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에 검은 석탄이 몰려오고 있다

[함께 사는 길] 도시가 ON 하는 사이 ①

강원도에 검은 석탄이 몰리고 있다. 현재 삼척과 강릉에 국내 최대 규모의 석탄화력발전소가 건설 중이다. 주민들은 대기오염의 기휘위기 주범인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중단하라고 몇 년째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다. 바로 옆 홍천과 횡성은 송전선로 건설로 갈등을 빚고 있다. 삼척과 강릉에 짓고 있는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생산하는 전력을 보내기 위한 철탑을 세우겠다는 소식에 주민들이 들고 일어났다.

이 갈등과 논란의 시작은 사실 강원도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전력을 사용하지만 전력 생산량은 최하위인 지역, 서울과 경기 지역이다. 정부와 한전은 이들 지역에 더 많은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석탄화력발전소를 짓고 전력을 보내기 위한 송전탑을 짓겠다는 것이다. "왜 수도권에서 소비될 전기를 멀리 강원도에서 생산해서 굳이 새로 송전선로까지 지어가며 실어 나르려는 것일까요." "더 이상 우리 농촌은 수도권의 희생양이 될 수 없습니다."

석탄화력발전소와 송전탑으로 이어지는 지역이 도시에 묻고 있다. 지금보다 더 많은 전력이 필요한가. 이웃의 희생을 강요하는 전력정책에 찬성하는가. 침묵과 방관은 암묵적인 동의나 다름없다. 정의로운 전환에 ON 해야 할 때다. 

▲ 건설 중인 강릉안인석탄화력발전소. 가동할 경우 연간 약 1500만 톤의 온실가스와 막대한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강릉시민행동

강원도에 석탄이 몰리고 있다

기후 디스토피아가 현실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이상기후 현상은 이제 기후위기, 기후재난이 되었습니다. 더 이상 ‘이상하지 않은’ 이상기후 현상이 세계 곳곳을 덮치며 수많은 재산 피해와 사상자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대규모 산불, 홍수, 한파와 폭설, 태풍, 가뭄에 이르기까지 세계 각 지역에서 기후 재난의 빈도는 점점 더 늘어나고 있으며 그 파괴력은 매번 더 강해지고 있습니다. 어느 누구도 감히 예측하기 어려운 규모의 기후재난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기후위기, 기후재난의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온실가스를 지적하며, 동시에 엄청난 양의 CO2를 배출하는 화석연료의 사용을 기후위기의 주범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 세계는 지구의 생명을 위협하는 주범으로 지목된 화석연료 에너지를 줄이고 사활을 걸고 탄소 감축에 나서고 있는 상황입니다. 국제사회는 파리협정에서 약속한 대로 지구 평균 기온 상승 폭을 1.5℃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있습니다.

석탄발전 4기 건설 중인 강원도

대한민국도 파리협정의 약속에 참여했고, 정부와 국회는 지난해 기후위기 비상 선언과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은 여전히 57기의 석탄발전소를 가동하고 있고, 세계에서 유일하게 신규 석탄발전소를 6기나 건설하고 있는 나라이기도 합니다. 또한, 전 세계가 이미 석탄산업은 좌초 산업이며, 석탄산업투자는 좌초 자산이라고 정의하고 있음에도 국내외의 석탄발전과 석탄산업투자를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단호하고 과감한 탈석탄정책을 결단하지 못하고 있는 정부로 인해 피해가 가장 우려되는 지역 중 한 곳이 강원도입니다. 강원도에는 신규로 건설되는 6기의 석탄화력발전소 중 4기가 건설 중에 있습니다. 또한, 생산되는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한 송전탑 건설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강릉석탄화력발전소는 2080MW(1040MW 2기), 삼척석탄화력발전소는 2100MW(1050MW 2기)로 국내 최대 규모의 석탄화력발전소입니다. 총 사업비가 각각 5조6000억 원, 4조9000억 원의 민간석탄발전사업으로 건설되고 있습니다. 인허가 당시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이유로 두 지역 모두 발전소 주변 주민의 90% 이상의 동의를 얻었지만,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그리고 탄소배출의 주범인 석탄화력발전소는 환경권과 건강권, 주민 생존권 문제는 물론 경제적으로도 좌초 산업으로 불리며 전 세계 퇴출 1호 산업이 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지역경제 활성화가 아니라 오히려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건설 반대를 주장하는 주민과 시민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수도권 위한 전력생산기지는 불공정

