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공존 전략, 반드시 이 원칙은 지켜야

[안종주의 안전사회] 코로나 공존 시대, 공존해야 할 가치와 집단은?

우리도 11월 1일부터 단계적 일상 회복이란 방역 전략의 첫발을 뗀다. 국립국어원은 ‘위드 코로나’가 일본에서 만들어진 일본식 조어여서 ‘코로나 일상(또는 코로나 공존)’이란 표현을 써달라고 했지만 언론, 전문가 등 대다수는 물론이고 같은 정부 관계자들도 위드 코로나 또는 단계적 일상 회복이란 설명 식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단계적 일상 회복은 개인 모임 가능 인원을 늘리고 영업시간을 완전 해제하거나 대폭 늘리는 등 일상생활의 자유를 옥죄었던 규제를 대폭 푸는 내용을 뼈대로 하고 있다.

정부는 특히 백신접종을 완료한 사람에 대해서는 미접종자에 견줘 모임과 실내체육시설 이용, 결혼식 참석, 운동경기 관람 등 많은 부분에서 접종 증명제에 해당하는 ‘백신 패스’의 당근 전략을 채택한 것과 함께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에 대해서는 코로나 음성 확인서를 요구하고 이를 제시하지 않는 사람에 대해서는 일정 불이익을 주는 채찍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접종 완료자는 음료와 음식을 먹으면서 경기 관람을 할 수 있지만 미접종자는 배고파도 취식을 할 수 없다. 노래연습장도 접종 완료자는 시간제한 없이 10명까지 이용할 수 있다. 접종 완료자는 또 헬스장 이용 시간에 제한을 받지 않고 샤워도 마음껏 할 수 있다. 팝콘을 먹으면서 영화도 볼 수 있다.

물론 코로나 이전에는 이런 모든 것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단계적 일상 회복은 11월 1일부터 6주 간격으로 2단계, 이어 3단계로 방역 규제를 점차 완화해나간다. 확진자 폭증이나 사망자 증가 등과 같은 큰 이변이 없는 한 내년 1월 설 연휴 직전이 되면 코로나 유행 이전과 매우 근접한 수준으로 일상이 바뀌게 된다.

▲정부가 내달 1일부터 새로운 방역체계인 '단계적 일상회복' 1단계 시행계획을 발표한 29일 서울 서초구의 한 식당 입구에 24시간 영업 간판이 설치돼 있다. '단계적 일상회복' 1단계에서는 수도권은 10명까지, 비수도권은 12명까지 모일 수 있고, 식당·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은 24시간 영업이 가능해진다. 노래연습장, 목욕장업, 실내체육시설 등 고위험 시설에는 방역패스가 적용된다. 연합뉴스

지난 2년간 소득·일자리·업종 간·계층 간 불평등 심화

지난 2년 가까이 코로나와 싸우면서 많은 국가에서 벌어진 일이기는 하지만 우리 사회도 소득 불평등, 일자리 불평등, 업종 간 불평등, 계층 간 불평등 등 여러 불공정과 불평등 현상이 벌어졌고 이로 인한 갈등과 불만이 고조됐다. 자영업자 등 특정인들의 극단적 선택이 잇따랐고 실직자도 크게 늘어났다.

사회적 약자와 노인 등 안전 약자들은 코로나 위험뿐만 아니라 이들 가운데 기저질환으로 공공병원에서 치료받던 이들은 생명·건강 위험에 내몰렸다. 저웁가 공공병원을 코로나 대응 거점 병원으로 삼아 이곳에서 치료를 받고 있던 저소득층 환자들을 돌보는데 소홀하거나 다른 곳으로 내보내는 등의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그 결과 우리나라 노인과 저소득층은 과거 3~5년 전 평균 사망자보다 4배가량 더 초과사망 한 것으로 드러났다. 코로나 시대의 그림자로 평가됐다.

코로나 일상 시대, 즉 코로나 공존 시대에는 더는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코로나 방역 모범국을 유지하기 위해 비판적 입장에서 보자면 좀 과도한 규제 전략을 펼쳐왔다. 우리나라는 확진자수와 사망자수 면에서만 본다면 여전히 방역 모범국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 하지만 인권과 자유, 계층 간 소득 등 불평등 면에서 본다면 결코 모범국이라고 할 수는 없다.

우리는 백신 접종을 늦게 시작했음에도 매우 빨리 접종완료율을 70% 이상으로 끌어올린 대표적 국가로 꼽힌다. 여기에는 백신 확보를 위해 애쓴 정부와 정부의 지침에 따라 매우 높은 비율의 대다수 국민이 접종을 마친 것이 결정적 배경으로 작용했다. 영국, 네덜란드, 덴마크, 일본, 싱가포르 등 우리보다 앞서 ‘코로나 일상’ 전략을 펴고 있는 나라들은 다수가 코로나 재유행으로 혼란을 겪었으며 완화 전략을 일부 수정하는 등 문제점을 드러냈다.

