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백신 전략은 사망 사례 더는 없도록 하는 것

[안종주의 안전사회] 백신 접종 후 사망, 소통 전략 미리 준비해야

우리나라는 미국과 이스라엘, 영국 등에 견주어서 백신을 제때 확보하지 못해 접종 시작과 접종 속도가 상당히 늦었다. 하지만 최근에 들어서는 백신에 대한 거부감이 많이 완화되면서 코로나 백신 접종이 순조롭게 이루어지고 있다.

보건의료 종사자 등과 60세 이상 가운데 화이자·아스트라제네카·얀센 백신을 맞은 사람이 6월 중순 애초 올 상반기 목표인 1300만 명을 넘어서는 등 백신 접종이 순항하고 있다. 접종 후 두통, 근육통, 피로감, 무기력 등의 부작용을 겪은 사람이 많지만 대부분 2~3일 만에 좋아져 가벼운 이상반응에 대한 불안감도 사실상 사라졌다. 백문이 불여일견이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인 셈이다.

순탄하게 항해할 것 같았던 백신 접종에 최근 빨간불이 켜졌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은 사람 가운데 두 명의 30대 남성에서 뇌 혈전 부작용이 발생했고 이 가운데 한 명은 제때 치료를 받아 중증으로 진행되지 않았으나 다른 한 명은 16일 숨졌기 때문이다. 모두 30대 남성이다. 코로나 백신 부작용으로 인한 국내 공식 첫 사망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국내 첫 백신 부작용 30대 남성 사망자 발생 파장

그는 지난 5월 27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했다. 접종 9일 후인 6월 5일 심한 두통과 구토가 발생해 의료기관 진료를 받았다. 하지만 증상은 호전되지 않았다. 6월 8일부터는 증상이 더욱 악화해 상급병원을 찾아갔다. 의료진은 혈소판감소성혈전증을 의심해 치료하면서 항체검사를 벌였다. 양성임이 15일 확인됐다. 안타깝게도 다음 날 숨지고 말았다.

사망자는 기저질환이 없었다. 직접사인은 뇌출혈이고 뇌출혈의 원인은 대뇌정맥동 혈전증이었다. 이것은 혈소판감소성혈전증 때문에 발생했다. 우리보다 일찍, 그리고 더 많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한 유럽 국가에서는 이미 이와 유사한 부작용 사례와 사망 사례가 다수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뿐만 아니라 최근 전령리보핵산(mRNA)에 기반을 한 화이자·모더나 백신도 치명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심근염과 심낭염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어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이 주목하고 있다. 미국은 오는 18일 이와 관련한 전문가 회의를 열어 평가 결과를 내놓을 계획이다.

화이자·모더나 접종 미국 청소년, 심근·심낭염 사례 잇따라

심근염은 심장근육에, 심낭염은 심장을 둘러싸고 있는 이중막인 심낭(중피)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따라서 제때 치료를 받지 않으면 생명에 위협을 줄 수 있는 부작용이다. 미국 CDC 백신부작용신고시스템에 지난달 말까지 보고된 화이자·모더나 백신 접종 후 심근염·심낭염 사례는 총 789명으로 집계됐다.

1차 접종 후 216명, 2차 접종 후 573명으로 대부분 2차 접종 후 발생했다. 2차 접종 후 심근염·심낭염이 발생한 이들의 중앙값 나이는 24세였고 남성이 79%를 차지했다. 특히 16~24세에서 2차 접종 후 심근염·심낭염이 발생한 사례는 275명이었다. 청년 남성이 주로 문제가 되고 있으며 나이가 어릴수록 이런 현상이 더 잘 생기는 것이다. 물론 이것이 모두 코로나 백신 때문이라는 직접적인 증거는 아직 없다.

이와 관련해 미국심장협회·뇌졸중학회와 미국소아과학회 감염병위원회 등 전문가 단체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의 혜택이 심근염을 포함한 희귀한 심장 관련 합병증 발생 위험을 크게 웃돈다며 모든 성인과 12세 이상의 청소년에게 가능한 한 빨리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도록 강력하게 권고했다.

위험 대비 편익 논리만으로 대중 설득 힘들어

위험 대비 편익은 전문가들이 일정 정도 부작용일 있게 마련인 백신 접종이나 의약품 복용 때 즐겨 사용하는 설득 논리다. 하지만 이것만 가지고 시민들을 설득하기는 충분치 않다. 대중은 위험 대비 편익보다는 절대 안전, 즉 제로 위험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혈소판감소성혈전증과 심근염·심낭염은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중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질환이다. 이것이 특정 연령층과 성에 집중된다면 해당 집단에서는 백신 접종에 대한 불안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더군다나 청년층은 코로나 감염으로 인한 치명률이 매우 낮거나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코로나 감염으로 인한 사망 위험은 노년층일수록 매우 높아 이들 연령층은 코로나 백신 부작용으로 인한 위험보다 접종에 따른 편익, 즉 사망 감소가 크기 때문에 위험 대비 편익이란 논리로 백신 접종을 독려할 수 있다. 5~6월 노년층들의 백신 접종률이 높은 것도 이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청년층은 노년층과는 다르다. 만약에 하나 청년층 가운데 아스트라제네카 접종 후 혈전증이 생기는 사람이 늘어나고 추가 사망자까지 나온다면 전문가나 정부 모두 이들에게 위험 대비 편익을 내세우며 접종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다 화이자·모더나 백신 접종 후 심근염·심낭염 사례가 국내에서도 잇따라 보고된다면 엎친 데 덮친 격이 될 수 있다.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접종·소통 전략 미리 준비해야

따라서 정부는 백신 부작용 발생 자체는 막을 수 없다고 하더라도 부작용 발생 시 즉각,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중증 부작용 조기 발견을 위해 의료인에 대한 교육뿐만 아니라 접종자에 대한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 하반기부터는 일부 10대를 비롯해 50대 이하 성인을 대상으로 집중적으로 접종이 이루어지고 60세 이상 노년층을 대상으로 2차 접종이 이루어진다.

물백신을 놓거나 정량 접종이 아닌 과량·과소 접종, 대상자 오인 접종 등 의료기관에서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는 실수가 더는 일어나지 않도록 정부는 돌다리를 두들겨 가며 가는 꼼꼼한 접종 관리와 함께 접종에 빨간 불이 들어오지 않도록 새로운 전략을 세워야 한다.

특히 최악의 상황, 즉 백신 부작용으로 인한 추가 사망자 발생과 중증 부작용 발생 시 이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소통 전략과 백신 접종 전략을 미리 세워두어야 한다. 효과적인 전략만이 하반기 접종에 청신호를 계속 켜서 백신 접종 차량이 달릴 수 있도록 해준다. 위기 상황이 벌어지고 난 뒤 우왕좌왕하는 일이 벌어져서는 결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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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주 박사는 <한겨레> 보건복지 전문기자를 지냈으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안종주의 위험 사회' '안종주의 건강 사회' '안종주의 위험과 소통' 연재 칼럼을 써왔다. 석면, 가습기 살균제, 메르스 등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보건 및 환경 보건 위험에 관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석면, 침묵의 살인자> <위험 증폭 사회> 등 다수가 있으며,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코로나 전쟁, 인간과 인간의 싸움> <코로나19와 감염병 보도 비평>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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