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를 강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야당과의 막판 협상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해 30일 본회의가 무산됐다. 여야는 31일 다시 만나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으나 의견을 모을지는 불투명하다. 민주당 내 의원들과 원로들을 비롯해 시민단체도 민주당의 '입법 독주'를 비판하고 있어 9월 초 법안 처리를 강행하는 데에도 부담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날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네 차례에 걸쳐 회동을 가졌으나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윤 원내대표는 "마지막 회동에서는 양당이 조금 새로운 제안을 각각 내놨기 때문에 각자 자기 당으로 돌아가서 당의 의견을 청취한 뒤 내일 오전 10시에 다시 회동해서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윤 원내대표는 야당이 비판하는 일부 조항을 보완한 수정안과 다른 법안들에 대한 본회의 일괄 상정을 제안했지만, 국민의힘은 "열람차단청구권과 징벌적 손해배상 조항이 있는 한 수정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민주당은 이날 언론중재법을 본회의에 상정해 법안 처리를 강행할 의지를 보였으나, 당내에서조차 단독 처리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과 함께 '대선 악재'라는 비판이 확산되자 속도 조절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절대 독단적으로 뭘 하지 않는다. 충분히 의견을 수렴하겠다. 의원총회도 하고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과 언론단체도 계속 만나고 있다"며 언론중재법을 둘러싼 비판 여론 청취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송 대표는 당 상임고문인 김원기, 임채정, 문희상 전 국회의장과 유인태 전 사무총장과, 야당인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를 만나 언론중재법 강행에 대한 우려를 청취했다. 고용진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상임고문과의 회동 뒤 기자들과 만나 "(원로들이) 언론개혁의 필요성이 있고 국민들도 법에 대해 찬성을 하고 있지만, 여러 사람들과 손을 함께 잡고 가는 것이 좋겠다는 취지의 말을 공통적으로 하셨다"며 강행처리에 대한 '신중론'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특히 유 전 총장은 이날 SBS에 출연해 "'4월 7일 밤을 기억하라'고 했다"며 "재보선에 참패한 날, 그 참패의 원인이 뭔가. 아무리 우리가 주장하는 게 옳고 우리 지지층의 성화에 못 이겨서 하여튼 상임위원장 18개를 다 갖고 (밀어붙인 것)"이라며 총선에 압승한 여권이 지난해 '입법 독주' 후 재보선에서 참패한 경험을 언급했다고 밝혔다.
이날 진행된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도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분위기 속에서 일부 의원들이 신중론을 펼친 것으로 전해졌다. 20명 안팎의 의원들이 각자 의견을 제시하면서 의총은 애초 본회의 개회 예정시각이었던 오후 5시를 넘어서까지 이어졌다.
한준호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많은 분이 소신껏 발언했다. 대부분 합리적인 이야기를 하고 법안에 대한 이견은 크지 않다"면서도, "과연 (법안으로) 피해 구제가 가능하냐는 의견이 덧대지는 것 외에는 큰 이견이 없는데 시기에 대해서는 의견들이 오가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미디어특별위원회를 이끄는 김용민 최고위원 등을 비롯한 강행파 의원들은 야당의 비판과 추가논의 요구를 언론개혁을 지연시키려는 전략으로 판단해, 이달 내 처리를 촉구했다. 하지만 기존에 반대 의견을 제시했던 '소신파' 의원 이외에도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허종식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가짜뉴스 피해구제법은 당연히 필요한 사안"이라면서도 "1~3개월 정도 언론계를 설득하고, 여야가 협의하는 시간을 갖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공개적으로 의견을 밝혔다.
이날 본회의 상정이 연기됨에 따라 민주당은 9월부터 시작되는 정기국회에서 언론중재법을 먼저 본회의에서 처리할 가능성과 이참에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유튜브 규제법 등 다른 언론 개혁법들과 함께 숙의의 과정을 거쳐 처리하는 방안을 두고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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