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은 코로나 백신 접종 후 사망 보도를 왜 하는 걸까?

[안종주의 안전사회] 접종 후 사망 과잉 보도는 명백한 지면·전파 낭비

언론은 코로나 백신 접종 후 사망 보도를 왜 하는 걸까? 사망이 백신 접종과 인과관계가 있거나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보고 접종 대상자들에게 경고하기 위한 걸까? 다시 말해 백신 접종을 기피하라고 말하기 위한 것인가? 아니면 그와 같은 정보를 독자나 시청자들이 강력하게 요구하기 때문에 이에 부응하기 위한 것인가?

그도 아니라면 다른 언론사가 보도를 하거나 과거 유사한 보도를 해왔기 때문에 관성적으로 하는 것인가? 백신 접종 후 사망 신고를 경마 중계방송 하듯이 보도하는 것은 사회감시견 역할 등 언론 고유의 사명을 다하기 위한 것일까, 아니면 그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일까?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 각국에서는 매일 많은 사람이 숨져간다. 인구가 많은 나라에서는 더 많은 사람이 죽기 마련이다. 코로나 백신을 접종 받기 전에도 사람들은 죽어갔다. 코로나 백신을 접종 받은 뒤에도 사람은 죽는다.

이상반응 보도, 국민 안전과 건강에 도움 안 돼

하지만 코로나 백신 접종과 사망과의 인과관계가 확인된 사례는 국내에서 아직 없다. 우리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접종을 받은 국가에서도 코로나 백신 접종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숨졌다고 공식 확인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우리나라에서 백신 접종 후 사망했다고 신고를 해온 사례는 15일 현재 모두 119건이다. 일본은 지난 7일 현재 39건의 백신 접종 후 사망 신고 사례가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영국에서는 4월14일 기준으로 모두 973건의 접종 후 사망 신고 사례가 있었다. 화이자 백신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모두 접종 10만 명 당 3.1명꼴로 사망 신고가 들어왔다. 이런 통계를 통해 접종 숫자에 비례해 접종 후 사망 신고 건수가 많음을 알 수 있다.

코로나 백신의 부작용 등 안전성에 대해 대중이 관심을 가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만약에 그 부작용 정도가 심하거나 매우 잦은 빈도로 발생해 백신을 접종하지 않는 것이 건강과 안전에 더 도움이 된다면 맞지 않는 선택을 하는 것이 현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용화되는 거의 모든 코로나 백신은 수만 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3상 시험을 통해 안전성을 충분히 확보했다. 이 때문에 예기치 못한 이상반응이나 사태가 생기지 않는 한 부작용 신고가 들어왔다고 해서 시시콜콜 관련 내용을 널리 알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언론이 반드시 해야 할 역할도 아니다.

접종 후 사망 과잉 보도는 명백한 지면·전파 낭비

코로나 백신은 인류가 처음 맞는 백신이어서 백신 접종 초기에 이상반응을 포함해 접종 후 사망 신고 등의 내용을 언론이 곧 바로 알리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접종을 시작한 지 석 달이 된 지금 시점에서 축구나 야구 경기 중계하듯이 보도하는 것은 지면과 전파 낭비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지난해 가을 독감 백신 접종과 관련해 접종 후 사망 신고를 지나치게 자주, 과잉 가치를 부여해 보도한 바 있다. 언론은 당시 주식 시장 변동 상황을 시시각각 알려주는 상황판을 자처했다. 하지만 실제로 백신 접종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사망했다는 인과관계는 나오지 않았다. 이런 식의 보도를 코로나 백신 접종 때에는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는 성찰의 목소리가 드높았다.

하지만 이는 실제 상황을 맞아서 공염불이 되었다. 언론은 제 버릇을 남 주지 못하고 다시 불과 몇 달 전에 있었던 이상반응과 접종 후 사망 보도를 2021년 봄에도 계속하고 있다. 썩은 전통은 쓰레기통에 처박아 넣어야 하는데 우리 언론은 신주단지 모시듯 한다.

이상반응 사례 정보 제공은 한 달에 한두 번이면 족해

방역 당국도 관련 정보를 원하는 언론의 등쌀에 못 이겨 매일 관련 정보를 제공하다 최근에는 일주일에 3차례 나눠 관련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특별한 사례가 아닌 이상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관련 통계를 주어도 무방하겠다. 더 바람직하게는 한 달에 한두 번이면 족하다.

