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충돌하면 '한미 작계' 어떻게 작동할까?

[정욱식 칼럼] 더 강해진 '동맹의 체인', 한국 운명은 어디로…

콜린 칼 미국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이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그는 12월 8일 미국의 온라인 뉴스매체인 <디펜스원>이 주최한 화상 대담에서 "이 계획은 북한뿐만 아니라 솔직히 역내 다른 도전들에 의해 제기된 위협의 진화를 감안할 때 계속 발전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이 계획"이란 12월 초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양국 국방장관이 승인한 새로운 전략기획지침(SPG)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해 SCM에는 SPG가 "한미동맹에 대한 북한의 위협을 보다 효과적으로 억제하고, 필요시 대응을 위한 군사작전계획에 지침을 제공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그런데 칼 차관은 "솔직히 역내 다른 도전들"을 언급했다. 미중관계의 동향을 고려할 때, 이는 중국을 의식한 발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또 "이는 동맹국인 한국과 계속되는 계획과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돌아가는 크랭크의 다음번 회전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기존의 한미동맹이 주로 북한을 상대하는 것이었고 앞으로도 그러하겠지만, "다음번 회전"에는 중국에 대처하는 방향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해석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미중 갈등의 핵심 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는 대만 문제와 관련해 SCM 최초로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확인하였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도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해준다.

그렇다면 "역내 다른 도전들에 의해 제기된 위협의 진화"와 관련해 새로운 전략기획지침과 이를 뒷받침하는 새로운 작전계획에는 어떤 내용이 담길까? 이는 기밀 사항이어서 추측의 영역에 속하지만, 최근 흐름을 종합해볼 때 몇 가지 내용을 짚어볼 수 있다.

▲ 서욱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이 2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제53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회담을 마치고 브리핑룸에서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먼저 총론 수준에서 한미연합위기 관리 범위에 '미국 유사시'가 포함되었거나 이러한 방향으로 논의가 전개되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미국은 이전부터 '한반도 유사시'로 국한된 연합위기 관리 범위에 '미국 유사시'도 포함되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위에서 소개한 미 국방차관의 발언을 보면 이러한 요구가 관철되었을 공산이 크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도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이와 관련해 폴 라캐머라 주한미군 사령관은 2021년 5월에 "인도태평양 사령부의 우발 계획과 작전 계획에 주한미군의 능력을 포함시키는 것을 옹호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는 대만 해협에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거나 실제 충돌 발생시 주한미군을 투입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주한미군의 주요 전력이 차출되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하나는 '주한미군의 공백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이다. 이와 관련해 라캐머라는 한국군과 유엔사령부가 대처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는 곧 주한미군 차출시 한국군과 유엔사의 대처 방안, 그리고 미국의 '제한적인' 증원전력 활용 방안이 한미의 새로운 전략기획지침과 작계에 포함되고 있을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한다.

상황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주한미군이 중국을 겨냥해 투입되면 중국도 주한미군에 보복을 경고하거나 실제로 보복에 나설 수 있다. 주한미군은 '미군'이지만 '한국'에 주둔하고 있기에 중국의 주한미군에 대한 보복은 한국과의 확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미의 새로운 전략기획지침과 작계에 이러한 시나리오도 포함될 것이라 보는 이유이다.

이와 관련해 주목할 것이 있다. 바로 미사일방어체제(MD)이다. 미중 충돌시 주한미군이 투입되어 중국의 보복 가능성이 높아진다면, 한미동맹은 MD에 더더욱 집착할 것이다. 12월 8일 존 커비 미국 국방부 대변인의 발언도 이러한 분석을 강력히 뒷받침해준다.

그는 '한미 방어체계가 북한, 중국(질문자는 중국을 특히 강조했다), 러시아의 미사일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MD가 진화하는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지속해서 재검토되고 업그레이드되고 있다"며, 이는 펜타곤의 "통합 억제 비전(vision of integrated deterrence)에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방한 때 서욱 국방장관 및 문재인 대통령과도 이와 관련된 "여러 가지 좋은 논의를 했다"고 덧붙였다.

미국 정부는 이전에는 한미 MD가 오로지 북한에 대응하는 것이라며 중국과 러시아와는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했었다. 그러나 최근 미국은 MD가 중국과 러시아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감추지 않고 있고, 커비의 발언은 한미 MD도 이러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을 강력히 시사한다.

이에 따라 새로운 전략기획지침과 작계에 성주 사드를 비롯한 한미 MD 자산을 중국에 대응할 수 있도록 운용하는 방안이 담길 가능성이 매우 높다.

나는 이미 세 편의 글을 통해 대만 해협 등에서 미중 충돌 발생시 한국이 동맹의 체인에 엮여 미중 충돌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움직임은 이러한 연루의 위험을 차단하기보다는 오히려 체인을 더 강하게 결박하는 방향으로 나타나고 있다.

아마도 차기 정부와 우리 국민들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이 문제가 될 것이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둔감하기만 하고 대선 후보들은 무지와 무관심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곧 우리의 운명이 타자화될 공산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불감증과 무기력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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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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