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면 어떻고, 아시아면 어떤가

[우수근의 아시아 워치] 신(新) 열하일기 (14)

중국에 머무는 동안, 나는 아프리카와 다른 국가의 아시아인들에게 한국음식을 몇 번 대접했다. 10월의 어느날엔 우리의 대표적인 먹거리인 삼겹살을 소개했다. 그런데 이슬람교인은 돼지고기를 먹지 않았고, 또 음주를 하지 않는 참가자들도 있어 일단 6명만 초대했다.

참고로 중국은 코로나 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로 인한 인원 제한 등이 없다. 확진자가 나온 지역만 마스크를 착용한다.

오랜 만에 삼겹살에 달걀찜, 김치전과 막걸리가 테이블 위를 가로지르면서 분위기가 점점 흥겨워져 갔다. 그러던 중 함께 있던 동료가 참가자들이 모두 모여 있는 단체 채팅방에 목요일 행사에서 축사를 할 사람을 뽑는 투표함이 만들어졌다는 것을 발견했다.

▲ 한국 요리가 나오는 식당에서 참가자들과 함께. ⓒ우수근

누가 축사를 하고 주빈을 하는지에 대해 이미 한 차례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나는 별다른 생각 없이 무심하게 지켜보기만 했다. 그런데 동료들은 내가 1등이라며 축하해줬다.

프로그램에 참가한 사람들은 다수의 아프리카인과 10명이 안 되는 아시아인들로 구성됐는데, 그 중 동북아시아인은 필자 한 명이었고, 더구나 중국에서 오랫동안 생활해왔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문제를 이것저것 도와주다 보니 생긴 결과였다.

그런데 채팅방에서의 투표는 투표 용지를 바꾼다며 두 번이나 다시 진행됐다. 그러자 테이블에 있던 사람들은 왜 자꾸 투표 용지를 바꿔서 투표를 다시 하는 것이냐며 격앙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같이 있던 사람들에게 이번 프로그램에서 어떤 일에도 관여하지 않을 것이고, 프로그램에 참가한 여러분들과 돈독한 관계를 맺는 것에 집중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리고 대표가 누가 되는지에 신경쓰기 보다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사람들이 함께 만날 수 있는 이번 기회를 통해 'AAA'(Africa Asia Association, 아시아-아프리카 연합)이라는 소모임을 만들어보자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모임에서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한 아프리카인을 추천했고 다른 사람들도 흔쾌히 동의했다. 이렇게 해서 결국 목요일 행사에서의 정식 개막식에서는 그가 성공적인 축사를 대신했다. 덧붙여 대표와 주빈 문제 때문에 시비를 걸던 다른 아프리카 출신 사람들은 행사에 참석하지도 않았다.

▲ 부르키나파소에서 참석한 참가자가 행사 축사를 하고 있다. ⓒ우수근

인생 50대 중반에 새로이 가깝게 더불어 지내게 된 아프리카 사람들로부터 인종이나 문화, 언어와 관습 등은 다 달라도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다는 진리를 새삼 다시 느꼈다. 범사 진리는 어디를 가나 다르지 않다. 작은 것을 내려 놓고 크게 생각해야 더 커질 수 있고 더 다져질 수 있다.

문제는 실천 여부인데, 그 또한 자신에게 달려 있음도 어디를 가나 똑같다. 이 조그만 그룹 안에서, 게다가 이 짧은 기간에 변치 않는 세상사를 압축적으로 절감하고 있다. 너무나 감사하고 또 감사할 따름이다.

* 우수근 교수는 <한중글로벌협회> 회장 및 중국 관련 인터넷 전문 매체인 <아시아팩트뉴스>를 발행하고 있습니다. 위 글은 <아시아팩트뉴스>에 연재됐던 '우수근의 신열하일기'를 새롭게 가감수정하여 게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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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근

우수근 교수는 일본 게이오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뒤 미국 미네소타대 로스쿨을 졸업했습니다. 상하이 화동사범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거친 뒤 상하이 동화대학교 교수를 역임했습니다. 저서로는 <미국인의 발견>, <캄보디아에서 한‧일을 보다> <한국인 우군의 한‧일의 장벽이란 무엇인가>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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