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명높은' 중국 공항 PCR 검사 겪어보니...승무원은 어디가고 '우주인'들이?

[우수근의 아시아 워치] 신(新) 열하일기 (2)

8월 13일 오후, 동방항공(MU) 5042에 올라탔다. 다소 비대한 몸집이었던 연암 박지원 선생은 청나라로의 여행길에 말에 올라타고 내리느라 다소 고생하기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아직은 다행히 연암 만큼은 비대하지 않은 나는 비행기에 사뿐히 올라탔다. 아이구, 연암 선생님, 또 미안합니다.

그런데 오랜만의 중국 행 항공기 탑승의 기쁜 마음은 기내에 들어서며 한 순간에 얼어붙게 되었다. 또 다시 이질적인 순간을 맞이해야 했기 때문이다. 다름 아닌, 탑승구 옆에 서서 다정다감하게 승객을 맞이해 주어야 할 승무원들이 보이질 않았다.

그 대신, 마치 미지의 우주인들처럼, 두터운 방호복에 칭칭 휩싸인 낯선 존재들이 그 자리에 턱 버티고 서 있었다. 기내로 들어서며 항공기 안을 들여다 보니 여기저기에 서서 승객을 맞이하는 그들의 모습이 마치 몹쓸 우주인들이 지구인들을 납치하며 감시하는 듯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편견'과 '오해'도 잠시뿐! 승객들의 도움 요청에 방호복 스치는 소리를 내며 재빠르게 달려가는 모습 속에서, 그리고 칭얼대는 아기를 발견하고 상냥하게 무릎 끓고 달래주는 모습 속에서, 또 얼굴에 착용한 고글이 조금만 움직여도 습기로 가득차 앞이 뿌옇게 되는데도 승객을 위해 분주히 오가는 그 모습 속에서 지구인을 납치하는 우주인들의 험상궂은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겉모습은 달라졌지만, 다정다감한 우리 지구인들 그대로의 아름다운 모습을 확인하며 내 눈에는 괜히 눈물이 고이기도 했다.

상하이로의 순탄한 비행 과정은 코로나19 이전과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기내식이나 음료 제공은 제한됐다. 기내 서비스 대신, 승객 착석이 예정된 자리에 미리 간단한 간식거리와 생수가 놓여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19 시국이니만큼, 비행 중 이를 섭취하는 승객은 찾아보기 쉽지 않았다.

▲ 비행기에서 기내식 대신 제공된 물품 ⓒ우수근

이런 식으로 오랜만의 국제선 비행을 잠시 즐기다 보니 어느덧 푸동 공항에 도착한단다. 인천공항에서 베이징이나 상하이까지의 2시간이 안 되는 비행 시간은 너무 짧다. 정말이지, 평상시 같으면 이륙 후 기내식 먹고 잠시 창가를 보려 하면 이내 착륙 안내 방송이 흘러 나올 정도다.

비행시간이 순식간이라 허무하기도 한데 이를 외국인들은 부러워하기도 한다. "기회의 땅 중국"을 찾아 가는 글로벌 사회의 다른 지역 사람들의 경우, 예를 들면 아프리카나 중남미 같은 곳에서 한 번 중국에 오려면 꽤 먼 여정을 거쳐야 한다. 중간에 제3국 등지에서 1~2번 경유(환승)하는 등 2박3일이 예사인 곳도 있다.

실제로 나와 함께 베이징에서의 이번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몇몇 국가의 외국인 동료들을 보면, 코로나19로 인한 항공편 감소와 환승지에서의 격리 등으로 인해 중국에 도착하기까지 1주일이 훌쩍 넘는 고난의 장정을 겪기도 했다. 이쯤 되면 그들이 "전 세계 최대의 경제대국으로 부상중인 중국을 바로 옆에 두고 있는 한국이 너무 부럽다"고 하는 것이 허언만은 아닌 것이다.

상하이 푸동공항에 착륙한 뒤 짐을 정리하고 내리려 하는데 '방역점검팀'이 탑승할 테니 잠시 자리에서 대기하라는 안내방송이 흘러 나왔다. 다소 긴장되는 상태에서 약 30여 분 정도 기다렸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대기 상태는 너무 싱겁게 끝나고 말았다. 방호복 테두리에 빨간색이 그어진 방호복을 입은 방역팀이 기내를 한 두 번 왔다갔다하는가 싶더니 이제 내려도 좋다는 것이다. 승객들에게는 이렇다 할 검사도 하지 않고 말이다.

코로나19 전에는 전세계에서 가장 분주했던 공항 중 한 곳이었던 상하이 푸동 공항이었지만, 1년여 만에 다시 찾은 그 곳에서는 더 이상 그러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대규모 인파가 모이지 못하도록 항공기 운항 시간을 조절한 탓이겠지만, 그 큰 규모에 비해 사람도, 항공기도 파리와 모기와 같은 비행체도 너무 적었다.

▲ 문을 닫은 상하이 푸동 공항 면세점 ⓒ우수근

'중국 정부 초청=공무(公務)'로 간주하는지, 항공기에서 내리자마자 내 이름을 쓴 종이를 들고 있는 또 다른 '방호복 요원'을 만났다. 그 뒤를 졸졸 따르다 보니, 다른 승객들보다는 좀 더 빠르게 그 "악명 높은" 중국 공항의 코로나 PCR 검사장까지 갈 수 있었다.

