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선언 3주년, 조속한 국회 비준을 기대한다

[박병일의 Flash Talk]

지난 4월 27일은 역사적인 '4.27 판문점 선언'(이하 '판문점 선언') 3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과거 1945년에는 구(舊)소련연방과 미국이 38선을 기준으로 북쪽은 소련군이 주둔하고, 남쪽은 미군이 주둔하기로 일방적으로 합의함으로써 한반도의 운명을 제멋대로 결정하였으며, 반면 1953년에는 남한의 의사가 배제된 채, 중국과 미국의 주도 하에 정전협정이 체결되었던 것과 달리, 이제는 남(南)과 북(北)이 화해 분위기 속에서 한반도 운명을 스스로 헤쳐나가는 주체가 되고자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따라서 판문점 선언은 한반도에 존재했던 묵은 숙제들을 당사자들이 직접 풀어보고자 했던 실타래의 첫 열림이었다. 이러한 판문점 선언이 갖는 주요 의의를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판문점 선언은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렸음을 남북한 국민과 전 세계에 엄숙히" 천명하였다. 또한 그동안 남북한 간에 존재하고 있었던 오랜 적대와 반목을 과감히 "종식시키고 민족적 화해와 평화번영의 새로운 시대를 획기적으로 열어나가며 남북 관계를 보다 적극적으로 개선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확고한 의지를" 담아냈다. 특히 남·북·미 사이의 3자 혹은 남·북·미·중 간 4자 회담을 추진하여, 이 순간까지도 휴전 상태인 한국 전쟁을 완전히 종식하고, 종전을 공식적으로 선언함으로써 평화체제를 구축하기로 합의했다는 중요성을 지녔다. 더불어 "그 어떤 형태의 무력도 서로 사용하지 않겠다는 불가침 합의를 재확인하고, 그 일환으로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며, 단계적으로 군축을 실현해 나가기로" 약속하였다. 이 밖에도 이산가족 상봉,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의 연결을 합의하고, 양 정상 간 정기적인 회담과 직통 전화를 통하여 민족의 중대사를 수시로 진지하게 논의함은 물론, 신뢰를 굳건히 함으로써 남북 관계의 지속적인 발전과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향한 좋은 흐름을 더욱 확대해 나가기 위하여 함께 노력하기로 하였다.

이후 판문점 선언에 근거하여 남북한은 공동연락사무소를 개성에 설치하였으며, 평창 동계올림픽에 남북한 선수단이 공동 입장하였고, 당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도 개회식에 함께하여 선언 실천에 대한 북한의 의지를 보여주고 성의를 다했다. 아울러 2018년 8월 20일부터 26일까지 약속했던 이산가족 상봉이 실제로 행해졌으며, 비무장지대 내 화살머리고지에서는 남북한 공동 유해 발굴이 이루어졌다. 한편 남한에서는 대북 전단 살포금지법이 입법되어 시행에 들어갔다.

이와 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남북 당국 사이의 통신 연락선, 남북 군부 사이의 동·서해 통신연락선, 남북통신시험연락선,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와 청와대 사이의 직통 통신 연락선 등이 북한에 의해 일방적으로 완전 차단·폐기된 2020년 6월 9일을 기점으로 판문점 선언이 사실상 폐기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일주일 뒤인 6월 16일, 북한이 개성공단에 위치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함으로써 선언의 존재 가치가 상실되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도발 배경에는 남한의 과도한 무성의가 도화선이 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가령 두 정상 간 합의 당시 "전단 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 행위들을 중지하고 그 수단을 철폐하며 앞으로 비무장지대를 실질적인 평화지대로 만들어나가기로" 약속하였음에도, 그 후 2020년 6월 13일 "멀지 않아 쓸모없는 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는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경고가 있기까지 2년여 동안 남한 정부와 국회는 전단 살포 금지에 대해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던 바 그 무능함은 지탄 받아 마땅하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판문점 선언 3주년을 맞아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다시 확인하고, "북한도 판문점 선언의 정신에 따라 조속히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오길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우리의 전향적인 모습도, 가시적인 성과도 보여주지 못한 상태에서 무조건적으로 대화에 나오라는 우리의 메시지는 북한의 입장에서는 의미 없게 들릴 것이다. 따라서 우선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부터 완결해야 공허한 메시지에 최소한의 진정성이 가미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이인영 통일부 장관도 국회 비준을 언급했다고 들었으나, 말이 아닌 실제 조속한 행동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수십 년 만에 열리기 시작한 실타래가 한반도 평화의 제도화를 위한 가능성으로 성장할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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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일

한국외대 경영학과에서 국제경영을 가르치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경제연구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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