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해협과 한반도, 가능한 최악의 시나리오는?

[정욱식 칼럼] 대만 해협의 미래와 한반도의 운명 (중)

나는 앞서 대만 해협에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 무력 충돌이 발생하면, 남북한이 몽유병자처럼 동맹의 사슬에 엮여 전쟁으로 끌려들어갈 수도 있다는 취지의 글을 썼다. '피해망상이 아닌가' 자문해보면서도 아래와 같은 질문이 머리에서 맴돌기도 한다.

대만 해협에서 미중 간에 군사 위기가 고조되거나 실제 충돌이 발생해 미국이 한국에 도움을 요청해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한국군의 투입은 차치하더라도 주한미군이 출동하면 어떻게 될까?

미국이 경북 성주에 있는 사드 레이더로 중국의 탄도미사일을 탐지·추적해 미국의 다른 미사일방어체제(MD)에 그 정보를 전송하겠다면? 미 해군이 제주해군기지를 기항지로 사용하려고 한다면?

만약 중국이 이에 대응해 무력 보복을 가해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미중 충돌이 중일, 더 나아가 한중 충돌로 번지면 중국과 '혈맹'이라는 북한은 어떻게 나올까?

모두 가정형 질문들이다. 그러나 우리는 '안보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는 말을 숱하게 들어왔다. 이러한 안보제일주의가 민주주의와 평화, 그리고 인권과 자원의 합리적 배분과 같은 다른 가치를 압도하는 경우도 종종 봐왔다. 하지만 정작 우리가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되는 문제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둔감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만 해협에서의 미중 충돌시 남북한의 연루 시나리오를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상황 발생시 미국은 동맹국들과 함께 대응하려고 할 것이고 중국은 이에 대한 강력한 경고를 보낼 것이다. 미국은 중국에게 확전의 두려움을, 중국은 미국 및 그 동맹국들에게 보복의 두려움을 전달해 상대를 억제하고자 하는 '두뇌 게임'이 시작되는 것이다.

▲ 지난 2017년 3월 6일 주한미군 오산기지에 도착한 사드 발사대 2기 ⓒ한미연합사령부

이 위험한 게임이 시작되면 남북한이 연루될 위험도 크다. 미국이 한국의 의사와 상관없이, 혹은 한국의 동의하에 주한미군을 투입하려고 하거나 실제로 투입하면 한국은 연루를 피하기 어려워진다.

북한은 어떨까? 북한이 위와 같은 상황에서 '중국의 동맹국으로서 의무를 다할 것이다'라는 식의 입장을 발표했다고 가정해보자. 아마도 북한은 이러한 경고를 통해 미국 및 그 동맹국의 군사력이 중국을 겨냥해 투입되는 것을 억제하고 싶을 것이다. 억제력을 발휘할 때, 비로소 북한이 중국과의 동맹에 엮여 전쟁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고 여기면서 말이다.

하지만 유사시 억제는 일방적인 게임이 아니다. 한미동맹뿐만 아니라 일본과 유엔사의 전력공여국들도 북한을 억제하기 위해 북한에 강력한 경고를 보내면서 군사 태세를 강화할 것이다.

이에 대응해 북한도 군사 태세를 강화하면 우발적 충돌의 위험은 매우 높아진다. 한쪽에서 전쟁을 억제하기 위해 취하는 언행이 다른 쪽에게는 선제공격 움직임으로 간주될 수 있고, 이는 오판과 오인에 의한 우발적 충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발적 충돌이 발생하면 확전으로 이어질 위험도 매우 크다.

대만 해협에서 전쟁 위기가 고조되거나 실제 무력 충돌 발생시 미국이 북한을 향해 선제적인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 항공모함 전단과 전략 폭격기 등 전략 자산을 한반도나 그 인근에 투입해 '북한 변수'를 관리하려고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는 대북 억제 차원의 군사적 조치이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한쪽의 억제는 다른 쪽의 억제를 야기하기 쉽다. 즉, 북한도 미국의 조치에 맞서 군사적 준비태세를 강화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전쟁 당시 대만 문제에 대한 미국의 선택과 그 파장을 복기해볼 필요가 있다. 1950년 6월 25일에 북한의 남침으로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미국의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이틀 만에 "대만에 대한 공격을 예방하라고 7함대에 지시했다".

7함대를 대만 해협에 파견하는 한편 13공군을 대만에 주둔시킨 것이다. 당시 미국의 선택은 중국의 셈법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1950년 1월에 발표된 '애치슨 라인'에 대만을 포함시키지 않은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국전쟁 이전까지 미국은 대만을 중국의 일부로 인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미국이 대만 해협에 군사력을 투입하자 중국은 미국의 의도에 강한 경계심을 갖기 시작했다. 미국이 대만에 대한 태도를 달리한 것처럼, 한반도에서도 현상 회복을 넘어 미국 주도의 통일을 시도할 것이라고 봤던 것이다.

실제로 미국 주도의 유엔군이 38선을 넘어 북진 통일을 감행하자 중국도 전면적인 참전을 선택했다. 대만과 한반도라는 2개의 전선에서 미국을 상대해야 한다면 한반도를 전쟁터로 삼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봤던 것이다.

이처럼 지정학적으로 한반도와 대만 문제는 고도로 연결되어 있다. 이를 두고 이삼성 한림대 교수는 '동아시아 대분단선'이라고 명명한다. 그리고 대분단선을 사이에 두고 각 진영의 동맹도 강화되고 있다.

미래의 상황은 1950년대 초반과는 반대 방향으로 발생할 수 있다. 한국전쟁이 대만 해협의 위기로 전이되었던 것과는 달리 미래에는 대만 해협에서의 충돌이 한반도로 옮겨 붙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처럼 대만 해협 문제는 결코 '바다 건너 불'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최악의, 그러나 가능성이 있는 시나리오를 예방하기 위한 남북한은 무엇을 해야 할까? 이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다뤄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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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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