코로나 공존 전략 먼저 택한 국가의 성공과 실패 사례 살펴야

우리는 이들 나라에서 최근 일어난 일들을 과학적으로, 그리고 사회심리학적으로 살펴보아야 한다. 이를 통해 어떤 문제가 있었으며 전략적 실패인지, 아니면 마스크 착용 해제 등 너무 과도하게 한꺼번에 많은 것을 완화한 탓인지, 그 나라 국민의 사회문화 행태 때문인지 등을 면밀하게 톺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이들 나라가 간과해 벌어진 것을 분석해 유사한 실패를 겪지 않고 단계적 일상 회복의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특히 그동안 우리와 매우 비슷하게 코로나 대응을 해온 방역 모범국가 싱가포르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싱가포르는 도시국가라고 할 수 있으며 인구수도 10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등 우리나라와 분명 다른 면이 있다. 하지만 시민들이 국가 통제에 잘 따르고 매우 엄격한 사회적 거리두기 등 전략을 펴온 나라인데다 우리처럼 단계적으로 방역 규제를 푸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그럼에도 싱가포르는 최근 하루 확진자 수가 4천~5천명을 기록하는 등 확진자가 쏟아져 이들이 한꺼번에 병원으로 몰리는 바람에 의료 위기가 발생해 총리가 내원을 자제토록 대국민 호소 연설을 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 대입하자면 하루 4만 명가량의 확진자가 발생한 것이다. 우리가 그런 상황에 처한다면 코로나 치명률이 낮아지고 있음에도 사회에 불안과 공포가 다시 드리울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 직면하며 ‘코로나 일상’ 전략을 멈춰 세울 수밖에 없게 된다.

코로나 공존 시대는 코로나 바이러스와 공존해야 할 뿐 아니라 그동안 우리가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여겨왔던 다양한 가치와 구성원들과 함께 공존해야 한다. 더는 인권의 가치가 방역보다 후순위로 밀리고 사회적 약자와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희생되며 간호사 등 의료인들의 헌신에만 매달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동안 방역 규제와 관련해 정부는 나름대로 과학적 근거와 형평성, 합리성에 바탕을 두어 영업시간 제한, 사적 모임 인원 제한 등을 해왔다고는 하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그렇지 못했다는 비판이 자영업자와 실내체육시설 운영자 등과 같은 직접적 이해관계가 있는 집단뿐만 아니라 전문가, 언론, 정치권 등에서 쏟아졌다.

인권, 사회적 약자, 자영업자, 소통, 과학, 합리성과 함께해야

코로나 공존 시대를 맞아 단계적 일상 회복 전략을 펼치면서는 더는 이런 일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볼링장업도 실내체육시설이란 범주에 묶어 접종증명·음성확인제를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마스크를 쓰고 운동을 할 수 있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을 똑같이 취급하는 것은 비과학적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일률적인 규제는 얼핏 형평성을 고려한 것이라고 여기기 쉬우나 실은 형평성을 가장한 불공정일 수 있다는 점을 성찰해야 한다.

그동안 방역 당국은 물론이고 정부 차원에서 부적절한 소통도 많았다. 소통은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 소통은 코로나와 관련한 과학적 사실을 효과적으로 주고받는 것을 뛰어넘어 사회구성원의 사회심리학적 요소까지 고려해 메시지를 주고받아야만 인식과 행동 변화까지 이루어낼 수 있다.

또 그동안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당한 소상공인·자영업자와 사회적 약자를 더 배려하고 이들의 삶과 생활을 북돋을 수 있는 완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특히 소상공인·자영업자 가운데 더 심한 피해를 입은 직종이나 집단을 더 실질적으로 고려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 코로나 이후 드러난 우리 사회의 약점은 보완하고 강점은 더 단단하게 유지할 때 대한민국은 방역 모범국에 이어 ‘코로나 일상’ 성공 국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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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주 박사는 <한겨레> 보건복지 전문기자를 지냈으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안종주의 위험 사회' '안종주의 건강 사회' '안종주의 위험과 소통' 연재 칼럼을 써왔다. 석면, 가습기 살균제, 메르스 등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보건 및 환경 보건 위험에 관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석면, 침묵의 살인자> <위험 증폭 사회> 등 다수가 있으며,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코로나 전쟁, 인간과 인간의 싸움> <코로나19와 감염병 보도 비평>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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