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윤석열 외교안보 참모 "억제력 강화" 이구동성

[정욱식 칼럼] 남북관계·민생·기후 위기 대처법은?

대통령 선거가 약 7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책과 비경이 엄중해지고 있는 반면에, 이에 대한 관심은 높지 않다. 전이 실종되고 있다는 개탄이 곳곳에서 나온다. 특히 남북관계와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 환경이 엄중해지고 있는 반면에, 이에 대한 관심은 높지 않다.

이런 가운데 <경향신문>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대선 후보들인 이재명, 윤석열 캠프의 핵심적인 외교정책 책임자들과 인터뷰를 갖고 내용을 소개했다. 인터뷰에는 이재명 캠프의 위성락 실용외교위원회 위원장과 윤석열 캠프의 김성한 외교안보정책본부장이 참여했다.

물론 이들의 답변이 대선 후보의 생각과 100% 동일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 대선 공약과 집권 후 정책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무 경험과 학식을 두루 갖춘 두 전문가의 답변을 통해 차기 정부 정책의 윤곽은 잡아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차기 정부의 정책은 '만들어진 것'이라기보다는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검증과 공론화를 통한 진화가 필수적이다.

두 캠프 담당자들의 답변을 보면 눈에 띠는 대목이 있다. 이구동성으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한 억제력(혹은 억지력) 강화를 역설한 부분이다. 이와 관련해 위성락 위원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북핵이나 미사일 위협에 대해서는 적절한 억지력을 갖는다는 것이 기본이다. 주가 되는 것은 한국 자체의 억지력이고 이에 한미동맹이나 국제공조 등을 통한 억지력을 더한다는 구상이다. 억지력의 기반 위에 평화를 구축하고, 다시 그 바탕 위에 협상·대화를 풀어간다는 구조다. 만약 여의치 않으면 제재·압박이 더해진다.

다시 말해 모든 대처의 기초는 억지력이다. 억지력 없는 협상은 있을 수 없다. 그중에서도 우리 스스로 확보할 수 있는 억지력을 최대한 높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성한 본부장의 답변은 아래와 같다.

"우리도 억제에 상당한 비중을 줘야 한다. 대량응징보복(KMPR) 전력을 갖추거나 정찰·감시 자산을 확보해 효과적인 보복이 가능하게 할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9·19 군사합의에 비판적 입장이다. 군사분계선 남북 10~15㎞ 상공에 비행금지구역이 설정됐다.

이 때문에 노무현 정부 이후 많은 돈을 들여 개발한 정찰·감시 전력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 앞으로는 북한이 남북관계를 주도하지 못하게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우리의 억제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두 사람의 답변 취지는 대북 억제력을 강화해 평화를 유지하고 이에 기초해 대북 협상에 나서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매우 상식적인 얘기처럼 들릴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매우 모순적인 얘기다.

대북 억제력 강화는 한미동맹 강화와 한국의 자체적인 군비증강을 핵심 축으로 한다. 두 캠프 역시 이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차기 정부가 대북 억제력을 더욱 강화한다면 북한도 핵과 미사일에 기반을 둔 억제력 강화로 맞불을 놓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지금까지 그랬듯이 말이다. 이는 곧 한국의 한미동맹 강화 및 군비증강 노선이 비핵화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기보다는 오히려 군비경쟁과 안보딜레마를 격화시킬 소지가 매우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결과는 대화와 신뢰를 통한 공고한 평화가 아니라 억제와 억제가 맞부딪치는 불안한 평화 내지 군사적 긴장으로 나타날 것이다.

물론 이러한 지적이 대북 억제력이 불필요하다는 취지는 결코 아니다. 이제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의 함정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취지이다. 억제는 상대방에게 보복 의지와 능력을 보여줘 무력 공격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손해가 더 크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데에 있다.

한국은 세계 최강 미국과 동맹관계에 있고 주한미군도 존재한다. 또 막대한 국방비를 투입해 군사력도 세계 6위권으로 올라선 상황이고, 특히 대북 보복의 핵심 전력인 미사일과 공군력이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정보 능력을 보더라도 북한은 '안대'를 끼고 있는 수준이라면 한미동맹은 '고성능 망원경'으로 북한을 감시하고 있다. 이미 한미연합전력과 한국군의 대북 억제력은 충분하다는 것이다.

누누이 강조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이 실패하고 있는 핵심적인 원인은 국방정책과의 불일치에 있다. "북한의 평화를 지켜주는 것은 핵무기가 아니라 대화와 신뢰"라고 하면서 "한국의 평화를 지켜주는 것은 강력한 한미동맹과 국방력 건설"이라는 이중잣대를 빼놓고서는 오늘날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교착 상태를 설명하기 어렵다.

사정이 이렇다면, 대선 캠프들은 이구동성으로 억제력 강화를 외칠 것이 아니라 억제력 강화, 즉 군비증강의 득실부터 냉정하게 따져볼 수 있어야 한다. 이미 압도적인 대북 우위에 있는 군사력을 더욱 강화할 경우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에 미칠 영향은 무엇인지 자문해봐야 한다.

군비증강의 득실관계는 여기에 국한되지 않는다. 만약 차기 정부가 5년간 연 국방비를 50조원 규모로 동결한다면, 국방중기계획에 비해 약 70조원의 예산 절감이 가능해진다. 이는 도탄에 빠진 민생을 구제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에 소중한 재원이 될 수 있다. 또 군사 활동의 축소는 지구안보의 주적인 기후 위기 대처에도 기여할 수 있다.

그렇다. 군비증강 자제는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뿐만 아니라 민생과 기후 위기 대처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만 볼 것이 아니라 남한 무기고에 쌓여가는 첨단 무기들도 볼 수 있어야 한다. 대선 후보와 캠프 관계자들이 꼭 유념했으면 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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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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