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산 시대, 오미크론을 대하는 자세

[안종주의 안전사회]

코로나19 팬데믹 유행 이후 우리나라는 최대 유행을 맞고 있다. 지난 2년 가까이 대구·경북 대유행을 시작으로 4차례의 크고 작은 유행을 겪었지만 코로나 일상 회복 방역을 펼친 이후, 즉 ‘위드 코로나’ 선언 이후 연일 나쁜 기록을 경신을 하고 있다. 하루 신규 확진자, 위중증 환자, 사망자 등 모든 코로나 위기 지표에 심각한 빨간불 경고등이 켜졌다.

12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6천689명으로 토요일 기준 최다이다. 위중증 환자 또한 최다인 894명이다. 지난 11월 1일 343명에서 3배 가까이 껑충 뛰었다. 서울·인천의 중증 병상 가동률은 90% 넘어섰다. 사실상 포화 상태다. 입원 대기 중인 환자는 1천739명에 달한다.

여기에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도 계속 늘고 있다. 12일 기준으로 15명 늘어 총 90명에 달한다. 아직 위협적인 수준은 아니지만 올 겨울 중 도는 내년 봄에 우세종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추가접종은 매우 더뎌 12.4%만이 접종을 받았다. 이에 정부는 2차 접종과 추가 접종 사이의 간격을 6개월에서 5개월→4개월→3개월로 계속 단축하는 조기 접종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전개되자 야당은 케이방역이 실패했다며 거세게 정부를 몰아붙이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전면봉쇄에 가까운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주문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추가접종, 즉 부스터 샷 준비와 실시가 매우 늦었다는 비판을 하고 있다. 비판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다시 우리의 자세를 다잡는 것이다.

청소년 방역패스, 확산 멈추기 위한 고육지책

백신 접종이 지지부진한 청소년들의 1·2차 접종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정부가 학원 등에 대한 방역패스를 적용키로 하자 이에 일부 학부모들이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반대 서명을 하는 등 집단 반발하는 일도 벌어졌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은 근거 없는 불안에 따른 개인 자유를 주장하는 것이란 비판과 함께 공동체의 안전을 우선으로 고려하지 않은 것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방역패스는 접종률을 높이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지금은 2차 접종을 마친 사람들에게 식당, 카페 등을 이용할 수 있게 하지만 추가접종 즉 3차 접종이 본 궤도에 오르는 내년 2~3월께는 그 대상은 3차 접종이 기준이 될 것이다. 현재로서는 추가접종의 속도를 높이고 자영업자들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에서 사회적 거리두기의 고삐를 죄는 것 외에는 달리 헤쳐 나갈 방도가 없다.

이와 함께 방역 당국은 오미크론 확산에 대비해 지금부터 정확한 정보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시민들과 소통해 이들이 지나친 불안감을 가지거나 낙관을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남아공에서 오미크론이 처음 문제가 되자 앞 다퉈 오미크론에 대한 지나친 공포를 조장하는 듯한 국내 언론 보도가 잇따랐다.

하지만 그런 태도는 보름 정도 지난 지금에 와서는 오미크론에 대한 지식과 정보가 조금씩 쌓여가면서 많이 누그러졌다. 남아공에서 최초로 오미크론 확진자를 발견한 의사와 미국의 파우치 등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오미크론이 생각보다 치명적이지 않으며 다만 전파력이 다소 높을 뿐이라고 지적하면서다.

오미크론은 크리스마스가 아닌 내년 여름 바캉스 선물 될 듯

아직 우리는 오미크론의 전파력, 치명률, 중증 유발률 등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전적으로 남아공 등 일부 국가에서만 오미크론이 유행 우세종이 되었고 한국을 포함해 나머지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유행하지 않거나 이제 막 확산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오미크론의 위력에 대해서 제대로 파악하려면 두세 달 정도 더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오미크론의 전파력은 기존의 델타 변이에 견줘 2~3배에 이를 것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중증 유발률과 치명률은 델타보다 훨씬 더 낮을 것이란 분석도 함께 나오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런 사실을 바탕으로 앞으로 오미크론이 유행 속도를 높여 우세종이 되면 감염자는 지금보다 더 늘어나더라도 사망자는 더 줄어들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이런 전망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 오미크론은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는 비유다. 이런 비유가 과연 적절한 것인가,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것인가를 톺아보는 것은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내년 코로나 유행의 진로를 점치는데 매우 중요하다.

감염병 병원체가 전파력도 높고 치명률도 높으면 인간의 처지에서는 최악이다. 하지만 감염병의 역사에서 이런 특성을 지닌 감염병은 대유행을 오래 지속하지 못했다. 대부분 치명률이 높으면 전파력이 낮고 치명률이 낮으면 전파력이 강한 특징을 보였다. 현재까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진화, 즉 변이는 치명률이 낮아진 반면 전파력은 강해지는, 이른바 정통 경로를 걷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만약 오미크론의 전파력이 기존 델타보다 3배 더 높고 치명률은 3분의 1 수준이라면 확진자 수가 3배 더 늘어도 절대 사망자 수는 같아진다. 치명률이 높아진다는 것은 위중증 환자가 생기게끔 만드는 바이러스의 독성이 그만큼 강하다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서는 물론이고 우리보다 더 일찍 오미크론이 유행한 국가에서도 오미크론 감염으로 사망자가 이전보다 증가했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다행이다.

지금 중요한 것은 추가접종과 기본 방역 수칙 준수

오미크론에 감염된 사람들은 대다수가 기존 감기와 비슷한 증상을 겪는다고 전해졌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4일 아직 오미크론 변이 관련 사망 보고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존 1·2차 접종을 받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오미크론 변이에 돌파감염이 될 가능성은 기존 변이보다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추가접종을 하면 이런 돌파감염을 75% 가량 막아줄 수 있다고 한다. 추가접종의 중요성이 도드라지는 대목이다.

코로나19 유행과 관련해 모든 사람에게 가장 큰 선물은 감염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감염되더라도 사망하지 않는 것이다. 오미크론은 사망 측면에서만 선물이 될 수 있다. 만약에 하나 오미크론의 치명률이 델타의 3분의 1 이하가 된다면 불행 중 다행이다. 3분의 1이 아니라 10분의 1 또는 그 이하 수준이 된다면 진짜 선물이 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크리스마스가 아니라 그 시기는 내년 여름 바캉스 시즌 쯤 될 것이다.

지금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것은 오미크론이 언제 선물처럼 다가올 것인가가 아니라 연말연시를 맞아 들뜨지 않고 방역의 정석을 잘 지키는 것이다. 실내에서는 마스크를 잘 쓰고 많은 사람이 모이는 것을 삼가며 틈나는 대로 손을 잘 씻는 것 말이다. 그리고 백신 부작용 등을 걱정해 기본접종이든, 추가접종이든 기피하는 어리석음에 빠지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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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주 박사는 <한겨레> 보건복지 전문기자를 지냈으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안종주의 위험 사회' '안종주의 건강 사회' '안종주의 위험과 소통' 연재 칼럼을 써왔다. 석면, 가습기 살균제, 메르스 등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보건 및 환경 보건 위험에 관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석면, 침묵의 살인자> <위험 증폭 사회> 등 다수가 있으며,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코로나 전쟁, 인간과 인간의 싸움> <코로나19와 감염병 보도 비평>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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