청정한 강원의 산과 바다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석탄발전소 건설 문제에 대한 관심과 우려가 다시 높아지고 있습니다. 얼마 전 삼척석탄발전소 건설로 위기를 맞은 맹방해변을 지키기 위해 K-팝 팬들이 '세이브 버터 비치(Save Butter Beach)' 캠페인을 시작한 데 이어, 지난 9월 26일과 27일에는 기후 및 환경단체 활동가들과 석탄발전소 소재 지역 주민들이 강릉을 찾아 신규석탄발전 건설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강원도가 새로운 '충남', 새로운 '당진'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충청남도에는 현재 운영 중인 57기의 석탄발전소 중 절반이 넘는 29기가 위치해 있습니다. 수도권에는 대기오염 문제 때문에 지을 수 없는 석탄발전소를 비교적 가까운 충청남도 지역에 집중적으로 설치해왔고 이로 인한 막대한 피해를 입었고 더 이상 충남에 석탄발전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반대의 여론이 높아졌습니다. 그러자 새로운 석탄발전의 지역으로 강원도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강원도 지역에는 이미 삼척, 동해 등지에 대규모 석탄발전소가 2017년부터 운영을 개시하여 가동되고 있습니다. 신규로 건설 중인 석탄발전소를 제외하고도 이미 강원도 지역의 전력 자급률은 184%에 이릅니다. 강원도민이 소비하는 전력의 두 배에 가까운 전기가 생산되고 있습니다, 한국전력이 왜 많은 강원도민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동해안에서 수도권을 잇는 송전선로 건설을 강행하려는 것인지 그 이유를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현재 강릉, 삼척에서 건설 중인 대규모 석탄발전소들은 지역 주민을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발전소들에서 생산되는 전기는 지역의 수요를 훨씬 뛰어넘는 것이기에 고스란히 수도권으로 보내질 것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왜 수도권에서 소비될 전기를 멀리 강원도에서 생산해서 굳이 새로 송전선로까지 지어가며 실어 나르려는 것일까요. 만약 인구가 상대적으로 적고 동해안에 위치하여 수도권 대기질에 영향이 적다는 이유로 강원도를 전력생산기지로 선택한 것이라면 너무나 불공정한 처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혹자는 석탄발전소 건설로 강릉에 번듯한 대기업 일자리가 생겨날 것이고, 연관 산업이 활성화되고, 주변지역 지원금으로 지역경제가 살아날 것이니, 환경이 파괴되고, 오염물질 배출로 주변지역 주민들 일부가 고생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는 현실론을 내세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발전소는 산업시설과 달리 고용창출 효과도 미미하고 연관 산업의 성장을 통한 생산유발효과도 제한적이라는 것이 그간 석탄발전소와 함께 살아온 주민들의 증언입니다. 일자리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는 허울뿐인 것입니다.

석탄발전소가 지역의 미래가 될 수 없다는 데는 이제는 이미 많은 시민들이 동의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과 6월, 삼척시민과 강릉시민을 대상으로 석탄발전소 건설에 대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설문 응답자의 60% 이상이 건설 반대의 뜻을 밝히고, 석탄발전소 건설을 찬성하는 시민은 반대하는 시민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석탄발전소가 가동될 경우 피해를 우려하는 시민은 70~80%에 달하고 있습니다.

▲ 전국에서 모인 시민사회단체와 강릉 시민들은 지난 9월 27일 강원도 강릉시 강동면에서 건설 중인 강릉안인석탄화력발전소의 건설 중단과 한국의 빠른 탈석탄 계획을 요구했다. ⓒ강릉시민행동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결단 내려야

지난 10월 18일, '2050 탄소중립위원회'(이하 탄중위)가 드디어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에 제출할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최종안과 2030 NDC 상향안을 발표하였습니다. 탄중위가 제시한 탄소중립 시나리오에는 2050년까지도 가스발전과 같은 화석연료의 사용을 전제한 안이 포함되어 있고, 산업부문의 과감한 감축계획 제시에도 실패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2030 NDC 는 전향적인 석탄발전 감축 계획을 제시하지 못함으로써 "금세기 말까지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내로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억제"한다는 국제사회의 요구에 한참 동떨어진 것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의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최종안과 2030 NDC 상향안에 비추어 보아도 더 이상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을 계속할 이유를 찾기 어렵습니다. 건설하여 가동할 경우 발전소 수명도 다 채우지 못할뿐더러 2030년 이후에는 발전소 가동률이 50%에도 미치지 못하고 2040년에는 20%대의 가동률도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강릉과 삼척에 10조 원을 넘게 투입하고도 10년 만에 연중 절반도 가동하지 못하는 비효율 사업이 석탄화력발전소의 현주소입니다. 피할 수 없는 기후위기 시대를 마주하고 있는 지금, 필요한 것은 강릉과 삼척에 건설 중인 석탄발전소 건설 중단이 가능할까를 걱정할 것이 아니라 얼마나 빨리, 그리고 어떻게 건설 중단할 것인지에 대해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이미 늦었지만, 지금 내려야 할 결단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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