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가전 업체들, 지구온난화 영향 끼치는 냉매 관리 엉망

[함께 사는 길] 환경부, 국감에서 개선 방안 찾겠다더니 1년째 감감

냉매란 에어컨, 냉동·냉장기기 등에서 주변의 열을 낮추려는 목적으로 사용되는 물질이다. 냉매는 오존층 파괴 및 지구온난화 등 기후와 생태계 변화를 유발한다. '몬트리올 의정서'에서 오존층 파괴를 불러오는 프레온 가스(CFC, 1세대) 사용을 중지시킨 것을 시작으로, 그 대체재로 개발된 2세대 냉매(HCFCs), 3세대 냉매(HFCs) 또한 지구온난화에 심대한 영향으로 끼치기 때문에 기후변화협약에 의해 규제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냉매의 배출을 줄이고 회수·처리하는 등의 적정한 관리를 위해, '대기환경보전법'에 냉매관리 의무 조항을 마련하여 2018년 11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줄줄 새는 냉매 관리 구멍

2016년 10월 제28차 '몬트리올 의정서 당사국총회'에서 HFC를 감축하기 위한 '키갈리개정서'를 채택했다. 개정서에 따라 한국을 포함해 중국, 브라질, 아프리카 등 137개국은 2024년부터 HFC 계열 사용 규제를 시작해 2045년까지 HFC 양을 2024년 대비 80%까지 감축해야 한다. 키갈리 협약은 기후 관련 단일합의 중 역대 최대 규모의 온도저감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관련 업계에서는 협상안대로 HFC가 감축되면 21세기 말까지 지구 온도 상승폭을 섭씨 0.44℃까지 줄일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2020년 국내에 잔존해있는 2세대 냉매(HCFCs)와 3세대 냉매(HFCs)의 양은 대략 3만5000톤이며 이를 이산화탄소로 환산하면 약 6300만 톤CO₂eq에 달한다. 이는 2018년 국내 온실가스 총 배출량이 727.6백만 톤CO₂eq이므로 냉매가 차지하는 온실가스 인벤토리는 연 배출량의 약 9%에 해당한다.

▲ 표1. 국제협약에 의해 규제되는 냉매 종류. ⓒ함께사는길

2020년 국정감사에서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702019년 냉매의 연평균 생산량(제조+수입) 대비 회수 실적은 3년 평균 약 0.76%로, 1%가 채 되지 않았다. 환경부는 사실상 냉매 관리에 손을 놓고 있는 셈이다. 불소계 온실가스는 온실가스 목표 관리제에서도 빠져 있어 배출량과 감축량이 관리되지 않고, 규제도 받지 않아서 안호영 의원은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제도의 보고 의무를 강화해 온실가스 감축의 관점에서 냉매 관리 제도를 운용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 표2. 2017~2019년 냉매의 연평균 생산량(제조+수입) 대비 회수 실적. ⓒ함께사는길

냉매류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소하기 위해 크게 두 가지 방안, '냉매 재생'과 '냉매 전환'이 논의되고 있다. 냉매 재생의 경우 제품 내 사용 후 냉매를 수거 및 재생해 재사용함으로써, 냉매의 수입량을 직접적으로 감소시켜 온실가스 배출량을 직접적으로 저감하는 것이다. 냉매 전환은 지구온난화지수가 낮은 냉매로 재충전하거나 이를 사용하는 냉각시스템으로 전환하는 방안이다.

사용 후 냉매는 폐냉매로 분류되며 국내에서 발생한 폐냉매물질은 발생원에 따라 '가전제품회수폐냉매물질', '자동차회수폐냉매물질', '공조기회수폐냉매물질', '그 밖의 폐냉매물질'로 나눠진다. 이 중 '가전제품', '자동차', '공조기'에서 회수된 냉매는 기후변화 대응 측면에서 폐냉매의 관리 및 회수·처리를 의무화하고 있으나 아직 현장에서는 제대로 실시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자동차와 가전 냉매, 대기업 관리 실태 엉망

기후변화센터는 지난 11월 환경데이터 플랫폼의 데이터를 활용하여 정리한 '폐냉매 재활용 현황조사 보고서'를 배포했다. 냉매는 크게 '가전제품, 자동차, 공조기'에 사용되는데 주요 기업들의 처리 실태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현대·기아차는 2017년 하반기 출고 차량부터 친환경 에어컨 냉매(R1234yf)를 단계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수출용 차량에만 사용했고 내수용 차량에는 HFC 계열의 R134a를 사용했다. R134a는 이산화탄소보다 지구온난화지수(GWP)가 1300배 높다. 국토교통부의 자동차 등록 현황을 살펴보면 2017년 말 기준 2253만 대이다. 그리고 이들 자동차에 충전된 냉매량은 1만138톤으로 추정된다(승용차 1대 평균 냉매 충전량 450g 기준). 이들 기존 차량은 현재 신차로 교체되면서 폐차 처리되거나 또는 해외로 수출되고 있는데 폐차 처리할 때는 반드시 냉매를 회수해서 처리해야 한다. 실제로는 어떨까?

