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기후위기 문제에 관심이 많은 필자는 매일 관련 기사들을 자세히 훑어 본다. 그러면서 그 기사에 달린 댓글도 최대한 읽어보려 한다. 기후위기 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알고 싶어서다.
“기후위기에 개의치 않고 기존 관행 그대로 가겠다”가 보수 정치인들의 본심?
그 댓글들을 보면,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크게 공감하면서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모색하는 글들이 많다. 하지만 적지 않은 댓글들은 기후위기가 순전히 현 정부 탓이라든가 아니면 중국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는 “신념 아닌 신념”을 펼치고 있다. 기후위기는 꾸며낸 얘기일 뿐이며 심지어 ‘좌파들의 음모론’이라는 어이없는 주장까지 나온다. 본래 댓글 중에는 전혀 신빙성 없는 무책임한 주장도 적지 않지만, 이런 어이없는 주장들을 접할 때마다 어떻게 하면 이들의 생각을 바꿀 수 있을까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오늘 인류에게 닥친 이 심각한 기후위기 문제는 지금 우리 시대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다. 솔직히 말하면, 이 문제에 대한 진보진영의 시각이나 대응도 영 마뜩잖다. 그런데 특히 보수진영은 지나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대부분 기후위기 문제에 매우 소극적이고 아예 입장이 없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아니, 기후위기 같은 문제에는 개의치 않고 기존 관행 그대로 계속 가겠다는 심산인 듯 보인다. 기후위기에 대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발언은 좀처럼 들을 수 없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도 기후위기에 대해선 입장 표명이 거의 없다. 이들이 집권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참으로 걱정스럽다.
기후위기 기사에서도 ‘정치적 자극’에 집착하는 보수언론
그렇다면 보수언론들은 기후위기 관련 기사들은 어떻게 다루고 있을까? 필자는 보수언론들의 기후위기 기사들을 찾아 읽던 중 한 가지 묘한 현상을 발견했다. 바로 ‘재앙’이라는 용어가 기후위기 기사 제목에 빈번하게 출현한다는 사실이었다. 8월 1일자 중앙일보는 <대재앙 시계 70년 빨라졌다, 기온 3도 오르면 생길 끔찍한 일>이란 제목의 기후위기 관련 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에는 댓글이 무려 1400개도 넘는 댓글이 달렸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그 댓글 중에는 “우리는 이미 4년 전에 재앙이 시작되었다”거나 “문재앙” 등 특별히 ‘재앙’이란 용어를 둘러싼 댓글이 상당한 비율을 점했다는 사실이었다.
중앙일보는 얼마 전에도 <과학자 “대규모 사망” 경고…코로나 다음에 닥칠 재앙>(7.12)이라는, ‘재앙’이라는 용어를 제목에 포함시킨 기후위기 관련 기사를 게재한 바 있었다. 조선일보도 <“한번도 못본 재앙” 100년만의 폭우에 독일·벨기에 150여명 사망>(7.17)이라는 기후위기 관련기사를 실었다. 여기 제목에도 ‘재앙’이라는 용어가 포함되고 있다. 동아일보는 <세계 곳곳 폭염, 인간이 가져온 기후재앙>(7.14)라는 기후위기 기사를 실으면서 역시 ‘재앙’이란 용어를 제목에 포함시키고 있다.
이렇듯 보수 언론의 기사 제목에서 유독 ‘재앙’이라는 용어가 많이 출현하는 것은 우연적 현상이 아닌, 의도적인 것으로 해석된다. ‘재앙’이란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현 정부에 대한 비난 내지 ‘조롱’을 분명히 드러내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인류공동체 전체에 닥친 이 심각한 기후위기 문제를 기사화하면서 정권에 대한 증오와 조롱 표현에 집착하는 모습은 ‘사회의 목탁’인 언론으로서 실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기후위기 앞에 우리 모두 공동운명체다
기후위기라는 문제 앞에 우리 모두 공동운명체일 수밖에 없다. 그것은 진보와 보수라는 범주를 뛰어넘는 중대사이며, 당연히 정권이라는 차원도 훨씬 넘어서는 절체절명의 문제이다. 기후위기 해결이라는 이 중차대한 시대적 과제에 대해 보수진영도 관성적 사고방식을 벗어나 문제의 심각성을 직시해야 할 일이다. 그리하여 우리 사회의 전체 구성원과 함께 적극적으로 대응책을 마련해나가야 한다. 그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회구성원으로서 당연히 지녀야 할 공동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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