합정부론도 당 대 당의 협치나 연대가 없으면 무위에 그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통합정부·국민내각·균형내각을 제시하고, 국회에 국무총리 추천권, 책임총리 등 개헌 없는 분권안을 내놓고 있다. 안철수와 김동연 등과의 단일화는 없다면서도 이들의 정책을 수용하고 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자리를 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치는 철학이 전제되지 않으면 권력정치로 전락할 위험을 항상 내포한다. 정치의 현실에서 작동하는 권력정치는 선거 당일에 임박할수록 기승을 부릴 것이다. 조급함과 절박함은 다르다. 조급함에서 나오는 전략은 일관성이 결여될 수밖에 없다. 절박한 쪽이 선거에서 이긴다. 절박함은 일관된 지향과 철학을 근거로 결기가 보일 때 유권자에게 소구력 있게 다가간다. 게다가 네거티브 전략은 지는 쪽이 쓰는 전략이다.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는 평가를 받는 '최악의 대선'에서 네거티브는 자제해야 한다. 양측의 거친 언사와 네거티브는 갈등의 조정이라는 정치의 본령을 실종시킨다. 최종적으로 네거티브를 최소화하고, 근거 있는 검증의 칼을 벼리는 측이 이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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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렬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다양한 방송 활동과 신문 칼럼을 통해 한국 정치를 날카롭게 비판해왔습니다. 한국 정치의 이론과 현실을 두루 섭렵한 검증된 시사평론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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