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3불'이 주권 포기? 진짜 주권 포기는 따로 있다

[정욱식 칼럼] 윤 후보의 <포린어페어스> 기고문을 읽고(하)

경북 성주에 배치된 사드와 관련해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말이 있다. 중국의 반대는 '한국의 주권 침해'이고 문재인 정부가 3불(不) 입장을 밝힌 것은 '안보 주권 포기'라는 공세가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프레임은 2017년 10월부터 최근 대선 후보 토론회까지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뿐만 아니라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까지 '3불 입장'을 비난하면서 폐지를 공언하고 있을 정도로 말이다.

윤 후보가 <포린어페어스>에 기고한 글에도 이러한 입장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는 "한국이 중국의 경제 보복에 굴복하며 안보 이익을 희생시켰다"며, "중국을 달래기 위해 이른바 '3불 입장'을 선언하면서 중국의 굴종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3불 입장은 안보 위협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할 정부의 주권을 저버린 것"이라며, "북한의 미사일 위협 증가에 비례해 사드를 추가 배치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논란이 되고 있는 '3불 입장'이란 2017년 10월 30일 국회에서 강경화 당시 외교부 장관이 밝힌 것으로 "대한민국 정부는 사드 추가 배치를 검토하지 않고 있고, 미국의 미사일방어체제(MD)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으며, 한·미·일 3국 간의 안보 협력이 3국 간의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뜻한다.

그런데 이러한 입장은 이명박-박근혜 정부도 줄곧 밝혔던 바이다. 사드 배치가 한국의 미국 MD 참여와 한미일 삼각동맹으로 가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도 박근혜 정부는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문재인 정부가 '3불 입장'을 공식적으로 재확인한 것은 2017년 9월 사드 배치로 인해 악화일로를 걸었던 한중관계를 복원하기 위해 나온 것이다.

현실적으로 더 중요한 문제도 있다. 최근 대선 후보들 사이에서 사드 추가 배치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정작 미국의 움직임은 다른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현재로선 한국에 사드 추가 배치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면서 사드를 다른 MD 체계와 연동해 '글로벌 MD'의 일환으로 삼으려고 하고 있다. 사드 포대를 글로벌 MD 체계의 '두뇌'에 해당하는 지휘통제전투관리통신(C2BMC)과 연동시키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특히 펜타곤은 이러한 글로벌 MD가 "중국과 러시아와 같은 고도의 전투 능력 보유국에 대응하기 위한 핵심 교전 전략인 합동전면지휘통제(joint-all domain command-and-control, JADC2) 네트워크와 고도로 연결되어 있다"고도 밝히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이 가시화되면 사드 논란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된다. 미국은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면서 "북한의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오로지 한국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라고 약속했었다. 그런데 최근 미국은 사드를 글로벌 MD의 일환으로 삼고 그 대상으로 중국과 러시아까지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미국이 약속을 뒤집는 것일 뿐만 아니라 한국의 안보 이익과 주권도 침해하는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영토에 배치된 미국 사드가 중국과 러시아까지 염두에 둔 형태로 업그레이드되면 우리는 우리의 의사와 무관하게 강대국들 사이의 경쟁과 분쟁에 휘말릴 수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돌이켜보면 사드가 중국 및 러시아까지 겨냥하는 '글로벌 MD' 일환으로 진화할 것이라는 점은 사드 배치 당시부터 상당 부분 예견된 것이었다. 2017년 미국 국방부 예산서를 보면 "특수화된 통신 및 레이더 소프트웨어의 제공에 힘입어 사드 포대는 MD 체제의 C2BMC 시스템과의 직접 통신이 가능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나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사드 배치를 졸속으로 결정한 박근혜 정부도, '재검토'를 공약했던 문재인 정부도 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이 사이에 미국은 한국 경찰의 엄호를 받으면서 관련 장비와 물자를 계속 반입해 사드 업그레이드를 계속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사드를 비롯한 MD가 북한은 물론이고 중국과 러시아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대선 후보들이 경쟁해야 할 것은 사드 추가 배치를 둘러싼 소모적인 논쟁이 아니라 이미 배치된 사드에 대한 주권적 통제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에 두어야 한다. 이 문제를 방기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심각한 '주권 포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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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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