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과 상생의 시대에 탐욕을 추구하는 일부 의사들

[박병일의 Flash Talk]

지난 4월 12일 MBC <뉴스데스크>는 '처방전 3백 장에 5억…약국에 돈 뜯는 의사들'이라는 자극적인 제하(題下)의 뉴스를 보도했다. 이 같은 상납 행위는 엄연한 불법임에도 과거부터 있었던 듯하다. 법에서는 당연히 금지하고 있지만, 골목길 불량배들이나 할법한, 소위 '삥 뜯는' 행동이 '법 위의 관행'이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자행되어오고 있다.

경기도에 새로 지은 주상복합 건물의 분양사무실을 찾아가 약국을 내고 싶다고 하자, 분양 담당자가 내과와 정형외과 등이 건물에 입주할 것이라며, 약국을 하려면 보증금과 임대료 외에 '병원 지원비'를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고 말한다. 병원에서는 처방전을 하루에 300개씩 제공하겠다며 애초 5억 원을 요구했으나, 그나마 사정해서 겨우 깎았다면서 그는 3억 원을 지급할 것을 요청했다.

의사들에게는 병원이 발급하는 처방전 때문에 약국의 운영이 가능하다는 인식이 박혀있고, 이 때문에 이러한 갈취 행위를 당연시 여긴다고 한다. 그런데 너나 할 것 없이 지원금을 주고받으니까 약사조차 이를 자연스러운 일처럼 받아들이고 있고, 그나마 경기도이기에 지원금 규모가 3억 원이지, 서울 시내에서는 5억 원을 호가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처방전을 대가로 이루어지는 상납이 전부가 아니라는 데 있다.

상대적인 소액으로 여러 차례에 걸쳐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사례도 있다. 약국에서 병의원의 임대료를 매달 대납하는 것이 그것인데, 전액보다는 일부 금액을 약사가 부담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필자가 알고 있는 지인의 가족이 소아과 의사인데 건물 아래에 입점하고 있는 약국으로부터 임대료의 일부를 받고 있다는 말을 들은 바 있다. 이 역시 뿌리 깊은 관행으로 자리 잡은 듯하다. 만약 의원 임대료가 300만 원이라면 약국에서 이중 절반가량인 150만 원을 매달 현금으로 받아 건물주에게 직접 납부함으로써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게 보통의 방식이다.

뿐만 아니라 이보다도 흔한 약국의 상납은 병의원 개업 시 인테리어비 명목으로 한 번에 돈을 제공하는 형태라고 한다. 진료과별로 대략적인 지원금 액수가 정해져 있지만, 의사의 스펙과 나이 등에 따라 그 금액도 달라진다. 가령 의원을 이전하고자 하는 의사가 종전 근무지에서 100건 이상의 처방전을 발행했던 경력이 있다면 약국이 지불해야 하는 병원 인테리어 비용이 올라가는 식이다. 의사들은 자신들의 커뮤니티에서 수취한 액수를 공유하며 지원금을 더 받으려고 하고 있어 약국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 2016년 보건복지부는 병의원이 약국으로부터 불법적인 병원지원금을 받은 행위가 드러날 경우 업무정지 1개월에 처해질 수 있고, 업무정지 3개월 처분을 받고도 다시 2년 이내에 이를 위반하면 최대 허가 취소 또는 폐쇄 조치할 수 있다고 유권해석을 한 바 있다. 하지만 현실을 보면 보건복지부의 말은 이미 무용지물이 된 것으로 보이며, 오히려 마치 보건복지부를 비웃듯이 불법지원금이 더 활개를 치고 있다.

이에 MBC <뉴스데스크>는 불법지원금이 근절되지 않는다면 "약품 하나만 처방해도 되는 걸 두 개나 한다든가, 불필요한 약들이 처방될 수도 있고, 이 피해는 결국 고스란히 소비자한테 전가된다"고 지적하며, "만약 돈을 준 약사가 의사를 신고할 경우 약사의 처벌을 줄여달라"는 대한약사회의 부탁을 마지막으로 전달하면서 보도를 마무리했다.

MBC 취재 후 보건복지부는 조속한 병원지원비 실태 파악과 신속한 제도 개선을 약속했다고 한다. 한편 이 보도를 접하면서 공정이 사회적 화두인 요즘 우리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탐욕적인 모습이라는 점에서 어쩔 수 없이 씁쓸함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뉴스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의사들은 인간의 탐욕이 아니라 상생의 가치를 실천하고 있으리라 믿고 싶은 건 필자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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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일

한국외대 경영학과에서 국제경영을 가르치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경제연구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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