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이라는 말은 바뀌어야 한다

[기고] 일본으로부터 '독립'? 그 전제부터 잘못된 말

우리는 ‘독립운동’이나 ‘독립운동가’, ‘독립기념관’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해왔다. 그런데 사실 우리 모두 이 ‘독립’이란 말에 대해 깊이 생각한 적은 거의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자녀들이 성장해서 부모로부터 ‘독립’한다는 말이 있다. ‘독립’이란 이렇듯 “의존 관계에서 벗어나 스스로 자립하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우리나라가 일본으로부터 ‘독립’한다는 말은 일본으로부터의 ‘의존 관계’를 벗어나게 되었다는 말인가? 하지만 역사적으로 우리나라가 일본에 ‘의존 관계’였던 적은 단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다. 단지 구한말 시기에 일본 제국주의의 무력에 의해 국권을 강탈당했을 뿐이었다.

2차 대전 당시 프랑스는 독일 나치의 침략을 받고 점령되어야 했다. 그리고 전쟁의 종식과 함께 후 독일을 몰아냈는데, 그것을 프랑스가 ‘독립’했다고 하지 않는다. 또 스페인의 바스크족의 ‘(분리) 독립운동’과 같은 ‘분리독립운동’이란 물론 우리와 처음부터 동일선상에서 운위될 수도 없다.

‘독립협회’와 ‘독립신문’ 그리고 일본의 ‘独立’으로부터 만들어진 ‘독립’이란 말

우리나라에서 ‘독립’이라는 용어가 일반화된 것은 구한말 시기 ‘독립협회’와 ‘독립신문’이 ‘독립’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이 그 계기가 되었다고 추정할 수 있다. 독립협회(초대 위원장은 이완용이었다)를 주도한 서재필은 갑신정변 뒤 미국으로 망명해 11년 동안 살면서 미국 여성과 결혼했다. 11년 만에 귀국한 그가 ‘독립신문’을 내고 ‘독립협회’를 만들면서 ‘독립’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은 우선 ‘미국 독립전쟁’의 ‘독립(independence)’이라는 말을 참고했을 개연성이 높다.

하지만 조선과 미국은 사정이 전혀 다르다. 미국은 영국으로부터 ‘독립, independence’ 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조선은 처음부터 일본으로부터 ‘독립’해야 할 이유도 전혀 없었고, 그러한 양국 관계가 아니었다.

서재필 등이 당시 ‘독립’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또 다른 중요한 원인은 바로 일본의 후쿠자와 유키치, 福沢諭吉의 영향 때문으로 보인다. 후쿠자와 유키치는 구한말 조선의 개화파 인사들에게 커다란 영향력을 미친 메이지 유신 시기 일본의 대표적인 근대화론자이다. 그는 ‘독립자존, 独立自尊’이나 “개인이 독립하고 국가가 독립한다, 一身独立して一国独立す”고 주장하면서 ‘독립’이라는 용어를 특별하게 강조하였다.

‘국권회복’, ‘광복’, ‘수복’, ‘해방’이란 말로 바꿔야

구한말 시기에 이렇게 만들어진 ‘독립운동’이라는 말은 그 뒤 일제 강점기에도 계속 연용(沿用)해 사용되었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아무런 ‘의심’ 없이 쓰이고 있다.

빼앗긴 국권을 찾기 위한 우리 민족의 투쟁을 일본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한 운동으로 표현하는 것은 역사적 측면이나 한일 양국 관계상 전혀 부합하지 않다. ‘독립’이란 용어는 오히려 폄하와 모욕의 의미까지 내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일본 제국주의에 빼앗긴 국권을 찾기 위한 우리 민족의 투쟁이 더이상 ‘독립운동’으로 표현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이제 ‘독립운동’이라는 말은 ‘국권회복’이나 ‘광복’, ‘수복’ 또는 ‘민족해방투쟁’ 등의 올바른 용어로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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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준섭

1970년대말부터 90년대 중반까지 학생운동과 민주화 운동에 몸담았으며, 1998년 중국 상하이 푸단(復旦)대학으로 유학을 떠나 2004년 국제관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일했다.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2019), <광주백서>(2018), <대한민국 민주주의처방전>(2015) , <사마천 사기 56>(2016), <논어>(2018), <도덕경>(2019)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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