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11일 열린 TV토론 초반부터 대장동 특혜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두고 날선 공방을 벌였다. 논란이 예상됐던 '문재인 정부 적폐 수사'를 둘러싼 언쟁은 이번 토론회에서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이재명 민주당, 윤석열 국민의힘, 안철수 국민의당, 심상정 정의당후보는 11일 한국기자협회 주최로 열린 TV토론에서 주요 현안을 놓고 맞붙었다.
청년정책을 주제로 한 첫 번째 주제토론에서 이 후보와 윤 후보는 초반부터 네거티브 공방을 이어갔다. 포문은 윤 후보가 열었다. 그는 "지금 청년 실업률이 역대 최악이고 불공정 채용에 분노하고 있다"며 이재명 후보가 성남시장이던 시절 성남산업진흥원에 선거대책본부장 자녀, 인수위원회 자녀 등이 들어갔다고 공세를 폈다.
이에 이 후보는 "지적한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 당시에도 이미 감사원에서 수차례 감사해서 공개 경쟁 시험으로 뽑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는 윤 후보의 배우자인 김건희 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으로 역공했다. 이 후보는 "부인이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에 연루됐다는 말이 많다"며 "(윤 후보는) 얼마 전에 '(김씨가 2010년) 5월 이후에 거래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수십차례 했다는 게 있지 않느냐"고 반격했다.
청년정책과 동떨어진 공방이 이어지자 심 후보는 "청년 얘기에 한정하고, 다른 얘기는 주도권 토론에서 하시라"고 질타하기도 했다.
하지만 윤 후보는 "'2010년 5월까지 했다'고 한 것은 '재작년에 유출된 첩보에 등장한 인물과의 거래가 그랬다'고 말했고 벌써 경선 때 계좌도 공개했다"며 "검찰에서 관계자들을 별건으로 조사를 했고 이 후보가 연루된 대장동 게이트에 비해 작은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훨씬 더 인원을 많이 투자해서 했다"고 맞받아쳤다.
이 후보 역시 "박영수 특검 딸도 돈을 받았고 곽상도 전 의원 아들도 돈을 받았다. 윤 후보의 아버지도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한테) 집을 팔았다"면서 "나는 공공 환수를, 국민의힘은 배임과 부정부패 설계했다"고 주장했다.
윤 후보는 "대장동은 당시 시장인 이 후보가 한 것이고 곽상도 전 의원이든 박영수 변호사든 간에 여기서 나온 8500억이 도대체 어디로 흘러갔는지 검찰 조사 안 하고 특검도 안 하지 않나"라며 "누구 주머니에 들어가서 어디 숨겨져 있고 어디 썼는지 진상규명이 확실히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도권 토론에서도 두 후보의 공방은 이어졌다. 윤 후보는 백현동 개발과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꺼내들었다. 윤 후보는 "백현동 식품연구원 부지에 50m짜리 옹벽이 올라갔는데 그 전에는 용도 변경이 2번이나 반려됐다"며 "이 후보의 법률사무소 사무장이자 성남시장 선거의 선거대책본부장을 지낸 사람이 개발 시행업체에 영입된 뒤 용적률이 5배가 늘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업자는 3천억 원가량의 특혜를 받았다. 이게 공정하고 정상적인 행정이고, 본인이 경제 행정의 달인이라고 할 수 있느냐"고 추궁했다.
이 후보는 "(해당 인사는) 사무장이라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법률사무소 사무장이 아니고 연락도 잘 안 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성남시의 공공기관을 이전하기 위해 국토부가 요청했으나 반려했다. 성남시에 최대한 이익을 확보하는 조건으로 국토부와 식품연구원이 요구하는 대로 법에 따라서 용도를 바꿔줬을 뿐"이라고 일축했다.
윤 후보는 이어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정자동에 두산그룹이 소유한 병원 부지 3000평을 상업용도로 용지 변경해주면서, (두산그룹이) 72억 원에 취득한 것이 수천억 원으로 급상승했다"며 "두산 건설은 그 직후 1년에 21억 원씩 총 42억 원을 성남FC에 후원금 기부했다"고 말했다. 또한 "이 후보가 시장 재직할 때 3년간 165억 원의 기업 후원금이 들어왔는데 사용처 등을 왜 떳떳하게 밝히지 못하는가"라고 몰아붙였다.
