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해부대는 왜 코로나 감염자를 일찍 발견하지 못했을까?

[안종주의 안전사회]

백신 접종 가능한데도 미룬 것 이해 할 수 없어

악명 높은 소말리아 해적도 때려잡은 청해부대가 코로나의 공격을 받아 부대원 전원이 전쟁터에서 후송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아덴만의 영웅’에서 졸지에 ‘코로나 전투’에서 대패해 상처 입은 부상자로 전락한 것이다. 청해부대는 코로나 경계에 완전 실패했다. 그리고 침투한 적을 조기 발견하는데도 실패했다.

합동참모본부는 19일 오전 부대장과 부대원 300명 등 승조원 301명 전원에 대한 1차 유전자증폭 검사 결과 82%에 해당하는 247명이 확진자로 판명됐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증증으로 갈 수 있는 증등 환자 3명은 현지 병원에서 치료중이다. 현재로서는 이들의 증상이 악화해 중증 환자가 되는 것을 막고 사망자가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시급할 것이다.

하지만 수송기를 급파해 외국파병부대 부대원 전원을 데려오고 대신 이들이 타고 있었던 ‘문무대왕함’에 다른 군함의 승조원을 투입해 배를 한국으로 끌고 오도록 조치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따라서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 과정과 그 과정에서 누가 어떤 잘못을 했고 책임이 있는지 시시비비는 투명하고 정확하게 가려야 한다.

청해부대 최초 감염자는 누구이며 언제 나왔을까?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가 밝힌 것을 보면 국내에 백신이 도입되기 전인 지난 2월 8일 문무대왕함을 타고 아프리카 아덴만 해역으로 파병된 청해부대는 코로나 백신을 접종받지 못한 상태에서 줄곧 작전을 수행해왔다. 여기서 의문스러운 대목은 6개월이 지나도록 이들에게 백신을 공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결코 불가항력의 일은 아니었을 터인데 말이다.

지난달 말 기항지서 보급품 선적할 때 감염 가능성 커

그러다 문무대왕함은 6월 28일부터 7월 1일까지 육지에 기항해서 식수와 식량 등을 보급 받았다. 이때 장병들은 방역복을 입고 크레인으로 선적 작업을 했고 외부인과 일부 접촉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역복은 코로나 감염 예방에 직접적인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볼 때 일부 부대원들이 마스크 착용 등 철저한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고 이로 인해 최초 감염자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

7월 2일 최초로 감기 유사 증상자가 나왔다. 실은 코로나 증상 환자였다. 코로나 잠복기는 2~14일이므로 감기 유사 증상자가 작업자에 포함됐다면 이 작업 중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청해부대는 간이항원검사를 하지 않았으며 감기약만 준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8일 만인 지난 10일 장병 40여 명이 집단적으로 감기 증상을 호소하자 출항 때 가져간 신속항체진단도구로 검사했다. 결과는 모두 음성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사나흘이면 좋아져야 할 감기가 일주일이 지나도록 차도가 없고 고열이 지속되는 등 아무래도 이상하다고 여겨 이 가운데 증상자 6명의 샘플을 현지 병원에 맡겨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의뢰한 결과 이튿날인 15일 모두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감염 확산을 막을 수 있는 골든타임을 이미 놓친 뒤였다.

감기 증상 환자 나왔을 때 격리하고 접촉자 추적만 했더라도...

첫 번째 잘못은 누군가가 안전하지 못한 상태에서 현지 감염원과 접촉한 것이다. 그 개인 잘못도 물론 있겠지만 부대원을 철저하게 관리하지 못하고 감염 예방 교육을 제대로 하지 못한 장교와 함장 등에도 이에 대한 책임이 분명 있다.

감기 유사 증상 환자가 나왔을 때 집단감염을 막을 수 있는 첫 번째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이때 코로나가 아니라 감기 환자였으면 하는 바람이 강하게 작용해 격리나 검사 자체를 하지 않은 잘못을 범했을 수 있다. 단 한명이라도 감염자가 배 안에서 활동하게 되면 삽시간에 전 부대원으로 코로나가 펴질 수 있다는 것을 명심했다면 이런 식의 대응은 하지 않았을 터이다. 정말 안타까운 대목이다.

합참은 “지난 10일 승조원 다수가 감기 증상을 보여 40여명에 대해 '신속항체진단키트'로 검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 모두 음성으로 나왔다.”고 언론에 밝혔다. 또 엑스레이 검사에서 폐렴 증세도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3일 뒤인 지난 13일 이들 중 6명이 인후염 등의 증상을 호소해 현지 병원의 도움을 받아 이들에 대해 유전자증폭 검사를 실시한 결과, 모두 양성으로 나왔다.

