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틀러 사생활의 결정적 특징은?...히틀러에 붙이는 주석들

[최재천의 책갈피] <히틀러에 붙이는 주석> 제바스티안 하프너, 안인희 옮김

1945년 3월 19일, 이른바 '네로 명령'이라고 불리는, 히틀러의 두 번째 '총통 명령'은 이렇다. 

"전쟁에 패배한다면 민족도 패배하는 것이다. 도이치 민족이 가장 원시적인 생존을 위해 필요한 기반까지 고려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이런 것들을 스스로 파괴하는 편이 낫다. 민족이 허약하다는 판정이 났고, 미래는 더욱 강한 동쪽 민족의 것이기 때문이다. 이 전쟁 뒤에 남는 것은 어차피 열등한 자들이다. 우수한 자들은 전사했으니까."

저자의 주석에 따르면 "히틀러주의와 마르크스주의는 최소한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즉 세계사 전체를 단 하나의 관점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공산당 선언은 '지금까지 사회의 역사는 계급투쟁의 역사이다'라고 선언했고 히틀러는 '세계사의 모든 사건은 종족들의 자기보존 충동의 표현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했다. 따지고 보면 히틀러의 이념은 고작 인종주의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히틀러가 남긴 최고의 유산은 '독일 민족에 대한 배신'이다. "마지막에 히틀러는, 가장 훌륭한 말이 더비 경주에서 우승하지 못했다고 분노하고 실망하여 말을 채찍질하여 죽이는 경주마 주인처럼 행동했다. 독일의 파괴는 히틀러가 자신에게 부과한 마지막 목적"이었던 것이다. 

저자는 정통파 역사학자가 아니다. 나치의 폭정을 피해 유대인 약혼자와 함께 영국으로 이주해 언론인으로 일하던 1954년에 다시 독일로 되돌아온 역사 교양서 전문작가다. 

1978년에 출간된 이 책 <히틀러에 붙이는 주석>은 독일에서 가장 많이 팔린 히틀러 관련 책으로 기록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교양능력이 특별하다. 특히 이 부분. 

"히틀러의 생애를 가르는 단면은 횡단면이 아니라 길게 가르는 종단면이다. 1919년까지는 허약함과 실패, 그리고 1920년 이후로는 힘과 업적이라는 식으로 갈라서는 안 된다는 얘기이다. 그보다는 이전과 이후를 막론하고 정치적 삶과 체험에서의 비상한 집중도와, 개인적 삶에서의 정도 이상의 빈약함으로 나누어야 한다."

그렇게 나눌 때 히틀러 사생활의 결정적 특징은 고작 "단조로움과 1차원성"이다. 그렇다면 히틀러의 정치력은. 

"히틀러는 그 어떤 국가조직도 만들어내지 않았고, 10년 동안 독일 국민을 압도하고 전 세계가 숨을 멈추고 지켜보게 만든 성과들이 모조리 일과성으로 아무런 흔적 없이 사라졌다. …히틀러는 단순히 성과로만 치면 어쩌면 나폴레옹보다도 우위에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 국가를 경영하는 정치가는 결코 되지 못했다."

2014년 출간인데 놓치고 있었다. 며칠 전 스승께서 보내주셨다.

▲<히틀러에 붙이는 주석> 제바스티안 하프너, 안인희 옮김 ⓒ돌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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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예나 지금이나 독서인을 자처하는 전직 정치인, 현직 변호사(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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