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한 미국, 따라가는 한국...향후 남북관계는 더 냉각?

[기고] 북미 첫 탐색전은 파열음만 냈다

조 바이든 행정부 등장 이후 미국과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를 놓고 벌인 첫 탐색전은 파열음을 낸 채 끝났다. 미국이 바이든 대통령 취임이후 1백 일 동안 검토한 대북 정책의 큰 틀을 '봉쇄와 압박 지속 – 외교적 해결'로 제시하자 북한은 '절대 수용불가' 입장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미 국방부와 군 수뇌부는 군사력으로 외교를 적극지원한다는 입장 아래 "언제든 북한과 싸울 태세가 갖춰져 있다(fight tonight)"고 밝혀 대 북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북한이 회담장에 나오지 않으면 경제적 봉쇄, 군사적 압박 등으로 대응하겠다는 뜻이다.

바이든 정부 새 대북 전략인 '압박과 봉쇄 속 외교적 타결'은 북한에 대한 종래의 경제적 봉쇄와 군사적 압박 조치를 지속하면서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태도다. 현 상태에서 북미가 협상테이블에 마주 앉자는 제안이었다. 따라서 북한이 미국의 대북 전략 발표에 대해 즉각 반발한 것은 북미협상 이전에 대북 제재의 해제 등에 대한 기대를 하고 있지 않았으며 향후 대미 긴장 관계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는 의미로 읽힌다. 특히 미중 간에 전 방위적인 긴장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과의 긴장관계를 통해 중국을 압박하는 선택을 할 것으로 판단했을 가능성도 있다. 앞서 바이든 정부는 한국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을 희망하는 메시지를 내놓을 때마다 이에 찬물을 끼얹는 태도를 반복했는데, 이를 두고 미국이 북한에 대한 압박과 봉쇄 정책을 지속할 것이란 의미로 북한이 판단했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아울러 미국은 한미동맹을 앞세우면서 한국 정부의 자율적 대북 정책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미국은 유엔사 등을 동원해 북한 선박에 대한 해상봉쇄를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 정부가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정상화 등 미국이 긴장할 입장을 내지 않고 침묵하는 와중에 미국은 북한을 상대로 더욱 강력한 봉쇄와 압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는 형국이다. 실제 바이든 정부와 미 외교가는 한국 정부가 미국의 대북 정책에 비협조적이라는 언론플레이를 계속하면서 자국 위주로 대북 정책의 기본 프레임을 만드는 작업을 해왔다.

이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바이든 정부의 대북 전략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따라서 향후 남북관계는 더 멀어질 전망이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3일 영국에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회담하면서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 결과가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방향"으로 결정된 것을 환영했다. 따라서 앞으로 한국 정부가 남북 관계 조정자, 중간자 역할을 하기는 어렵게 됐다.

북한은 한미군사훈련 등을 이유로 남측 정부를 비판해 오다가 최근 대북 전단이 날아가자 문재인 정부를 향해 거친 반응을 보였다. 남측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남북 간 교류재개를 희망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이로써 북한이 응할 가능성은 한층 낮아졌다. 북한은 코로나19로 중단됐던 중국과 교역 재개를 위해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결국 북한이 중국과는 우호 관계를 유지하면서 한·미와는 대립각을 세우는 모양새가 될 전망이다.

향후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정세가 미중패권경쟁으로 인해 긴장의 파고가 높아지는 가운데, 북미, 남북한 간 한반도 비핵화를 놓고 신경전과 줄다리기, 힘겨루기가 벌어질 전망이다. 미국 새 정부가 동북아 전략에서 중국 최우선, 북한은 그 다음이라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주요한 부분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의 경제력, 군사력 강화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밝혀왔고 대만에 대한 우호적 제스처를 통해 중국을 자극했다. 중국도 '하나의 중국' 원칙이 깨지면 대만을 무력 공격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미국과 정면 대치하는 태도를 굽히지 않았다. 미국과 중국이 대만을 무대로 힘겨루기를 할 경우 자칫 큰 파열음이 날 개연성이 적지 않고, 이는 한반도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큰 틀에서 바이든 정부는 인도, 호주, 일본을 포함한 4개국의 인도·태평양 지역 협의체인 쿼드를 강화하면서 중국을 군사적으로 압박하겠다는 의사를 노골적으로 표시했다. 미국은 한국에도 쿼드 동참을 압박하면서 군사적으로 한미일 결속을 강화하는 조치를 취했다. 미국은 미중간에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경우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해 한국의 동참이 불가피하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중 경제관계가 한미의 그것보다 두 배 가까이 큰 상황에서 한국의 경제 안보가 대단히 심각해질 수 있는 부분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의 대 중국 수출의존도는 25.9%로 대 미국 수출의존도(14.5%)의 두 배에 가깝다. 중국과 홍콩을 합친 수출의존도는 31.8%다. 편집자.)

미국은 대중국 압박 전략을 구사하는 동시에 한국 대통령이 남북교류 재개, 북미 대화 촉구 등을 언급할 때마다 "대북 정책은 미국이 주도한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날렸다. 이와 관련해 미국은 미일 정상회담을 마친 뒤 한미 정상회담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대북 전략을 서둘러 발표했다. 대북 정책의 큰 틀은 한국 측과 협의치 않겠다는 강한 의사표시로 읽힌다.

미국이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한국의 의사를 일방적으로 무시하는 이런 비합리적인 태도를 취할 수 있는 배경에는, 한국의 군사적 주권을 미국에 넘기는 원인이 된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있다. 미국은 주한미군방위비 분담금을 13.9% 인상하는 등 미국에 파격적으로 유리한 조건으로 합의한 뒤 한미 국방, 외교 수장을 서울로 보내 '2+2' 회담을 열면서 성주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즉 사드 기지에 대한 한국 측 지원이 미진함을 항의했다. 이는 기울어진 한미동맹 체제에서 미국에 보장된 군사적 권리(fight)를 부각하는 행동이었다.

바이든 정부가 한반도 당사자인 한국의 한반도 정책 추진을 외면한 채 미국이기주의만을 앞세워 동북아 전략을 추진할 경우 남북한의 평화교류 협력이나 평화통일 노력이 제대로 작동키는 어려워 보인다. 이런 상황은 한반도 긴장격화를 촉발해 미국의 합리적인 동북아 정책도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런 점을 미국 정부는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며, 한국 정부도 미국의 대북정책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이 비합리적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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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우

전 한겨레 부국장, 전 한성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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