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월 1일, 중국 북경의 천안문 광장에는 '노 마스크' 차림의 7만 여명의 인파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자축하는, 중국으로서는 매우 의미 있고 장엄한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시진핑 국가 주석은, 약 55분간 중국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전망 등에 대해 폭넓고 깊이 있는 담화를 발표했다. 그 내용은 당연히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및 외교 등 전분야를 총망라했다.
이 담화 중 한 부분에, 1840년 아편전쟁 이후 이어진 '외세의 침략과 괴롭힘(欺負)'으로 인한 중국의 암울했던 과거사 언급이 있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 우리 사회의 적지 않은 언론들이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식과 관련하여 대대적으로 헤드라인 타이틀로 사용한 바로 그 표현, "外勢欺負, 頭破血流"이 나왔다.
100주년 기념식 생방송을 전부 지켜본 필자의 입장에서 그 전체의 맥락을 '있었던 사실 그대로' 전달하면 대략 다음과 같다.
시진핑 주석은 시종일관 담담하고 차분한 어조로 담화를 이어갔다. 그러다가 외세 침략 등으로 암울했던 아편전쟁, 열강 침략, 의화단의 난 등과 같은 근현대사를 언급하는 과정에서 "…(하지만 현재의 중국은 형편없었던 과거와는 다르다. 그러므로) 외세가 또 다시 중국을 침략하거나 괴롭히려 하면 오히려 그들의 머리가 깨지고 피가 나도록 (당당하게 대처)할 것이다"라는 취지의 말을 하며 위의 "外勢欺負, 頭破血流"라는 단어를 읽어 내려갔다.
이는 외세에 의해 불행을 겪었던 국가의 최고 지도자가 국민을 향해 "이제 다시 우리 조국이 외세에 의해 침탈당하거나 수모를 당하지 않도록 할 것이다"라며 지도자로서 국민들에게 보여야 할 당연한 조국 수호의 담대한 의지를 보인 것에 불과했다. 사실, 역대 우리 대통령들도 중요한 행사 자리에서 이렇게 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우리 사회의 일부 언론은 우리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매우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거대한 나라 중국의 중요한 이정표적 행사에서 나오는 핵심 내용 등에 대해서는 제대로 보도 및 분석하지 않고 위 내용을 비롯한 '호전적이며 거칠고 이질적인 중국'의 이미지 전달에 급급한 것 같았다.
실제로 시진핑 주석이 약 55여 분간에 걸쳐 발표한 담화 내용에 대해서는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이렇게 중요한 자리에서 저런 표현만 하며 그 긴 시간을 보냈을까?
우리 언론들의 이러한 모습은 일본의 보도와는 대조되어 더욱 안타까웠다. 일본 언론은 먼저 시진핑 주석의 담화 내용에 대해 있었던 사실(fact)을 그대로 보도하고, 다음으로 그에 대해 다각적 분석과 향후 일본 및 국제 사회에 미칠 영향 등에 덧붙인 후, 마지막으로 각 언론사들의 관점과 의견 등을 내보이는 형식을 취하고 있었다.
문제는 우리 '일부' 언론의 이러한 '보도' 자세가 비단 이번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작정을 하고 '흠집내기'와 '부정적 이미지' 극대화 등에 혈안이 된 듯한 상황에서 우리 사회, 우리 국민들이 과연 어떻게 중국에 대해 적확하게 파악하고 또 그들과의 '윈-윈'을 추구해 갈 수 있을까?
필자는 최근 '있는 그대로의' 중국이 우리 사회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있는 그대로' 전달될 수 있도록 '한중글로벌협회'를 설립했다. 시진핑 주석 발언 보도의 사례처럼 중국에 대한 이해가 단편적인 수준을 넘어서 보다 심화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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