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 관련 황당한 보도 언제까지 계속할 것인가

[안종주의 안전사회] 이런 혹세무민 보도를 하는 언론 한국 밖에 없을 듯

우리 언론이 황당무계한 주장을 근거로 백신 기피와 방역패스의 부당성을 부추기는 보도를 하고 있다. 3일 다수 언론사가 어느 가족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글을 소개하며 ' "술, 담배 안하는 아빠 백신 맞고 위암 4기 판정" 호소'기사를 내보냈다. 뉴스통신사, 신문, 방송 가리지 않고 보도를 했다.

포털 다음에서 관련 기사를 검색해 분석해보았다. 가장 일찍 보도한 곳은 <데일리안>이었다. 이 인터넷언론사는 2일 오후 6시28분께 "술 담배 전혀 안 한 아빠, 모더나 2차 접종 후 위암 4기 판정 받아"란 제목으로 첫 기사를 내보냈다. 그리고 3일 오전 10여개 언론사가 같은 내용을 일제히 기사로 다루었다. 뉴스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아시아경제> "술 담배 안 한 아빠 백신 맞고 위암 4기 판정" 가족의 호소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사연 올라와가족 "백신 맞고 암걸렸다" 주장

<파이낸셜뉴스> "술·담배 안 하는 父, 모더나 2차 접종 후 위암 판정" 靑 청원

-"당뇨약 복용 중이지만 다른 질병 없이 지내셨다. 2차 접종 마친 날부터 건강 악화" 주장

<MBN> "술·담배 안 하는 아빠, 모더나 2차 접종 후 위암 4기 판정 받아"

-"백신 접종 후 몸무게 5kg 빠지더니 암 판정, 늘 건강했던 아빠..혼자서 아무것도 못 해"

<세계일보> "술·담배 안 하는 아빠, 모더나 접종 후 위암 4기 판정 받았습니다"

<매일경제> "술 담배 안하는 아빠, 모더나 맞고 위암 4기 도와달라" 청와대 청원

<이데일리> "술·담배 안 하는 아빠, 모더나 맞고 위암 4기 판정" 靑청원

<머니투데이> "술·담배 전혀 안하는 아빠, 모더나 2차 접종 후 위암 4기 판정"

<뉴시스> "가족에 헌신하던 만능 아빠, 접종 후 위암 4기" 靑 청원

<중앙일보> "술 담배 안 한 아빠, 모더나 맞고 5kg 빠지더니 위암 4기 판정"

언론사 10여 곳 "백신 접종 석 달 만에 위암 4기 판정" 청와대 청원 보도

이 가운데 <중앙일보>는 청와대 청원의 내용을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술과 담배를 하지 않는 아버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모더나 백신을 2차까지 접종한 후 위암 4기 판정을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달 3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술, 담배 안 하는 아빠는 모더나 접종 이후 갑작스러운 위암 4기 판정을 받았습니다.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 A씨는 "아버지는 본인의 건강을 위해 꾸준히 관리하시고 매년 건강 검진을 받았다"며 "8년 전 당뇨 판정을 받아 현재까지 당뇨약을 복용 중이지만 외에는 다른 질병 하나 없이 지냈다"고 주장했다.

A씨에 따르면 A씨 아버지는 지난해 7월29일, 9월9일 두 차례 모더나 접종을 마쳤다. 1차 접종 당시 약간의 근육통 정도만 있었으나 2차 접종한 날 오후부터 두통과 근육통, 어지럼증에 속 쓰림이 지속됐고 약을 처방받아 복용했으나 갑자기 몸무게가 5kg이 빠졌다고 한다.

A씨는 "이상하다고 생각돼 10월23일 동네병원서 내시경 검사를 했더니 '위암일 것 같다'고 큰 병원을 가보는 게 좋겠다고 해 큰 대학병원에 갔다"며 결국 위암 판정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수술 진행을 위해 MRI검사와 피검사 등을 했더니 이미 암은 림프까지 전이돼 수술이 미뤄졌다"며 "2주 후 더 정확한 검사 결과 암은 간까지 전이됐다. 전이가 빠르게 진행돼 항암치료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중략)

A씨는 아버지의 위암 판정이 코로나19 백신과 연관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에서 백신 패스(방역 패스) 등으로 접종을 강제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을 재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늘 건강했고 가족을 위해 헌신했고 만능이었던 아버지는 이젠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 됐다. 아버지가 예전처럼 다시 힘을 낼 수 있게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누리꾼, 일제히 "아무거나 기사 쓰니깐 이게 기자인지…" 등 비판

이 기사를 본 누리꾼들은 일제히 조롱 섞인 비판 댓글을 달았다.

