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장동 진실규명 어물쩍거리면 대선 뒤 후폭풍 온다

[최창렬 칼럼] 진실을 방해하는 프레임 정치

왕권 대 신권의 대결을 기본틀로 하는 조선 정치에서, 숙종이 대신들에 좌우되는 '식물 임금'이 되지 않기 위해 서인과 남인의 권력투쟁을 교묘히 이용하여 국면을 바꿈으로써 왕권을 유지하고자 했던 전략이자 통치술을 역사는 환국정치라 한다. 이른바 국면전환의 정치다. 국면을 바꾸려면 프레임을 전환해야 한다. 숙종은 현대정치의 관점에서 프레임 정치를 통하여 레임덕을 막았던 정치공학에 능한 임금이었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의 뿌리가 어디까지인지 가늠키 어렵다. 이재명 경지도지사 측은 이 사건을 토건 기득권 세력이 부패한 보수야당과 결합하여 폭리를 취한 사건으로 규정한다. 또한 비리 투성이의 민영개발을 청산하고 공영개발로 바꿈으로써 성남시에 5500억 원의 수익을 가져온 모범 사례라고 주장한다. 화천대유 등이 거액의 배당 수익을 챙긴 것은 부동산 폭등의 결과이고, 화천대유의 고문과 자문을 한 전관 고위 법조인들은 화천대유의 대주주인 김 모 전 언론인 출신이 위촉한 것이라서 이 지사와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모범사례라고 하면서 토건비리 세력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일단 논리적 모순이다.

더불어민주당 호남 경선은 대장동 개발 의혹이 호남 유권자에게 결정적으로 작동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민주당 본진인 광주 전남에서 이낙연 전 대표의 신승에도 불구하고 이 지사의 대세론은 흔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장동 의혹에도 불구하고 이 지사는 결선투표 없이 본선으로 직행할 확률이 높아졌다.

대장동 개발 의혹이 불거진 지 보름이 넘는 기간 동안의 여야 공방과 난타전 초반에는 이 지사와 민주당이 수세에 몰리면서 일격을 당하는 모양새였으나 전열을 재정비한 이 지사의 반격은 전광석화와 같았다. 사건의 프레임을 수세에서 우위 내지는 보합으로 바꾸는 데 성공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관련 인사들의 연루설이 이를 더욱 뒷받침했다. 지난 일요일(26일) 국민의힘 곽상도 의원의 아들이 퇴직금으로 50억 원을 받은 사실이 보도되면서 이 지사 측이 사건이 불거지고 난 직후 꺼내들었던 '토건비리 세력과 야당이 야합한 사건'이라는 프레임에 힘이 실리게 되었다.

이 지사의 강공 일색의 반격에서 등장하는 대표적 단어가 '토건'이다. 토건은 토목과 비슷한 의미이지만 부정적 뉘앙스를 강하게 암시한다. 이명박 정권 때의 대운하 시도가 토건을 부패한 기득권 세력의 기표로서 상징화했다. 국민의힘을 '부패한 적폐세력'으로 규정하면서 의혹의 대상을 사업의 주체였던 성남도시개발공사와 이 지사에서 국민의힘으로 사건의 프레임을 바꾸는 양상이다. 실제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에서 국민의힘 관련 인사의 등장이 우세하다.

전관 고위 법조인들이 화천대유의 고문과 자문으로 등장하지만 이 팩트는 개발 사업이 로비에 노출되어 있었을 개연성을 합리적으로 추론할 수는 있어도 민주당과 이 지사와의 연관성을 입증하기엔 턱없이 미흡하고 역부족이다. 오히려 이 사건이 진영 대결의 구도로 전환된다면 민주당 지지자들의 결집을 가져올 수 있다. 실제 이 사건 이후 이 지사의 지지율은 상승했다.

그러나 프레임과 진영대결 구도 전환을 통한 선거공학을 현실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 하더라도 이 문제의 핵심은 종국에는 수상쩍어 보이는 화천대유와 자회사들의 비상식적 수익배분 구조다. 그리고 화천대유가 시행사로 선정된 과정과 경위이다.

유동규 성남개발공사 전 기획본부장과 천화동인 4호 소유주인 남욱 변호사의 사업설계 여부와 성남공사 실무진의 반대를 묵살했던 이유, 즉 고수익에 대비한 사업설계 변경 요구가 반영되지 않았던 이유 등이 밝혀져야 한다. 그리고 배후 여부를 규명하는 것 또한 핵심적 사항이다. 또한 이 사업이 설계되는 과정과 화천대유가 선정될 당시 절대평가와 상대평가의 문제는 없는 것인지를 규명하는 것도 빠뜨릴 수 없다.

그럼에도 이 의혹의 본질은 민관개발에서 부동산 가격 상승을 감안하더라도 과도하게 수익을 많이 얻은 구조를 누가 설계했으며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 지사가 이를 몰랐을까하는 문제이다.

프레임과 진영은 정당 관련자들과 대선 주자들 등 정치인에게는 사활적이지만 국민들에게는 이러한 정치공학보다 진실의 규명이 절실하다. 어느 때보다도 수사기관들의 엄정 중립이 요구되는 이유이다. 검찰과 공수처, 경찰 등 국가기구들이 얼마나 객관성과 투명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대선이라는 정치요인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한계가 수사의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 만약 정치적 고려가 수사에 개입된다면 대선이 끝나도 그 후폭풍은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정치권과 언론에서 제기되는 현란한 말의 향연들이 허공에 흩어지고 난 후 언젠가 진실은 밝혀질 것이다. 보수언론이 주장하는 논리가 맞는지, 집권당의 말이 진실에 부합하는지는 반드시 밝혀질 것이다. 단, 그동안은 한국정치를 나락에 빠뜨리는 프레임 정치는 잠시 접어야 한다. BBK 특검이 이명박의 무혐의로 결론 내렸으나 역사는 결국 이를 단죄했다.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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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렬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다양한 방송 활동과 신문 칼럼을 통해 한국 정치를 날카롭게 비판해왔습니다. 한국 정치의 이론과 현실을 두루 섭렵한 검증된 시사평론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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