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출간하는 회고록 <조국의 시간>을 놓고 대선 주자들을 포함해 여권 일각에서 동조와 응원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1일 "다시 '조국의 시간'이라는 수렁에 빠질 수는 없다"며 당 지도부에 입장 정리를 촉구했다.
조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재보궐선거 패배 후 우리 당은 어떤 모습으로 국민들에게 비춰지고 있나 생각하면 제 주관적으로 별로 속이 편하지 않았다"며 이같이 적었다. 이어 "특히 우리 당의 주요한 대권 주자들이 강성 당원들을 의식하여 조 전 장관에 대해 경쟁적으로 옹호하는 발언을 쏟아내는 모습이 이런 당혹감을 넘어 더욱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조 전 장관은 지난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가족의 피에 펜을 찍어 써 내려가는 심정이었다"며 회고록 <조국의 시간> 출간 소식을 알렸다. 일부 여권 대선 주자들은 '친문' 표심을 얻기 위해 이에 호응하는 메시지를 냈다.
이낙연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가족이 수감되시고, 스스로 유배 같은 시간을 보내시는데도 정치적 격랑은 그의 이름을 수없이 소환한다"며 "참으로 가슴 아프고 미안하다"고 적었다. 정세균 전 총리도 "공인이라는 이름으로 검증이라는 이름으로 발가벗겨지고 상처 입은 그 가족의 피로 쓴 책이라는 글귀에 자식을 둔 아버지로, 아내를 둔 남편으로 가슴이 아리다"고 했다.
이와 달리 조 의원은 "4.7 재보궐선거의 패배의 원인을 돌아보며 민심을 경청하는 프로젝트를 한창 진행하는 중에 하필 선거 패배의 주요한 원인 제공자로 지목되는 분이 저서를 발간하는 것은 우리 당으로서는 참 당혹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당 지도부나 대선 주자군들 모두 저보다 몇배 더 고민이 많으실 거다"라며 "그런데 '어쩔 수 없다. 경선 통과가 중요하니 일단 검찰, 언론 개혁을 업고가고 본선에서 중도로 가면 된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들린다"고 했다.
이어 "묻고 싶다. 정말 그러면 대선 본선에서 이길 수 있나? 눈 가리고 아웅 아닌가? 당원들과 국민들이 그런 수에 넘어가주겠나? 다 같이 터놓고 이야기라도 해봐야 할 일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그는 "송영길 대표를 중심으로 임박한 정치 격변의 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조국의 시간'에 대해서도 명쾌하게 입장을 정리하여 일관되게 민생에 전념하는 집권여당의 듬직한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박용진 의원도 이날 조 전 장관의 회고록 출간 논란에 대해 "송영길 대표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지도부가 국민들에게 답을 드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박 의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법정에서 어떤 결론이 나오든 누구든지 변론, 반론, 자기변호의 권리는 다 있다"고 조 전 장관의 회고록 출간 논란에 선을 그으면서도, "조국 사태의 대응을 놓고 민주당이 보여줬던 일 중 내로남불로 보이는 일들은 없었는지, 야당일 때 고위공직자 청문회에서 보여줬던 태도로부터 벗어난 일은 없었는지를 돌이켜야 한다"고 했다.
회고록 출간을 계기로 재점화되고 있는 '조국 사태'에 관해 "핵심은 당이 어떤 태도를 취할 거냐는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조국 사태는 촛불 시위 이후 우리 사회에서 가장 뜨거웠던 논란 중 하나인데 아무 일 없었던 듯 넘어갈 일은 절대 아니"라고 강조했다.
송영길 대표는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여러 이야기를 잘 들어보고 관련된 판단을 하겠고, 당장 (조 전 장관과 관련한) 메시지를 낼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고 고용진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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