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지수 틀린 민주당 '부동산 정책 후퇴'..."일관성도 버린 무책임 행태"

종부세·재산세 인하 법안 발의, 당정 LTV 규제 완화

더불어민주당이 부동산 보유세 인하와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규제 완화를 추진키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공시가격 인상 등을 통해 보유세를 올리고,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등 기존의 정책 기조에서 급선회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자산 양극화 극복 취지로 마련된 종부세를 완화할 경우, 시장에 부동산 정책의 후퇴 신호로 읽혀 부동산 투기 심리를 자극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른바 'LH 투기 의혹'으로 대표되는 부동산 정책 실패의 핵심은 '부동산 세 부담'이 아닌 부동산 투기를 막겠다던 문재인 정부의 '내로남불'이기 때문에, 세제완화에 초점이 맞춰진 이번 규제 완화 정책이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종부세·재산세 완화 소매 걷어부친 민주당

민주당은 당 차원의 부동산특별위원회를 설치해 부동산 규제 완화에 소매를 걷어부쳤다. 특위는 부동산 세제완화, 대출규제 완화 등을 주요 쟁점으로 논의해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야당도 무조건적 비판에서 벗어나 함께하는 협력 국회를 만들어주길 바란다"며 "국민 눈높이와 다양한 요구를 살펴 절실한 것부터 해나가겠다. 실수요자 중심의 부동산 대책도 논의할 수 있기를 바라마지 않는다"고 야당과 부동산 관련 법안 협상 의지를 보였다.

민주당 정무위 간사인 김병욱 의원은 이날 종부세와 재산세를 인하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김 의원이 발의한 종부세 개정안은 종부세 공제액 기준을 현행 공시지가 6억 원에서 7억 원으로 상향하고, 1가구 1주택의 경우 종부세 적용을 현행 공시지가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상향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또, 신규 종부세 대상자에 한해 10% 공제를 실시 일부 2주택자와 1주택자들에게 부가되는 종부세 세율을 2020년 이전 수준으로 조정하기로 했다. 또, 재산세 인하 특례 기준을 현행 6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대폭 상향했다. 1가구 1주택의 경우 종부세를 내지 않고, 다주택자의 경우도 과세 대상을 줄여 세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도 호응하고 있다.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경제 부총리도 전날 대정부질문에 참석해 종부세 완화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종부세 부과 기준) 9억 원이 11~12년 전에 마련된 것이라 기획재정부도 이에 대한 의견을 많이 받았다"며 "민의를 수렴할 부분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고, 잘못된 시그널이 가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그런 의견을 같이 짚어 보고 있다"고 했다.

이날 당정은 비공개 협의를 열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연 소득을 따져 금융권 전체에서 빌릴 수 있는 돈을 제한하는 비율) 완화 관련 논의를 본격화 했다.

당정은 LTV 10%포인트 예외 조건을 완화해 서민 우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을 늘리기로 했다. 현재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준은 집값이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선 시가 6억 원 이하여야 하고, 부부합산 연 소득이 8000만 원(생애 최초 구입자 9000만 원) 이하여야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당정은 이 기준을 완화시켜 대상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시민사회 "종부세 완화는 부동산 투기의 '불쏘시개'될 수 있어"

그러나 시민사회단체들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급선회'가 오히려 부동산 투기 열풍을 촉발할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 팀장은 "집값이 요동치고 있는데 종부세 완화가 오히려 부동산 투기 열풍의 불쏘시개가 되어 부동산 시장을 요동치게 만들 수 있다"며 "특히 종부세는 부동산 투기를 막고 집값을 잡겠다는 목표로 출발했다. 세제 효과가 드러나기 위해서는 중장기적으로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민주당의 부동산 정책 완화는 스스로의 정책에 대해서도 일관성을 가지지 못하고 시장에 미치는 효과를 고려하지 않은 무책임한 행태"라며 "종부세를 비롯한 세제 완화는 대선을 염두에 둔 매표 행위나 다름 없다"고 비판했다.

권 팀장은 "공시지가 구간을 상향하는 것도 최근 집값이 올라 불만이 나오기 때문인데, 공시지가와 실거래가는 아직도 가까워지지 않았다"며 "세제 정책의 큰 그림을 고려하지 않고 일관성없이 왔다 갔다 하면 '누더기'가 되기 대문에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당정의 대출규제 완화 방침에 대해서도 "시장의 유동성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유동성을 풀게되면 결국 이 유동성이 부동산으로 간다"며 "유동성이 넘쳐나면 투기 열풍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계했다.

참여연대도 전날 논평을 내고 "현재의 종합부동산세가 부담이 되는 계층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며 "고액의 부동산 보유자에게 추가적인 세금을 부과하는 종합부동산세를 약화시키겠다는 것은 불평등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시세 13억 원(공시가격 9.1억)에 해당되는 주택을 소유한 1주택자에게 올해 부과될 종합부동산세는 약 4만 원"이라며 "약 13억 원에 해당되는 주택을 소유한 사람에게 1년에 4만 원의 세금을 추가로 부과하는 것을 심각한 부담이라고 느낄 사람은 없다"고 했다.

이들은 "부동산 소유의 집중도가 높고 부동산 보유세의 실효세율이 OECD 국가들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보유세는 아직 제 기능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종합부동산세에 대한 부당한 완화 시도는 즉각 중단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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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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