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2022년 3월 대통령 선거의 안보 분야에서 가장 큰 쟁점 가운데 하나는 핵문제가 될 것이다. 예고편은 이미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의 일부 대선 후보들과 정치인들이 '나토식 핵공유'를 강하게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일단 북한이 핵 능력을 계속 강화해왔고 있고 올해 1월 8차 당대회를 통해서는 '북한식 핵무기 현대화'를 표방한 만큼, 이러한 움직임을 전적으로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나토식 핵공유가 잘못된 전제와 이해를 바탕으로 나오는 것은 아닌지 따져볼 필요는 있다.
우선 나토식 핵공유가 이뤄지면 미국 핵무기를 한국도 공유하는 것처럼 이해되기 쉽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나토의 핵 억제는 미국이 유럽에 전진 배치한 핵무기에도 의존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 체결된 것이 미국과 유럽의 나토 일부 회원국들 사이의 '핵공유 협정(nuclear-sharing arrangements)'이다. 유럽의 일부 나토 회원국들이 자국의 이중용도 전투기를 미국 핵무기의 운반 수단으로 삼는 게 그 골자이다.
나토식 핵공유는 평시에는 접수국 기지에 배치된 핵무기를 미군의 관리·보호 하에 두다가 유사시 접수국의 이중용도 전투기에 탑재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프랑스를 제외한 나토 회원국들은 '핵계획그룹' 회원국으로 참여해 나토의 핵 정책 발전과 실행에 관여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나토식 핵공유가 미국 핵무기를 나토 일부 회원국들이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나토의 공식적인 입장에 따르면, "미국이 상시적으로 이들 무기에 대한 완전한 통제권과 관리권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나토 일부 회원국들이 자국 전투기에 미국 핵무기를 탑재하더라도 그 관리권과 사용 권한은 전적으로 미국만이 갖고 있다. 즉, 일부 나토 회원국들이 공유하는 것은 미국 핵무기가 아니라 오히려 미국이 이들 국가의 전투기를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나토식 핵공유는 핵확산금지조약(NPT)과 맞닿아 있다. NPT 1조에선 핵보유국은 핵무기에 대한 "관리를 직접적으로 또는 간접적으로 어떠한 수령자에 대하여도 양도하지 않을 것을 약속"하고 있다. 2조에선 비핵국가가 핵무기의 "관리를 직접적으로 또는 간접적으로 어떠한 양도자로부터도 양도받지 않을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나토의 공식적인 입장은 핵공유 협정이 "동맹의 핵보유국들이 그들의 핵무기에 대한 절대적인 통제와 관리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비핵국가에게 핵무기 통제 이전을 금지한 NPT 1조 및 2조와 부합한다"는 것이다. 나토가 NPT 위반 논란을 피하기 위해 미국의 통제권을 철저하게 강조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한미간에 나토식 핵공유 협정이 체결되어도 한국이 미국 핵무기를 공유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오히려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한국의 전투기를 미국이 공유하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그리고 한국의 전투기에 탑재된 핵무기 사용 권한은 전적으로 미국 대통령이 갖게 된다. 국민의힘의 나토식 핵공유 주장은 이러한 현실을 간과한 것이기에 실효성이 없다.
한미간의 핵공유 협정는 나토식 핵공유를 넘어 한국도 미국 핵무기에 대한 통제권을 갖는 방향으로 체결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NPT를 정면으로 위반하게 된다.
NPT 회원국으로서 국제 핵비확산 모범국으로 자부해왔던 한국이 이런 선택을 해야 할 까닭이 있을까? 트럼프 행정부 때 흔들린 핵비핵확산 체제의 복원을 강조해온 바이든 행정부가 이러한 요구를 수용할까?
또 한 가지, 한미간에 핵공유 협정을 체결하면 미국 핵무기를 보관할 따로 시설을 지어야 한다. 핵무기 보관 시설은 최고 수준의 보안과 방어 대책을 요한다는 점에서 그 비용은 만만치 않게 들어갈 것이고, 한국이 제안하는 것인 만큼 우리가 그 비용을 전적으로 부담할 공산이 크다.
비용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안 그래도 한미군사훈련은 북한의 반발과 맞물려 한반도 긴장 고조의 주된 원인으로 작용해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미 핵공유 협정이 체결되면 한국의 일부 전투기도 유사시에 대비해 미국 핵무기를 탑재하는 훈련이 연합훈련에 포함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위기관리는 더욱 어려워진다. 북한의 반발 수위가 더욱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핵공유 협정이 체결되어도 미국 핵무기가 한국 전투기에 상시 탑재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유사시에 탑재되는 방식을 취할 수밖에 없고 여기에는 시간이 소요된다.
이에 반해 미국 핵무기가 굳이 한국 땅에 있지 않아도 전략폭격기-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으로 이뤄진 미국의 핵전력은 유사시 신속한 대응 능력을 갖추고 있다. 한미 핵공유 협정 추진이 분란만 일으킬 뿐 과연 실효가 있느냐는 반문은 이래서 나오는 것이다.
국민의힘을 비롯한 한국의 보수는 미국과의 신뢰를 매우 강조한다. 문재인 정부가 한미동맹의 신뢰를 악화시켰다며 팩트와도 다른 공격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일부 보수 진영은 동시에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나 핵 공유로 뒷받침되지 않는 미국의 핵우산은 신뢰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한미동맹의 신뢰를 바라보는 보수의 주장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인 셈이다.
※ 필자의 신간 <한반도 평화, 새로운 시작을 위한 조건>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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