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의 "외교"와 북한의 "대화"가 만나려면

[정욱식 칼럼] 한미 연합 훈련, 외교 방해에서 이제는 외교 '기여'로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1월 당대회 이후 처음으로 대외정책 방향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조선중앙통신>은 6월 17일에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김정은이 "새로 출범한 미 행정부의 우리 공화국에 대한 정책 방향을 상세히 분석하고 금후 대미 관계에서 견지할 적중한 전략·전술적 대응과 활동 방안을 명시했다"고 보도했다.

기본 방침은 "우리 국가의 존엄과 자주적인 발전이익을 수호하고 평화적 환경과 국가의 안전을 믿음직하게 담보하자면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되어 있어야 하며 특히 대결에는 더욱 빈틈없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시시각각 변화되는 상황에 예민하고 기민하게 반응 대응하며 조선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해나가는데 주력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입장 표명은 바이든 행정부가 5월초 대북정책 검토를 완료하고 북한에 접촉을 제의한 이후 처음으로 나온 것이다. 이에 따라 2018년 10월 북미실무대화 이후 단절된 북미대화가 재개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김정은이 대결적인 언사는 자제하면서 평화적 환경과 정세의 안정적인 관리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 눈에 띤다. 경제발전과 인민생활향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불필요한 긴장 조성을 원하지 않고 있다는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는 셈이다.

▲ 18일 북한 당 기관지 <로동신문>은 전날인 17일 제8기 제3차 전원회의가 열렸다고 보도했다. ⓒ로동신문

그러나 낙관하기에는 이르다. 우선 한미의 '투 트랙'과 북한의 '투 트랙'이 어떻게 만나게 될지가 중요하다. 여기서 한미의 '투 트랙'은 외교와 억제의 병행으로, 외교적으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추구하면서도 군사적으로는 점증하는 북한의 위협에 대응해 억제는 강화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의 '투 트랙'은 이에 대한 대응으로 나온 것으로,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특히 대결에는 더욱 빈틈없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는 주문은 대미·대남 억제력 강화에 소홀해선 안 된다는 의미를 품고 있다.

문제는 엇박자에 있다. 양측이 외교를 통한 문제 해결의 문은 열어놓으면서도 상대를 겨냥해 억제를 강화하면 외교적 목표는 더욱 멀어지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미가 말하는 "억제"와 북한이 말하는 "대결" 사이의 충돌을 최소화하면서 외교에 기회를 주려는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단기적으로 관건은 올 여름 한미연합훈련 실시 여부에 있다. 크던 작던 연합훈련이 실시되면, 북한은 이를 "대결"로 간주하고 군사적 맞대응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는 미사일 시험발사나 9.19 군사합의 파기 선언 등이 포함될 수 있다. 반면 한미가 연합훈련은 유예하면서 북한에 대화를 제의하면 북한도 "대화"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이제는 한미가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교착상태를 타개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올 여름에 예정된 연합훈련을 조속히 유예 선언하는 것이 거의 유일한 가용 수단이다.

이는 결코 북한에 일방적으로 양보하는 것이 아니다. 5월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에서 재확인한 4.27 판문점 선언과 6.12 북미공동성명의 정신을 뒤늦게나마 되살리는 구체적인 조치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미 한미의 대북 억제력은 막강하다. 굳이 올 여름에 연합훈련을 하지 않더라도 대북 준비태세 및 감시태세도 잘 유지할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면 지금까지 외교를 방해해왔던 연합훈련을 자제함으로써 외교에 기여토록 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지 않을까? 같은 행동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해온 어리석음에서 이제는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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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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