항원검사가 아닌 항체검사를 했으니 40명 전원 음성이 나올 수밖에

청해부대가 신속항체 검사도구(키트)를 가지고 출항했다는 것은 한마디로 난센스이며 코로나와 코로나 검사에 대해 무지하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한 것이다. 항원검사와 항체검사의 차이와 원리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결과다. 군대 안에도 군의관 등 전문가들이 있는데 전문가나 질병관리청 등 어느 곳과도 협의 없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 과정에 대해 면밀하게 조사하고 관련 책임을 물어야 할 대목이다.

항체검사는 코로나19 진단용이 아닌 항체 형성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로 혈청학적 유병률이나 감염 이력을 파악해야 하는 역학조사 때 주로 사용한다. 우리 몸 안에 바이러스가 들어오면 인체는 이에 대항하는 항체를 만들어내는데 적어도 2주 정도 지나야 검사도구로 항체 형성 여부를 가려낼 수 있다. 따라서 청해부대가 의심 증상자를 검사한 시점은 감염이 이루어진 뒤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시점이어서 모두 음성으로 나오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이로 미루어 우리 군대의 코로나 지식과 방역 대응 매뉴얼 등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코로나 유사 증상자가 있을 때에는 일단 감염자에 준하는 검사와 격리, 그리고 관련 정보를 전 부대원에게 신속하게 알려야 함에도 그렇게 했는지, 그런 대응 매뉴얼이 있는지를 정부와 국회는 조사하거나 상임위를 통해 파악해야 할 것이다.

“2월 출항 때는 신속항체진단도구 밖에 없어” 해명은 거짓말

항원검사진단도구가 아닌 신속항체검사도구를 왜 싣고 갔는지에 대한 질문에 우리 군은 “청해부대 34진이 출발한 지난 2월 당시는 항원검사 키트가 미개발 상태라 항체검사 키트 적재가 최선이었다.”고 해명했다. 이는 명백한 거짓말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11월 의료인용 또는 검사 전문가용 항원검사와 항체검사 진단도구를 각각 정식 허가했다. 하지만 개인용 항체검사진단도구는 아직 허가가 난 적이 없으며 개인용 항원검사도구만 지난 4월 허가가 났다.

지난해 12월 3차 대유행 때 코로나가 급속하게 지역사회에서 확산하자 대통령, 일부 전문가, 지자체 등이 신속항원검사란 새로운 검사법 도입과 적용 확대를 주장하고 나섰다. 12월 7일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신속 항원검사 활용을 적극 추진하라”고 지시하자 몇 시간 뒤인 같은 날 오후 그동안 부작용을 우려해 반대하던 방역 당국까지 갑자기 태도를 바꿔 언론 브리핑을 통해 “다음 주부터 수도권 요양병원, 응급실 등에서부터 시작해 신속항원검사 사용을 점차 확대해 나가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제대로 된 승조원 코로나 예방과 대응 매뉴얼 있는지 조사해야

물론 코로나 신속항원검사 자체도 국내에서 처음 도입해 사용할 때부터 논란을 크게 빚은 바가 있다. 코로나 양성자를 진짜 양성자로 드러내주는 민감도가 매우 낮기 때문이다. 서울대병원 연구 결과에서는 민감도가 17% 정도였고 진단검사의학회 검증 결과도 41%에 불과했다. 이런 낮은 민감도 때문에 코로나 양성 여부를 판정하는데 이 도구를 사용하지 말도록 전문가들은 강조해왔다. 그래도 이 항원진단도구를 가져가 사용했더라면 적어도 감염자의 상당 부분을 가려낼 수 있었을 것이다.

지난해 12월 신속항원검사와 관련해 대다수 언론이 연일 뉴스로 크게 다루었는데 합참과 국방부 등이 이를 몰랐을 리 없다. 이 때문에 청해부대가 마스크와 코로나 대응 물품 등을 준비해가면서 군대 내 전문가와 질병관리청 등 방역 당국과 아무런 협의를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정말 안타까운 대목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군부대 코로나 방역 관리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3밀 환경보다도 코로나가 더 확산할 수 있는 열악한 조건에서 근무하는 군함 승조원에 대해 그에 걸맞은 예방 관리를 하고는 있는지, 효과적 대응 매뉴얼이 있는지를 들여다보아야 한다. 또 그동안 미국, 프랑스에 이어 대만 군함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벌어졌을 때와 지난 4월 해군 상륙함 고준봉함에서 승조원 84명 가운데 38명이 집단 감염된 것으로 드러났을 때 해군과 국방부는 이들 사례를 분석해 방역에 활용했는지도 묻고 따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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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주 박사는 <한겨레> 보건복지 전문기자를 지냈으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안종주의 위험 사회' '안종주의 건강 사회' '안종주의 위험과 소통' 연재 칼럼을 써왔다. 석면, 가습기 살균제, 메르스 등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보건 및 환경 보건 위험에 관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석면, 침묵의 살인자> <위험 증폭 사회> 등 다수가 있으며,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코로나 전쟁, 인간과 인간의 싸움> <코로나19와 감염병 보도 비평>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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