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베이징 올림픽의 메인 스타디움 옆에 새로이 들어선, 그야말로 '중국스럽게' 엄청 큰 <중국 공산당 역사 박물관>에 다녀 왔다. 2021년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기념해서 완공된 지 얼마 안되는 그 곳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외국인 동료들과 모두 함께 다녀 온 것이다.
그 엄청난 규모와 방대한 자료 등을 본 외국인 동료들은 놀라며 신기해 한다. 하지만 그들과 함께인 나는 마음마저도 함께하진 못했다. 내심 어딘가 불편하다. 찜찜하다. 왜 그럴까? 나는 왜 다른 동료들처럼 재미있어하며 연신 카메라를 들이대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아무래도 '대한민국' 사람이기 때문에 그렇지 않을까?
중국은 지난 시기 이념적으로 대립하며 6.25때는 총부리마저 겨누었던 나라다. 그리고 현재도 여러모로 "거칠고 호전적이기만 한", 그래서 도무지 다가가기 쉽지 않은 나라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이러한 인식은 기본적으로 공유할 것이다.
중국에 대해서는 어려서부터 줄곧 그렇게 교육받아 왔다. 지금도 한국의 대부분의 언론 매체는 이러한 관점을 토대로 부정적인 보도를 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이성적인 자세로 상대를 바라봐야 한다는 생각에 최대한 '역지사지'하기로 마음을 잡으려 애썼다. 일단 중국인의 입장이 되어 박물관을 둘러보기로 했다.
박물관에는 평일 낮 시간대 임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인파로 붐볐다. 중국에는 정말 사람이 많은 게 맞는 것 같다. 밖의 도로에도 차량이 붐벼서 입장도 한참을 기다려 겨우 들어 왔는데, 박물관 안에도 사람이 이렇게 많으니 말이다.
중국에 대해 비판만 하려는 사람들은 "공산당에서 강제로 동원시킨 사람들이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중국인들의 즐거워하는 모습이나 자랑스러워 하는 모습 등을 보면, 단순히 공산당의 강요로 온 인해전술만은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현재 중국 공산당에 대한 중국인들의 지지는, 이미 몇 번 말했지만, 과거 전례가 없을 정도로 대단한 것 같다. 중국 현지에서 남녀노소 불문하고 학교에서, 도로에서, 식당에서 그리고 상점 등에서 직접 접한 불특정 다수의 중국인들로부터 속속 확인되는 모습이다.
아직도 많이 부족하지만 중국 생활을 15년 이상 해오면서 "그 나라의 민심은 다양한 현장에서 일반 국민들로부터 직접 채집해야 한다"는 것을 이미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고 또 나부터도 적극 실천해오고 있다.
나는 책상 머리의 '손 공부'보다는 현장을 주유하는 '발 공부'를 더 중시한다. 일단의 학자나 전문가들 또는 해당 분야 관료들과의 교류만으로 나의 의견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이러한 관시각에서 코로나 19 이후 1년 8개월 만에 다시 중국을 찾으니 공산당에 대한 일반 중국인들의 지지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중국인들의 중국 공산당에 대한 호감은 "내가 어렸을 때는 자전거 한 대 구입하기도 쉽지 않았는데 지금은 웬만한 집이면 자동차 한 대씩은 다 있지 않은가"라는 식으로 발현되는 것 같다.
"도로도 불편하고 대중 교통도 불편해서 여행 같은 것은 잘 할 수 없었는데, 지금은 이 넓은 중국이 사통팔달이 되고 있어 너무 좋다", "몇 해 전만 해도 황사 문제나 스모그 등으로 거주 환경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정부가 강력하게 조치를 취해 지금은 그런 문제가 없다" 등등 전체적인 중국의 발전이 공산당의 덕분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에 대해 우리 사회의 중국 비평가들은 "그게 바로 중국 공산당에게 세뇌 당해서 그런 것이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여시구진' 속에 무한 변화하는 중국에 대한 이들의 '고정불변'한 유한 인식이 아닐까?
* 우수근 교수는 <한중글로벌협회> 회장 및 중국 관련 인터넷 전문 매체인 <아시아팩트뉴스>를 발행하고 있습니다. 위 글은 <아시아팩트뉴스>에 연재됐던 '우수근의 신열하일기'를 새롭게 가감수정하여 게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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