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가 종전선언 문안 협의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져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만큼 종전선언에 대한 한미간의 공감대가 넓어졌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일단 문재인 정부의 설명에 따르면, "종전선언은 법적 구속력 없는 정치적 선언"이다. 이에 따르면 종전선언을 해도 정전협정은 남게 되어 '정치적으로는 종전인데, 법적으로는 정전 상태'가 유지된다. 한마디로 '어색한 동거'가 연출되는 셈이다.
또 정부는 "종전선언이 북한이 우려하는 안전보장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에 비핵화 협상에 도움 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정치적 선언인 종전선언에 북한이 고무되어 "핵 억제력"을 내려놓을 결단을 내릴 가능성도 회의적이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종전선언 문안 작업이 매우 중요하다. 종전선언이 실현가능성과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어야 외교적 교착상태와 첨예한 군비경쟁이 맞물린 한반도 정세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네 가지를 제안하고 싶다.
첫째, 평화협정 협상 개시 선언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이 내용이 포함되지 않으면, 종전선언이 실현될 가능성도 낮아지고 설사 실현되더라도 앞서 언급한 '어색한 동거'가 매우 불안정해질 수 있다.
반면 이 내용이 포함되면 이러한 우려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 평화협정 협상 개시는 평화체제 구축을 지향하면서도 평화협정 체결 때까지 정전협정의 유지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둘째, 이와 병행해 비핵화 협상 재개도 포함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미국이 종전선언에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도 높아지고 국내 여론의 지지를 받기도 어려워진다.
물론 북한이 이에 쉽게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은 과거에 평화협정 협상이 시작되면 비핵화에 추동력이 부여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중국도 평화체제 협상과 비핵화 협상이 '쌍궤병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종전선언에 평화협정 협상 개시를 포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한 것도 이러한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다.
셋째, 과도한 군비경쟁을 제한하고 대규모 군사훈련을 유예하는 내용도 포함되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이게 매우 중요하다. 두 가지 차원에서 그렇다.
하나는 이러한 내용이 포함되어야 종전선언의 실현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종전선언이 자칫 한반도 정세의 '더블 딥' 현상을 일으키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종전선언이 이뤄졌는데, 대규모 한미연합훈련과 경쟁적인 미사일 시험발사 등 군비경쟁이 계속되면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을 떠올려보면 이러한 제안의 취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11월에 열릴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내년 3월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 유예를 발표하는 것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통해 "쌍중단"이 포함된 종전선언 논의에 물꼬를 틀 수 있다.
끝으로, 평화협정의 목표 시한도 포함되었으면 한다. 기실 정전협정은 '잠정 협정'이었다. 정전협정에는 "3개월 내"에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할 고위급 정치회담이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70년 가까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평화협정 협상 개시는 없었다.
이에 따라 종전선언이 정전협정에서 평화협정으로 가는 명확한 전환점이 될 수 있도록 문안 조율에 나설 필요가 있다. 가령 "정전협정 체결 70주년이 되는 2023년 7월 27일 이전에 평화협정 체결을 목표로 한다"는 문안을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동시에 평화협정은 비핵화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점에서 둘 사이의 병행발전을 도모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취지를 담아 종전선언의 명칭을 '한반도 종전·평화와 비핵화를 위한 선언', 혹은 종전선언이 잠정 협정에 해당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한반도 종전·평화와 비핵화에 관한 잠정 협정'으로 하는 것도 검토해볼 여지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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