"엊그제 울집 앞에서 교통사고 났는데 이것도 백신 맞고 교통사고 난건가." "상식적으로 이게 말이 되냐..." "아무거나 기사 쓰니깐 이게 기자인지.. " 어이가 없다..어이가 없어... 이걸 기사를 쓴 사람이나...데스크는 뭐하는 줄 모르겠다..." "의사한테 물어보고 기사는 쓰냐...상식적으로 저게 말이 되냐..." "이러고 백신부작용 분위기 조성할려고 하는 줄은 알겠는데 이건 뭐..너무 ** 하다는 생각이 든다..." "백신 맞고 위암4기?? 차라리 백신 맞고 교통사고도 쓰지" "3개월만에 4기로??" "억지도 이런 개억지가 없네.. 위암인지 모르고 있다가 아파지니 알게 된 거겠지.." "모든 병의 근원은 백신일 듯" "상식선에서 기사 좀 써라...무슨 공상과학을 쓰고 자빠졌냐?"

청원을 제기한 호소인의 비상식적인 주장을 비판한 내용도 있지만 대다수는 이를 보도한 언론에 비판의 화살을 돌렸다. 암이 형성돼 4기로까지 진행되고 또 몸 곳곳으로 전이가 되려면 적어도 1년 이상 몇 년이 걸린다는 사실을 기자와 데스크가 모를 리 없다. 하지만 백신과 암(우리나라 사망원인 1위)이라는 독자의 눈길을 끌만한 요소가 있다고 판단해 일제히 기사를 다룬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코로나 대유행이라는 매우 민감하고 다수 국민이 불안해하는 상황에서 이런 유형의 기사는 '기레기'란 소리를 듣기 딱 좋다. 만약에 백신 맞고 석 달 만에 위암 4기가 될 가능성이 0.0001%라도 있다면 몰라도 가능성이 제로라면 보도하지 않는 게 정상적 언론이 취할 태도다. 아니 청원인을 비판하는 기사를 내보내야 한다.

이런 혹세무민 보도를 하는 언론 한국 밖에 없을 듯

집안에 청천벽력 같은 아픔이 있다고 이런 주장을 공공연하게 하고 또 이를 많은 언론사가 일제히 다루는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지 않을까. 그렇다면 왜 유력 언론사까지 나서 이런 보도를 하는 것일까? 다른 언론사가 보도를 하니 아무 생각 없이 덩달아 유사 보도를 했다면 정말 '언론인' 내지는 '언론사'란 이름으로 일하는 것을 부끄럽게 여겨야 할 대목이다. 누리꾼들도 다 아는 것을 언론인만 모르고 있다는 게 말이 되는가.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첫 보도를 한 <데일리안>의 기사 가운데 "또한 '정확하지 않은 예방효과와 백신으로 인해 중증병과 심하게는 사망까지 이르는 상황에서 개인과 그 가족의 슬픔과 피해를 과연 누가 보상을 해주고 누가 책임져 줄 수 있는지 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란 부분과 <중앙일보>의 "(청원인이)그러면서 정부에서 백신 패스(방역 패스) 등으로 접종을 강제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을 재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에 보도 목적이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동안 일각에서 정부의 방역 정책에 맞서 줄기차게 방역패스, 특히 청소년 방역패스 도입을 반대해왔고 백신 접종 후 사망 내지는 이상 증상에 대해 인과관계를 따지지 말고 정부 보상을 확대하라는 주장을 강조해온 언론사들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이야기를 한 청원인의 입을 빌려 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언론은 언제까지 코로나 백신 관련 황당한 뉴스를 전할 것인가. 언론이 바로 서지 않으면 코로나 없는 세상은 매우 더디게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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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주 박사는 <한겨레> 보건복지 전문기자를 지냈으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안종주의 위험 사회' '안종주의 건강 사회' '안종주의 위험과 소통' 연재 칼럼을 써왔다. 석면, 가습기 살균제, 메르스 등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보건 및 환경 보건 위험에 관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석면, 침묵의 살인자> <위험 증폭 사회> 등 다수가 있으며,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코로나 전쟁, 인간과 인간의 싸움> <코로나19와 감염병 보도 비평>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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