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코로나'? 지금도 실시간 진행되는 '일본말 따라하기'

[기고] 국제 표준용어를 사용해야 한다

현재진행형인 ‘일본말 베끼기’

우리 주변에서 ‘위드 코로나’라는 말이 부쩍 많이 사용된다. ‘With Corona’라는 영어로부터 나온 용어다. ‘위드코로나 시대’란 말까지 빈번하게 쓰이고 있다. 이 용어가 만들어진 취지는 현실적으로 코로나 감염병이 워낙 확산되었고 게다가 완전한 해결 방법이 없기 때문에 코로나 감염병이 상시적으로 존재하는 상황을 감수해야 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그런데 ‘With Corona’라는 영어는 잘못된 표현이다. “Coexist with COVID 19”가 올바른 표현이다. 일부에서는 왜 ‘콩글리쉬’를 쓰느냐라는 문제 제기가 나온다. 그러나 ‘위드 코로나’는 ‘콩글리쉬’가 아니다. 이 말은 바로 일본에서 만들어진 ‘일본식 영어’다. 정작 일본에서조차 이러한 엉터리 영어가 계속 나오고 있는 것에 비판적 의견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일본 정부가 이 용어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관제(官製) 화제영어(和製英語: 일본이 자기들 방식으로 만든 영어)’라고 지칭되고 있다.

‘위드 코로나’라는 말은 우리 한국 사회에서도 이미 많이 사용되고 있다. 방역 당국조차 공식적인 장소에서 공식적으로 사용하고 있을 정도다. 한국 사회의 일본어 모방, 아니 베끼기 현상은 과거형이 아니라 지금 이 시각에도 실시간으로 진행되고 있는 ‘현재 진행형’이다. ‘언어 독립운동’이 있어야 할 상황이다.

사실 ‘코로나 19’라는 용어부터 문제다. ‘코로나 19’는 국제 표준 용어가 아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20년 2월에 ‘코비드-19(Covid-19)’를 공식적인 명칭으로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코비드-19(Covid-19)’는 ‘Corona virus Disease 2019’의 줄임말로서 ‘19’는 2019년에 처음으로 발견되었기 때문에 붙여졌다.

정부 차원의 ‘일본말 따라하기’부터 멈춰야

그런데 일본 역시 ‘코비드-19’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코로나’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다. 이 명칭과 관련하여 우리나라 방역 당국은 “영어식 이름이 긴 편이어서 정부 차원에서 (‘코로나’라는) 한글 표현을 정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코비드-19’보다 ‘코로나-19’가 특별히 더 쉬운 말도 아니고, 더구나 ‘코비드-19’나 ‘코로나-19’ 모두 새롭게 생긴 ‘신조어’다. 따라서 굳이 국제 표준 용어인 ‘코비드-19’를 포기하고 ‘코로나-19’라는 용어에 집착을 보일 필요는 없었으리라. 현재 ‘위드 코로나’라는 일본식 영어도 방역 당국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론해볼 때, ‘관성적으로’ 혹은 ‘기존의 관행에 의해’ 일본식 명칭을 그대로 따랐지 않았을까라는 ‘합리적 의심’을 거두기 어렵다.

어떤 특정 질병에 대해 국제적 표준 용어로부터 벗어난 다른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적지 않은 혼란을 야기시킬 수밖에 없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혼란은 결국 정보에 대한 대중들의 이해 수준을 크게 떨어트리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현재 일본에서 ‘애프터 코로나’, ‘포스트 코로나’란 용어가 사용되고 있다. 혹시 이 말들도 한국에서 사용되지 않을까 해서 조사해보니 이미 그 말들이 들어와 쓰이고 있다. 일본이 자의적으로 만든 이런 ‘잘못된’ 용어들, 왜 우리가 계속 따라 써야 할까? 이제 그만 둬야 할 때다. 우선 정부 차원의 ‘일본말 따라 하기’가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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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준섭

1970년대말부터 90년대 중반까지 학생운동과 민주화 운동에 몸담았으며, 1998년 중국 상하이 푸단(復旦)대학으로 유학을 떠나 2004년 국제관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일했다.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2019), <광주백서>(2018), <대한민국 민주주의처방전>(2015) , <사마천 사기 56>(2016), <논어>(2018), <도덕경>(2019)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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