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대유행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

[안종주의 안전사회] 코로나 4차 대유행 긴급 점검(4)

코로나 4차 대유행이 언제 끝날지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기세가 세다. 4차 대유행도 과거 세 차례의 유행처럼 머지않아 그 끝이 보일 것이다. 지금까지 유행을 저지한 일등공신은 국민이었다. 확진자의 접촉자 등을 추적·검사하고 환자를 돌본 의료진들의 공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이번에는 유행의 끝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변이 바이러스, 특히 전파력이 기존 바이러스보다 2.6배가량이나 높은 델타변이 바이러스가 가장 큰 변수다. 이 변이형이 전문가들의 예상보다도 더 빨리 우리 사회에서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바이러스의 확산을 효과적으로 이른 시일 안에 봉쇄하지 못하면 유행이 한두 달 더 지속할 수 있다. 우리에게는 악몽이다.

4차 대유행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곳은 수도권이다. 특히 서울이 극심하다. 식당과 카페, 노래방 등 많은 자영업자들이 문을 닫거나 매출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누적된 불만은 자동차 시위로 이어졌다. 4차 대유행의 원인과 책임을 놓고 ‘내 탓이오!’를 먼저 말하지 않고 서울시와 청와대·여당이 서로 설전을 벌이며 책임 떠넘기기 등 볼썽사나운 언행을 하고 있어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사회적 거리두기 수도권 4단계는 너무나 강력한 대응이고 우리가 처음 경험하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국민과 자영업자, 중소상공인 등의 불만이 증폭하고 방역 주체 간 책임 공방까지 벌어졌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자제하고 협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과도한 언행을 하는 쪽이 패배자다.

감염자보다는 중환자·사망자 감소에 초점

4차 대유행이 끝나면, 아니 유행 중이라 할지라도 우리는 새로운 방역 원칙과 목표를 고민해야 한다. 첫째, 방역의 최우선 목표를 신규 확진자 감소와 중환자·사망자 감소 가운데 어떤 것을 택할 것이냐를 고민해야 한다. 이 두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으면 가장 좋지만 그것이 어려워 만약에 선택해야 할 시점이 온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것이다.

확진자가 크게 늘지 않는다는 조건만 만족한다면 중환자와 사망자 감소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전략과 목표는 코로나 백신 접종 확대와 맞물려 있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에서 백신 접종 완료 비율이 늘어날수록 사망자가 대폭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1차 접종도 여기에 상당한 도움을 준다.

고령자 백신 접종 후 치명률 1.5%에서 0.1%로 뚝 떨어져

한때 우리나라에서 감염자 가운데 사망자 비율인 코로나19 치명률이 1.5%정도였던 것이 최근(7월4~10일) 0.1%로 뚝 떨어졌다. 이는 전적으로 그동안 사망자의 대다수를 차지하던 65세 이상 노인 연령층에 대해 우선적으로 백신 1·2차 접종을 했기 때문으로 풀이할 수 있다.

치명률을 앞으로 이 수준에서 유지하거나 이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우리는 독감 관리하던 방식으로 코로나19를 관리할 수 있다. 9월이면 60세 이상에 대해서는 대부분 2차 접종까지 끝낼 수 있다. 화이자나 모더나 접종이 주로 이루어지는 50대도 비슷한 시기에 2차 접종을 끝낼 수 있다.

따라서 오는 10월부터는 신규 감염자 관리 정책에서 사망자 감소 관리 정책으로 전환할 수 있다. 이때가 되면 코로나19 방역 정책 패러다임이 바뀌게 된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발령도 지금과는 전혀 다른 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게 된다. 코로나 이전 일상생활과 가까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할 수 있게 되고 마스크 쓰기 등도 대폭 자율에 맡길 수 있게 된다. 이른바 자율 방역이다. 싱가포르와 영국에서 하고 있는 방역 전략을 우리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를 성급하게 도입하는 것은 외려 독이 될 수 있다. 지금과 같은 4차 대유행 기간, 그리고 4차 대유행이 어느 정도 잠잠해지더라도 완충 시기에는 여전히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쓰기가 철저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확진자 증가 또는 확진자 수가 많으면 이들을 관리해야 할 보건의료 수요가 늘어 사회적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면역증폭 접종(부스터 샷) 지금부터 준비해야

둘째, 면역증폭 접종(부스터 샷, 추가 접종)을 준비해야 한다. 아직 백신 1차 접종률이 30% 남짓하고 더 중요한 2차 접종률, 즉 접종 완료율은 10% 남짓한 상황에서 면역 증폭 접종에 대한 전략을 본격 논의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 하지만 최근 얀센 백신 접종자 가운데 코로나에 감염되는 이른바 돌파 감염 사례가 늘고 있어 이들에 대해 우선적으로 추가 접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또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모더나 등 다른 백신 접종자들에 대해서도 2차 접종 후 6개월 내지 1년 뒤 몸 속 중화항체 역가 등을 면밀히 살펴서 추가 접종 여부를 결정해야 하며 그 때를 놓치면 안 된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추가 접종도 한두 달 등 단시일 안에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꼼꼼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올해 말부터 추가접종을 시작해야 할지도 모른다.

끝으로 교차 접종에 대한 신속한 검토와 시행도 검토해야 한다. 외국의 일부 조사·연구에서는 서로 다른 백신을 교차 접종하면 외려 감염 예방에 더 효과적이라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좀 더 확실한 연구 결과가 나오면 우리도 즉각 이를 적용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두는 것이 좋다. 이와 함께 백신 접종 완료율을 전 국민의 70%에서 80~90%로 상향조정해 집단면역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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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주 박사는 <한겨레> 보건복지 전문기자를 지냈으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안종주의 위험 사회' '안종주의 건강 사회' '안종주의 위험과 소통' 연재 칼럼을 써왔다. 석면, 가습기 살균제, 메르스 등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보건 및 환경 보건 위험에 관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석면, 침묵의 살인자> <위험 증폭 사회> 등 다수가 있으며,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코로나 전쟁, 인간과 인간의 싸움> <코로나19와 감염병 보도 비평>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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