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외부에 의뢰해 4·7 재보선 참패 원인을 분석한 결과 '조국 사태'와 '부동산 문제'가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 것으로 확인됐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은 20·30 여성 유권자들의 이탈 요인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서울시당은 한국리서치가 진행한 '서울시 유권자 대상 포커스 그룹 인터뷰(FGI) 결과 보고서'를 당 의원들에게 전달했다. 보고서는 약 20페이지 분량으로, 민주당을 지지해온 유권자 가운데,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를 찍은 '잔류 그룹'과, 민주당 지지를 철회한 '이탈 그룹'으로 나눠 심층 인터뷰한 내용을 담고 있다.
"조국사태가 현 사태의 시발점… 현 정권 위선을 제대로 보여줬다"
이탈 그룹에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이슈 △검찰 개혁 △LH사태와 부동산 문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등을 재보선 패인으로 꼽았다.
먼저 조 전 장관의 자녀 입시 특혜 의혹 등 이른바 '조국사태'와 관련된 이슈에서 이탈 그룹은 상대적 박탈감, 정권의 위선과 내로남불 등을 지적했다.
"작년에 고 3 딸 입시를 치르면서 그 사건이 터져 실망감, 박탈감을 많이 느꼈다. 저도 부모인데, 저들은 부부가 애들을 저렇게 키웠구나, 그들은 그들만의 리그가 있구나. 몰랐던 사람만 몰랐고, 지금까지 교수들 자녀들은 다 저렇게 케어했던 것이다. 어떻게 보면 (조 전 장관 부부)보다 먼저 한 사람도 있는데 저 사람만 밝혀진 건가? 나도 부모인데 저렇게까지는 못해주니까 많이 미안하고"(40대 여성 A씨)
"자식 키우는 입장에서 허탈감과 박탈감이 들었다. 조국과 조국 와이프를 보며 내가 내 자식에게 못해주는 게 죄인가? 할 정도로 자괴감이 많이 들었다. 그런 거 볼 때마다 안 보고 싶고 채널을 돌리고 싶었다"(50대 여성 B씨)
"(문재인 정부는) 공정하고 정의롭게 하겠다면서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정부를 만들어 냈는데, 그 정부 안에서 결국 자기들도 별 다를 바 없었다"(30대 남성 C씨)
"저는 현 정권의 위선을 제대로 보여준 게 조국사태라고 생각을 한다. 그게 현 사태의 시발점이 되지 않았을까"(20대 여성 D씨)
"조국 사태를 보면서 반반의 마음이 들었다. 내가 조국이라면 과연 내 딸들을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이 하나가 있었고, 앞으로 정의로운 사회, 청렴 결백을 따진다면 단호하게 모든 것을 파헤쳐야 한다는 마음도 있었다"(50대 여성 E씨)
잔류그룹에서도 부정적 의견이 나왔다. 한 30대 여성 지지자는 "조국을 감싸면 안됐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명확하게 잘못한 부분이 가족들 일로 있었다. 윤미향 의원도 할머니가 서운한 게 있어서 그러는 것이라고 감싸는 것 자체는 잘못돼 보였다"고 지적했다.
조 전 장관에 대한 이슈는 자연스레 검찰 개혁에 대한 이슈로 이어졌다. 이탈 그룹은 개혁 공감대 형성 실패, 성과 부재 등을 지적했다.
민주당 초선 의원들도 지난달 9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검찰 개혁의 대명사라고 생각했고 검찰의 부당한 압박에 밀리면 안 된다고 판단했다"며 "하지만 그 과정상에서 수많은 국민들이 분노하고 분열되며 오히려 검찰 개혁의 당위성과 동력을 잃은 것은 아닌가 뒤돌아보고 반성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검찰개혁을 하면 뭐가 바뀌는 건지 모르겠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데려다 뭔가 하려고 했는데 정부에서 뭔가 안 맞았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와서 하긴 했지만 그건 검찰개혁이 아니었다. 자기 구미에 안 맞으니까 계속 찍어 내리려고 했던 추태들이어서 지금은 자기가 원하는 사람만 다 앉혀 놨다. 검찰 내부에서 제도적으로 구조 개혁을 하는 게 아니라 국민 입장에서 보면 여론은 검찰이 불쌍해졌다고 생각한다"(40대 남성 F씨)
"민주당에서 말하는 검찰개혁 그 자체가 뭔지 모르겠다. 자기네 관련된 사람들 처벌이나 (관련된 내용에 집중돼있는 것 같다) 조국 법무부장관 되고, 윤석열 검찰총장이랑 티격태격하고 추미애 장관이나 박범계 장관도 마찬가지다."(50대 남성 G씨)
"아무것도 없는 서민으로서 상실감을 느꼈다... 평생 모아도 집을 살 수 없구나"
이탈 그룹에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부동산 투기를 했던 'LH사태'와 맞물려 부동산 문제에 상실감을 호소하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180석 가진 민주당을 포함한 이번 정권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내로남불인 것 같다. 총선 이전에는 다른 정당이 했던 부정부패, 비리를 굉장히 비판하던 당이었는데 막상 집권하고 나니 자기네들도 똑같고 LH사태 때문에 더 크게 실망했다"(30대 여성 H씨)
"늘 있었던 일이 이제 터졌네 라는 느낌이 강했다. 또 이 일(LH사태)를 수습하는 것도 여전히 꼬리 짜르기에 급급하구나를 느꼈다. 우리나라에 아직도 뿌리 깊게 안 좋은 게 많다는 것도 느꼈다."(20대 여성 I씨)
"아파트 가격이 일반 서민이 직장을 다녀서 월급을 모아 살 수 있는 수준의 가격을 뛰어 넘었다. 아무것도 없는 서민으로서 상실감을 많이 느꼈다. 평생 모아도 저걸 살 수 없구나"(30대 여성 J씨)
"결국은 이게(LH사태) 해결 될까, 얼마 지나면 결국에 하시는 분들은 관행처럼 할 거고 그렇다고 해서 처벌을 확실하게 받는 것도 아니다. 결국 계속 도돌이표니까. 이건 어떤 정권을 떠나서 계속 부익부빈익빈은 있을 수 밖에 문제가 아닐까"(30대 남성 K씨)
잔류 그룹에서도 부정적인 의견이 나왔다. 한 50대 여성 지지자는 "옛날에는 집을 사겠다는 마음이 있었는데 믿었던 LH마저 그렇게 되니까 이건 누구를 위한 국가이고 누구를 위한 정부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잘못에 대해 사과하지 않고 편 가르기로 적대적 갈등을 동원하는 태도도 패배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 밖에도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문, 코로나19 대응, 젠더 갈등 등이 패인으로 거론됐다.
지지를 유지한 그룹은 패배의 원인을 '수구 세력', '보수 언론' 등 외부에서 찾으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조 전 장관, 윤석열 전 검찰총장 문제 등에 대해 더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하지 못한 것을 패인으로 꼽는 등 지지를 철회한 그룹과는 극명하게 다른 의견을 드러냈다.
잔류그룹의 한 40대 여성 지지자는 이와 관련해 "너무 지칠 정도로 내버려 뒀는데 착하기만 한 대통령에 실망했다"고도 했다.
박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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