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은, 강력한 코로나 조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우수근의 아시아 워치] 신(新) 열하일기 (6)

"아, 이게 바로 신선한 공기구나!". 격리를 마치고 감금된 방에서 나오면서 든 느낌이다. 격리를 끝내러 도와주러 온 분께 "와 정말 공기가 다르네요"라고 이야기했더니 그는 "다른 분들도 다 그렇게 이야하시더라구요. 고생많으셨습니다"라고 답했다. 진짜 다른 사람과 이야기한 것이 얼마만인지, 정말이지 모든 게 신선하고 신기했다.

2주 전 입소할 때 지나쳤던 호텔의 1층 로비에 도착했다. 퇴소를 도와주기 위해 방호복 차람의 너댓 분이 나와 있었다. 입소할 때, 나를 공항에서부터 가이드해 온 그 방호복 요원이 나를 이곳에 약 1시간 가량 방치해 둔 채 휴대폰 삼매경에 빠져 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런데 불편한 것은 없는지 자상하게 물어보는 이 분들로부터 그때의 불쾌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역시, 몇몇 사람의 언행을 보고 그 나라나 그 사회를 평가하는 오류를 저질러선 안된다. 그 때 그 사람도 지금의 이 분들도 다 같은 중국 국적이지만 이렇게 품격이 다르지 않은가.

격리가 끝난 이후 1주일 간의 관찰기가 시작됐다. 본격적인 중국 방문을 위한 2단계 관문이다. 관찰기는 상하이 중심지인 난징루(南京路)에 위치한 또 다른 호텔에서 이뤄졌다. 그곳까지 가는 차량 실내에는 더 이상 방역 안전막 등은 없었다. 이것만으로도 관찰기는 일상 생활에 그리 큰 제약이 없을 것임을 가늠할 수 있었다.

실제로 이 기간에는 말 그대로 관찰만 이뤄진다. 그것도 매일 2번씩 호텔 프론트에서 체온검사를 하고 3일에 한번씩 병원에 가서 PCR 검사를 받으며 이상 유무를 관찰하는 정도였고 그 외에는 완전히 자유로웠다.

13층에 배정받은 방으로 들어서자마자 침대에 잠시 앉아본 뒤 바로 밖으로 향했다. 호텔에서 불과 50미터 정도 밖에 떨어지지 않은 난징루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오가며 쇼핑 등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모습이 뭔가 상당히 낯설었다. 거리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았다.

상하이의 대표적 번화가에서는 마스크 쓴 사람과 쓰지 않은 사람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섞여 있었다. 나중에 알아보니 상하이에서는 마스크 착용을 통제하지 않는다고 한다. 착용 여부가 개인의 자유에 맡겨져 있었다.

▲ 상하이 난징동루 모습. ⓒ우수근

중국은 그 어느 나라보다도 코로나에 강력 대처한다. 조금만 문제가 있을라 싶으면 바로 도시 전체에 대한 봉쇄도 불사한다. 이에 대해 서구 사회에서는 "자유를 너무 제한한다", "인권 탄압이다"라며 중국을 비난한다. 이는, 아직도 거의 대부분의 사안에 있어 서구와 일체화되다시피 해야 안심하는 듯한 우리 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정작 중국인들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다소 불편하지만 더 큰 불편을 막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지 않을까요?", "서로 조금씩 인내하고 양보하면 모두 더 빨리 안전하게 되니 이게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불편해도 단기간에 끝내는 것이 경제나 일상 생활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잖아요"

관찰 기간 동안 불특정 다수에게 던진 "코로나에 대한 중국식 강력 대처, 어떻게 생각하시나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들이다. 대부분의 반응이 이와 유사했다. 중국인들은 오히려 서구 사회를 걱정하기도 했다.

▲ 중국에서의 격리 기간이 끝나고 난징동루를 걷고 있는 필자 ⓒ우수근

연암 선생은 열하일기를 통해 "아무리 오랑캐 국가인 청나라라도 배울 것은 배워야 한다. 우리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누구에게서라도 배운다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오늘도 중국은 서구사회로부터 "자유를 제한하고 인권 탄압을 자행한다"며 비난받고 있다. 그런데 정작 그 중국에서는 이러한 서구 사회를 안타까워하는 모습이 더 강해져만 간다.

중국인들은 "우리들은, 사회주의니 자본주의니 하는 것에 별로 관심 없다. 그건 정치권에서나 하는 이야기다. 우리는 그저, 우리를 안전한 환경속에서 더 잘 살 수 있게 해주면 그것이 뭐든지 관계없다"라고 인식하고 있다.

또 "서구에서는 중국 정부가 자유를 너무 제한하고 인권을 탄압한다고 비난한다. 중국에서는 언론이 통제되어 중국인들은 이에 대해 잘 모를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들도 세계와 연결된 휴대전화가 있고 해외에 나가 있는 중국인들도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과연 우리를 완벽히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라고 반문하기도 한다.

우리가 "철저히 통제된 사회주의 국가"라고 평가하고 있지만, 정작 중국인들은 이러 인식을 가지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약 1년 8개월 만에 다시 오게 된 중국인들의 서구에 대한 이러한 인식은 한층 더 커진 것 같다.

* 우수근 교수는 <한중글로벌협회> 회장 및 중국 관련 인터넷 전문 매체인 <아시아팩트뉴스>를 발행하고 있습니다. 위 글은 <아시아팩트뉴스>에 연재됐던 '우수근의 신열하일기'를 새롭게 가감수정하여 게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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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근

우수근 교수는 일본 게이오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뒤 미국 미네소타대 로스쿨을 졸업했습니다. 상하이 화동사범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거친 뒤 상하이 동화대학교 교수를 역임했습니다. 저서로는 <미국인의 발견>, <캄보디아에서 한‧일을 보다> <한국인 우군의 한‧일의 장벽이란 무엇인가>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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