우리 언론이 독감 백신 접종 때에 이어 코로나 백신 접종 때에도 이상반응 사례와 접종 후 사망 사례를 개별적으로 자세하게 다루는 것은 헛심을 쓰는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대다수 국민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가.

모든 죽음은 애통하다. 특히 갑작스런 죽음은 더 그렇다. 백신 접종 후 하루 이틀 뒤, 또는 1~2주일 안에 숨지면 비통에 젖은 유족들은 백신 접종의 부작용 때문이 아닌가하고 의심해 신고를 할 수 있다.

정부는 이런 사례를 모아 유형별로 나중에 투명하게 알리면 된다. 그리고 그 사망원인을 정확하게 조사해 인과관계 여부를 판정하면 된다. 언론이 무조건 보도부터 하고 보자거나 아니면 말고 식으로 보도하는 것은 금물이다. 그 폐해가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코로나 방역, 즉 백신 접종에 일등 훼방꾼이 될 수 있다.

이는 정부가 국민을 대상으로 코로나 백신 접종 의향을 물은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잘 드러났다.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와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3월 진행했던 코로나19 관련 인식조사를 4월 말에 다시 실시해 5월 5일에 그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예방접종을 받겠다.”고 응답한 비율이 61.4%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3월 조사에 비해 6.6%p가 감소한 것이다. 응답자들이 백신 접종을 망설이는 이유로는 ‘예방접종 이상반응에 대한 우려’가 84.1%로 3월에 이어 이번에도 1순위로 꼽혔다. 뒤이어 ‘백신의 효과를 믿을 수 없어서’라는 응답이 66.8%로 뒤를 이었다. 국민이 백신 관련 정보를 습득하는 경로에 대해, 언론 보도가 79.1%로 가장 많았다. 백신 기피에 언론이 핵심 노릇을 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접종 후 사망 보도는 언론의 사회감시견 역할에 해당 안 돼

언론학계에서도 백신 접종 후 사망 보도 행태를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14일 한국언론학회 봄철 정기학술대회 ‘팬데믹 국면에서 언론 보도와 저널리즘 공공성’ 세션에서 이 문제를 다루었다. 백신 접종 후 사망하는 사례가 사실로 존재하지만 여기에 엄청난 보도 가치를 부여하거나 이를 마치 인과성이 있는 것처럼 다루는 것은 결과적 오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물론 어떤 학자는 시민 입장에서 볼 때 단 한 번의 부작용에 의한 위험이라 해도 자신에게 발생할 우려와 공포가 실질적인 위험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접종 후 사망 관련 언론 보도가 잘못됐다고 단정하는 것은 무리라는 견해를 보였다.

일반시민의 위험 인식이 제로 위험을 원하고 2008년 미국 쇠고기 수입 파동 때 광우병에 대해 과도한 위험 인식을 보인 시민들이 현실에서 존재한 것은 맞지만 언론이 이에 편승해 그런 위험 인식이 바람직하다고 보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언론인이나 언론학자라면 외려 접종 후 사망이 실질적인 위험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리는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올바른 자세다.

사실과 진실은 다르다. 언론은 모든 사실을 보도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가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하는데 도움이 되는 진실을 알려야 한다. 또 사실일지라도 이를 방해하는 일에 대해서는 단순 정보 제공 식의 보도가 아니라 강력한 비판 보도를 해야 한다. 국민의 알권리란 미명 아래 숨어 실체적 진실에는 관심을 두지 않거나 이를 호도하는 보도는 언론의 길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접종 후 사망 보도는 언론의 사회감시견 역할이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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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주 박사는 <한겨레> 보건복지 전문기자를 지냈으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안종주의 위험 사회' '안종주의 건강 사회' '안종주의 위험과 소통' 연재 칼럼을 써왔다. 석면, 가습기 살균제, 메르스 등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보건 및 환경 보건 위험에 관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석면, 침묵의 살인자> <위험 증폭 사회> 등 다수가 있으며,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코로나 전쟁, 인간과 인간의 싸움> <코로나19와 감염병 보도 비평>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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