이에 이 후보는 "윤 후보도 새만금에 가서 원가로 토지공급 혜택 주겠다고 했는데, 윤 후보가 하면 기업 유치고, 내가 하면 특혜인가"라고 반박했다. 이어 "이 땅은 30년 전에 병원을 짓다 중단해서 흉물로 남은 것을 바꿔줘서 세금 늘어나고, 일자리 생기고, 공공취득으로 300억 원 이상 환수했는데 기업 유치를 잘했다고 칭찬해야지 비난하는 게 맞나?"라고 반문했다.
이 후보는 "경찰에서 3년 6개월 간 국민의힘이 고발해서 자금 추적을 다했다"라며 "사실이 아닌 것을 갖고서 검사가 왜 그러나?"라며 신경전을 벌였다.
심상정 "변희수 하사 1주기에 차별금지법 제정하자"…이재명 "내가 국회의원이 아니라서…"
심 후보는 이 후보에게 고 변희수 하사 1주기인 오는 2월 27일 차별금지법을 제정하자고 제안했다. 심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이 남은 임기 내에 차별금지법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다"며 "나라를 지키겠다는 군인을 국가가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지키지 못했는데, 변 하사를 기억하면서 2월 27일 차별금지법이 제정된다면 그 취지에도 매우 부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희수 하사는 2019년 휴가 중 성전환 수술을 받은 뒤 돌아와 '계속 복무'를 희망했지만, 군이 그의 신체 변화를 이유로 강제 전역 처분을 내려 이에 대한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을 하다 지난해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조속한 차별금지법 제정 제안에 이 후보는 구체적인 답을 피하며 "민주당 혼자서 결정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나도 국회의원은 아니어서 국회에 대해 직접 지휘권은 없지만 저는 당내에 분명히 말씀드렸다. 국회에서 입법을 직접 논의하는 게 좋겠다"고 에둘러 답했다.
그러자 심 후보는 "다른 사안의 경우에는 패스트트랙도 동원하라는 지시까지 했는데 분명히 말해주는 게 좋겠다"며 "이 후보가 사안마다 조금씩 말이다르고 어제와 오늘 다소 차이가 있다"고 재차 답변을 추궁했다. 이에 이 후보는 "차별금지법은 제정해야 하지만 강행처리 방식으로 할 사안은 못 되는 것 같다"며 "국회에서 신속히 논의해 처리하는 게 좋겠다는 게 제 입장"이라고만 했다.
심 후보는 "이 문제는 실용의 문제가 아니고 가치의 문제"라며 "단 한 사람도 차별과 혐오에 방치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가진 사람이 민주주의 국가의 대통령의 자격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민주당의 당론이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처음 제기한 것"이라고 했다.
심 후보는 이 후보와 윤 후보의 배우자 의혹을 직접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먼저 이 후보 배우자 김혜경 씨 과잉 의전 논란과 관련해 "배우자 의전 문제는 사생활이 아니다"며 "이 후보의 자격 관련이고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다"면서 "이 후보가 인사권을 가지고 있었다. 이 사안을 배우자 리스크가 아닌 이 후보 본인의 리스크로 보는 이유"라고 꼬집었다.
이에 이 후보는 "워낙 가까운 사적 관계에 있던 사람이 별정직으로 들어오다 보니 주로 공무에 관련된 일을 도와줬고, 그러다보니 경계를 넘어서 사적 관계에 도움을 받은 것 같다"며 "변명의 여지 없이 제 불찰이고 제가 엄격하게 관리하지 못한 것이니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고 자세를 낮췄다.
심 후보는 이어 윤 후보에게도 배우자 김건희씨가 가담한 의혹을 받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과 관련해 "주식양도세를 없애 주가를 부양하겠다는 분이 이처럼 자본시장 교란과 관련된 중대 범죄 의혹에 떳떳하지 못하면 그거야말로 양두구육 아니겠냐"고 지적했다.
윤 후보는 "그 부분에 대해 다 해명을 했다"고 답했지만, 심 후보는 "대선 후보로서 이런 의혹이 제기되는 것만으로도 국민께 죄송해 하고, 모든 의혹에 성실하게 답할 의무가 있다"고 받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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