2020년 폐차 등록수는 95만 대이고 수출을 제외하고 법적으로 회수 처리가 되어야 할 차량은 약 69만 대로 약 216톤의 냉매가 회수됐어야 한다. 그런데 실제로 2020년 폐차에서 회수 처리된 폐냉매는 77톤에 불과했다. 나머지 139톤의 냉매는 대기로 누출되었다고 계산할 수 있고 그 양은 이산화탄소 21.5만 톤CO₂eq에 해당한다.

현대차 그룹은 연간 내수 점유율이 줄곧 70% 이상을 차지해왔다. 국내는 자동자해체재활용업자가 폐자동차 인수대금을 소유주에게 지급한 경우 자동차 제조 및 수입업자는 폐냉매 회수·재활용 책임이 없다. 그러나 일본만 해도 자동차 제조 및 수입업자가 폐자동차의 폐자원을 모두 인수하여 재활용하도록 의무화했고, 재활용업자는 무조건 폐냉매를 회수하여 자동차 제조사에게 인도해야 하며 폐냉매 회수 비용 역시 제조업체에게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가전제품의 냉매 처리도 심각한 건 마찬가지다. 지난 2018년 '한국전자제품자원순환공제조합(이하 공제조합)'이 펴낸 '국내·외 냉매 규제 동향 및 전기·전자제품 폐기 단계의 냉매 회수·처리 현황'을 보면, 가정용 냉장고에는 약 176g, 정수기에는 40g, 에어컨에는 1.5kg의 냉매가 충전되어있다. 폐가전 발생 대수로 폐냉매 회수 가능량과 회수량을 산출하고자 공제조합과 한국환경공단에 자료를 요청하였으나, 2020년 연간보고서 결과만 통보받았다. 2019년 기준 폐전자제품에서 87톤의 폐냉매를 회수한 결과 CO₂ 120만 톤 배출 감량 효과 즉, 865만 그루의 소나무를 심은 효과라고 홍보를 하고 있으나, 폐가전 에어컨, 냉장고, 정수기 등의 폐냉매 회수 목표 및 실적관리 등의 현황자료는 받을 수 없었다.

더욱 심각한 것은 폐가전에서 수거·처리해야 하는 부분인데 냉매만 따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는 공제조합의 답변으로 미루어볼 때 회수 처리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폐가전 제품의 폐냉매 처리비용은 생산자와 공제조합이 협의하여 분담금에 포함하여 부담한다 했으나 처리비용 책정은 없다. 독일은 판매업자가 판매제품의 폐냉매 회수와 처리를 의무화하고 있다. 일본은 제품 생산량 및 수입량의 목표관리제를 실시하며 재사용 및 대체물질 적용계획을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제품에 충전된 냉매는 시간을 두고 서서히 배출되기도 해서 재충전이 필요한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재충전용 일회용 냉매용기를 연간 7.8만개, LG전자는 6만 개, 오텍 캐리어는 1만 개를 사용한다고 밝혔다. 일회용 충전냉매용기는 충전 후에도 용기 속에 냉매 0.7kg이 남아있어 회수 또는 파괴처리를 해야 한다. 그런데 일회용 냉매충전 용기를 적정처리하는 업체는 LG전자가 유일했다. 삼성전자에 확인한 결과, 삼성전자는 회수처리를 하고 있지 않았으며, 보고서 작성이 시작된 이후 연내 처리 프로세스를 구축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행정부, 냉매 관리 개선 의지 있나

지난해 국감에서 개선 방안을 찾겠다던 환경부 관계자의 답변과 달리 1년이 지난 지금도 개선 방안은 전무하다. 여러 부처가 걸려있어 통합적 관리 방안 수립이 쉽지 않다는 답변이다. 위험물질 관리과 실효성 있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폐냉매 회수처리는 의무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제도의 시급한 개선과 폐냉매 처리 업체의 육성과 지원이 절대적이다. 그리고 주요 제조사인 대기업들은 국내의 허술한 규제를 지키는 차원이 아니라 글로벌 규제 수준에 맞는 자발적 실천 노력을 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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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함께 사는 길>은 '지구를 살리는 사람들의 잡지'라는 모토로 1993년 창간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생태적 약자를 위한 보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보도라는 보도중점을 가진 월간 환경잡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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