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야당에서 임명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 "야당에서 반대한다고 해서 검증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오늘까지 국회가 결정 시한인데 국회 논의까지 지켜보고 종합해서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야당은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박준영 해양수산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3명에 대한 지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취임 4주년 기념 특별연설 뒤 가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이례적으로 야당이 '부적격'을 지목한 세 후보자를 직접 언급하며 발탁 취지를 설명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도 후보자들 중 '일부 부적격 인사'가 있다는 말이 나오는 가운데, 문 대통령의 이날 언급이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노형욱 국토부장관 후보자를 언급하며 "지금 주택 공급 정책을 차질없이 진행해야 한다"며 "국토부 아닌 외부에서 그 정도 능력 가진 분이 누가 있을까, 그렇게 고심하면서 지금 후보자를 발탁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 박준영 해양수산부장관 후보자에 대해 문 대통령은 "앞으로 (해운 산업이) 한진해운 파산 이전의 위상을 되찾는 것이 새로운 해수부장관(의 역할로 보고) 발탁한 것이다. 그 기대를 가지고 그 점에서 최고 능력자라고 판단하고 장관 후보자 지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임혜숙 과기부장관 후보자에 대해 문 대통령은 "지금 반도체, 인공지능 등 여러 가지 혁신 경제들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이 일을 감당해야 할 전문 인력들이 태부족하다. 기업들은 사람을 구할 수 없다고 하고, 많은 노력을 했지만, 심지어는 외국에서 유능 인재 영입해야 한다는 말씀도 많이 한다"며 "그런 과학 기술 분야의 인재를 늘리는 가장 중요한 방법 중 하나가 여성들이 많이 진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여성들이 가장 진출이 적은 분야가 과학 기술 분야다. 성공한 여성들을 통해서 보는 롤모델이 필요하다. 그런 많은 생각을 갖고 여성 후보자를 지명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덕성 청문회 비공개로 하고 정책 청문회는 공개하는 '두 개 청문회' 함께 해야"
문 대통령은 "청와대의 검증이 완전할 수 없다. 그런 기능을 갖고 있지 못하다"면서도 "자기 분야에서 나름 신망받고 살아온 분들이 무안받기 십상인 청문회에 앉고자 하지 않는다"고 인사청문제도 개혁을 촉구했다. 그는 "검증질문이 배우자나 자식에까지 누를 끼친다며 포기하고, 포기하는 비율은 여성이 훨씬 높다"고도 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제 판단이 옳다는 게 아니라, 왜 이 사람을 발탁했는지 취지와 기대하는 능력, 그 다음 국정 운영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들, 흠결들, 이런 부분하고 함께 저울질해서 발탁 여부를 판단한다는 것"이라며 "(그런데) 인사청문회는 능력 부분은 그냥 제쳐두고 오로지 흠결만 놓고 따지는 그런 청문회가 됐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런 청문회 제도로서는 정말 좋은 인재를 발탁할 수 없다"며 "(후보자) 본인은 포부를 가지고 (비판을) 무릅쓰고 하겠다고 해도, 검증 질문 항목이 배우자나 자식들에게까지 (검증을) 하면, 가족들에게 누를 끼치는 게 어렵다고 포기하게 된다"고 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적어도 다음 정부는 누가 하든 더 유능한 사람을 발탁할 수 있는 그런 청문회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도덕성 검증도 중요한데 비공개 청문회로 하고, 공개된 청문회는 정책과 능력을 따지는 청문회가 돼 두 개를 함께 할 수 있는 그런 청문회로 개선돼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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