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돌풍', 국민의힘 쇄신 기폭제 되나

[최창렬 칼럼] 세대교체는 정치교체의 최소한이다

1969년 11월 8일 신민당 원내총무였던 김영삼은 대통령 후보 지명전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1927년생인 김영삼은 42세였다. 같은 40대인 김대중과 이철승이 합류했다. 이른바 '40대 기수론'이다. 당시는 박정희의 집권 연장을 위한 삼선개헌이 통과된 후였다.

처음에 당 원로와 중진들은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당 대표인 유진산의 정치적 이미지가 야당 후보로서 맞지 않고, 당내 새로운 바람이 불지 않으면 침체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40대 기수론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비록 40대 인사들의 정치 경력이 일천하더라도 박정희 독재와 싸우기 위해서는 젊은 후보가 출현해야 한다는 국민의 여망에 따르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최종적으로 김대중이 대통령 후보가 되어 7대 대선에서 박정희와 겨뤘지만 결과는 94만 표 차이로 패했다. 비록 패배였지만 독재정권이 동원한 관권선거와 금권선거 등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는 이긴 선거였다. 결국 40대 기수론은 침체 상태에 빠져있던 신민당에 새로운 기풍을 진작시키고 야당의 대독재 투쟁의 동력을 제공했다.

국민의힘 당권 경쟁에서의 이준석의 돌풍을 당시와 평면적으로 비교할 순 없다.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시대정신을 표상하는 인물도 아니고 거대 독재 권력과 맞서는 상황도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준석은 2011년 정치에 입문했으니 경험이 짧다고 할 수 없지만 원내에 진입한 적이 없다.

주목할 부분은 당권의 향배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불고 있는 변화와 쇄신의 바람이다. 이준석 뿐만이 아니라 김웅, 김은혜 등도 50대 초반이다. 한국 정치문법으로는 생소한 장면일 뿐만 아니라 보수정당에서 좀처럼 맞닥뜨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들이 표상하는 변화의 지점은 부인할 수 없다. 계파 논쟁 프레임으로 기득권을 유지해 보겠다는 중진들의 생각은 진부하고 퇴행적이다.

정치공학적인 여러 해석이 가능하겠으나 다선·중진 위주의 당의 서열화, 당론이라는 이름으로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의 자율성을 말살하는 구태한 정당문법, 갈등을 해결할 능력을 상실한 정당이기주의와 직업적 이해(professional interests)에 충실한 정치꾼들에 대한 환멸 등이 중첩되어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해석해야 한다. 단순히 중진 대 신진, 세대교체 등의 진부한 프리즘으로 이 상황을 봐서는 안 된다.

정당 차원에서는 정권재창출이 중요하고, 정권교체가 절박할 것이다. 국회의원이나 정치지망생에게도 자신의 당선을 위해서 둘 중 어느 하나가 긴요할 수 있다. 그러나 중도층의 유권자들에게는 정권재창출도, 정권교체도 중요하지 않다. 정치가 제 기능을 다하고 한국사회의 부조리와 모순을 덜어줄 수 있는 정치 복원을 바랄 뿐이다.

4월 선거에서의 참패 이후 더불어민주당의 초선이 반성의 목소리를 냈으나 강성 지지자들에 의해 곧 제압됐다. 여야 모두 초재선이 소장 정치인으로서 정치개혁을 견인하지 못하고 있는 터에 이준석의 예상을 넘는 지지율은 한국정치에 던지는 경고다.

세대교체도 중요하고 개혁도 중요하지만 정치가 교체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 정치교체는 사람만 젊어진다고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변화를 상징하는 최소한의 필요조건이 세대교체다. 그 지점이 정치교체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 실시한 20~30대를 대상으로 한 심층면접조사 결과 민주당을 의인화한 이미지는 '독단적이며 말만 잘하고 겉과 속이 다른 무능한 40-50대 남성'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민주당 전략기획국은 키워드로 볼 때 '촛불' '등대'에서 '위선적' '내로남불' '무능력' 쪽으로 바뀌었다는 자체평가를 내놓았다. 국민의힘은 '돈과 권력을 중시하며 엘리트주의를 갖고 있는 50대 후반~70대 꼰대 남성'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인식에서 봐도 권력엘리트의 교체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정당의 목적은 권력 획득이다. 정치공학적 전략적 선택 이외에 본질적인 변화와 개혁, 비전과 혁신을 새 상품으로 내놓고 경쟁할 때 정치복원이 가능해 질 수 있다. 4월 재보선 이후 정치시스템의 변화를 주문하는 강력한 요구는 박근혜 탄핵 이후 또 한 번의 거대한 흐름을 만들어 낼지 주목할 일이다. 이에 적응하는 정당이 내년 대선 승리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

젊은 세대의 분노가 정치 참여의 동력으로 전화되지 않으면 이준석과 국민의힘 초선의 당권 도전은 정치교체의 의미를 부여받을 수 없다. 갈등의 제도화가 '정치적인 것'과 연결될 때 젊은 세대의 도전은 2021년판 40대 기수론으로 평가 받을 수 있다. 여야 대선 후보군들도 과거 패러다임, 기존의 정치의 틀을 뛰어넘는 새로운 발상으로 유권자에게 다가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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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렬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다양한 방송 활동과 신문 칼럼을 통해 한국 정치를 날카롭게 비판해왔습니다. 한국 정치의 이론과 현실을 두루 섭렵한 검증된 시사평론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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