출국 전에 지인으로부터 푸동 공항에서의 코로나 검사는 "대단하다"는 이야기를 이미 들은 터였다. 가늘고 긴 검사용 막대를 콧속 안 깊숙이 들이밀고 휘휘 마구 저어 공포스럽기 그지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인후 검사 시에는, 검사용 막대를 목 속 깊숙이 푹 집어넣고 비비 돌려대어 여간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평상시 그 친구는 다소 과하게 부풀려 말하는 성향이 있다. 그래서 그 때는 그저 그렇게 대강 들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뿔사, 그의 말이 너무 겸손했던 것 같다. 검사원은 이렇다 할 설명 없이 갑자기 콧속으로 검사봉을 푹 찔러 넣고, 글쎄, 손을 들어 보이며 숫자를 세는 것이다.

그런데 그 세는 속도가 중국의 "만만디(慢慢地)"가 무엇인지 느끼게 하려는 듯, 얼마나 더디게 세는지, 그가 하나에서 둘을 세는 동안 성질 급한 사람은 하나에서 여섯까지는 세었을 것이다. 허를 찌른 공격에 너무 아파 눈물도 나고 해서 움찔움찔 날아가려는 주먹을 참느라 혼났다.

한편 인후 검사를 할 때 그 검사원은 몸을 약간 뒤로 뺏다. 아마도 인후 깊숙한 곳까지 길은 막대를 푹 집어넣어 휘휘 저은 검사체의 입 속으로부터 느닷없이 반격해 나오는 구토 세례를 경험한 적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 푸동공항 곳곳에서 엄격한 방역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 ⓒ우수근

검사 후 눈물 콧물을 닦으며 입국 심사를 했다. 항공기 시간이 조절된 덕에 한 대만 도착하여 기다리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기다리는 시간은 더 길어진 듯 했다. 그 이유는 예전의 중국 입국과는 달리 매우 꼼꼼하게 바뀐 때문이다. 중국에서의 거주지와 비상연락처 등을 일일이 확인하느라 그런 것이었다.

사실, 코로나19 전에는 이런 항목들은 대강대강 쓰고 넘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어디에 체류하며 본인을 비롯한 주변의 비상연락이 가능한 전화번호를 반드시 써야 했다. 그런데 나는 어느 호텔에서 격리할 지 아직 통지를 받지 못한 상태였다. 그래도 기입하지 않으면 안 된단다.

그래서 나를 마중 나온 '방호복 요원'에게 문의하라고 했다. 그랬더니 정말로, 저 앞에 서 있는 그를 불러 꼼꼼히 체크하는 것이었다. 입국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이렇게 꼼꼼하게 하니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이었다. 중국이 많이 달라진 것이다.

입국 심사를 마친 후 수화물을 찾는 컨베이어 벨트 구역으로 갔다. 상하이에서 이미 십 수년을 거주한 적이 있는 나는 어디로 어떻게 가면 되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는 터였다. 하지만, 거의 항상 몇 개의 컨베이어 벨트가 분주히 움직이던 그 모습은 더 이상 찾을 수가 없었다. 기존의 대형 컨베이어 벨트는 모두 멈춰져 을씨년스러운 느낌마저 들게 했다.

다소 당황해 하는 나를 방호복 요원이 뒤쪽에 새로 설치된 듯한 임시 벨트쪽으로 안내했다. 거기에서 짐을 모두 찾은 뒤, 평상시라면 바로 입국장을 빠져 나갈 수 있었을 텐데, 이번에는 두 번의 체온검사기 지역 등을 더 거쳐야 했다.

이처럼 몇 단계로 철저하게 입국 관리하는 모습을 보며 '시간이 걸리고 다소 불편하더라도 이렇게 하니까 중국의 방역이 다른 나라들보다 더 잘 되고 있는 것일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방호복 요원을 따라 이윽고 공항 밖으로 나오니 격리호텔로 향할 차량이 대기중이었다. 거기엔 총 3인이 승차했다. 앞자리에는 방호복 운전사와 그 방호복 요원, 뒷 자리에는 나. 그런데 이 순간부터, 나의 레이더에 중국 공산당의 고민거리가 하나씩 둘씩 감지되기 시작했다.

▲ 한중글로벌협회 개소식. 싱하이밍(가운데) 주한 중국대사도 참석했다. ⓒ우수근

* 우수근 교수는 <한중글로벌협회> 회장 및 중국 관련 인터넷 전문 매체인 <아시아팩트뉴스>를 발행하고 있습니다. 위 글은 <아시아팩트뉴스>에 연재됐던 '우수근의 신열하일기'를 새롭게 가감수정하여 게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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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근

우수근 교수는 일본 게이오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뒤 미국 미네소타대 로스쿨을 졸업했습니다. 상하이 화동사범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거친 뒤 상하이 동화대학교 교수를 역임했습니다. 저서로는 <미국인의 발견>, <캄보디아에서 한‧일을 보다> <한국인 우군의 한‧일의 장벽이란 무엇인가>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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