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세계에 갇힌 '문파'...참패하고도 민심 못 읽으면 또 진다

[최창렬 칼럼] 민주당과 집권세력은 바뀔 수 있을까

민주주의에 대한 다소 진부한 의미로는 최소정의적 접근이라 불리는 '주기적이고 예측불가능한 선거'의 존재가 전제되는 절차적 민주주의가 꼽히고, 민주주의에 대한 고전적인 정의로는 '인민에 의한 통치'가 있다. 그러나 보다 실질적인 것은 '피치자의 동의에 의한 통치'일 것이다. 어떻게 정의를 내리든 선거가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시스템이 민주주의다.

지난 4·7 재보궐선거는 네거티브 선거, 정책·공약이 없는 최악의 선거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집단지성의 발현이라는 선거와 민심의 엄중함을 다시 느끼게 했다. 또한 시민들의 집권 세력에 대한 심판이라는 점에서 피치자가 현 정권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낸 선거다.

지난 재보궐선거에서의 승패는 여타의 선거와 마찬가지로 승자의 우월적 요인보다 패자의 패인이 압도적으로 두드러진 선거였다.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패배에 대해 정치수사적인 반성이 나오지만 이른바 '대깨문(강성 민주당 친문 지지층)'은 여전히 그들 세계에 갇힌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불공정에 대한 분노가 패배의 원인'이라면서 '검찰은 불공정의 대명사이므로 검찰개혁이 미진했기에 패배했다, 그러므로 검찰개혁과 함께 언론개혁을 밀고 나가야 한다'는 독특한 논법을 전개한다.

초선 의원들의 반성에 대해 문자 뭇매도 쏟아진다. 사물과 현상을 보는 시각의 다양성이 발전의 동력이라는 철학적 원론에 동의하더라도 눈앞에 전개된 사실을 관통하는 보편성을 보려 하지 않는다면 토론의 영역에서 합의를 모색하기 어렵다.

집권 세력은 내부의 강성 친문을 2선으로 후퇴시키는 행동으로부터 국정운영 기조의 변신을 도모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과거 친박은 탄핵으로 사라졌고, 친이는 친박에 의해 구축(驅逐)됐다. 친노는 폐족이 됐다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불행한 죽음 이후 부활했고, 박근혜 탄핵에 의해 친문으로 변신하면서 정권을 잡았다. 박 정권의 불의를 수사하면서 국민의 지지를 받았으나 무리한 검찰개혁과 국회 상임위원장 독식, 입법 과정에서의 무리수, 인사청문회를 무력화 시키는 과도한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 등이 표준분포 상 중간에 위치한 유권자의 분노 투표의 원인이다. 부동산 민심과 LH 투기 사건이 선거 패배의 주요 원인이 아니다.

민주당내의 국회의원 중 일부는 '조국 사태에도 불구하고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압승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한다. 당시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은 대선 때의 자유한국당이 보여줬던 '문재인 좌파 독재론'과 '색깔론' 등 냉전적 시대착오에 깊숙이 빠져있었고, 탄핵 원죄론과 구시대의 반민주정권의 책임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원천적 한계를 안고 있는 정당이었다.

게다가 코로나19 라는 국가적 위기 앞에서 집권 세력에 힘을 몰아주자는 심리가 작동한 선거가 21대 총선이다. 즉 민주당의 압승이 아니라 미래통합당의 궤멸적 참패였다. 징벌적 투표에 의한 민주당의 어부지리임은 새삼 설명을 요하지 않는다. 물론 이번 선거의 승부는 정반대의 경우다. 국민의힘이 대안 정당으로서 국민에 의해 선택받은 것이 아니고, 민주당에 대한 심판에 의해 반사이익으로 승리를 견인한 것에 불과하다.

민주당은 선거 직후 꾸린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에 친문 의원 모임인 '민주주의 4.0'의 대표를 지냈던 도종환 의원을 임명했다. 그가 문제가 있다는 것이 아니다. 친문의 핵심을 비대위원장으로 임명했다는 것은 비록 비대위가 지도부 구성 때까지의 한시적 기구일지라도 민심에 대한 반응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을 반증한다.

민주주의를 지키는 핵심 가치는 국민에 대한 책임성과 대표성이다. 이는 민심의 소재에 지속적이고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러 기제가 있지만 이를 가장 명시적·제도적으로 확인하는 수단과 과정이 선거다. 그럼에도 민주당 주류는 아직도 선거의 본질적 메시지와 패인을 애써 외면한다. 개혁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그러니 처방이 제대로 나올 리가 없다.

역대 서울 선거에서 나타난 승패는 다음 대선에 그대로 적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역대급으로 패배한 선거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정당이라고 볼 수 없다. 불과 한 달 여전에 국민의힘에 했던 비판은 그대로 민주당에 적용된다. 자칫 이 구조와 인식이 고착된다면, 민주당은 '선거에서 이기는 법'을 잊었던 과거의 열린우리당 이후의 민주당 계열의 정당과 박근혜 탄핵 이후의 국민의힘 계열의 정당이 되지 말란 법이 없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최창렬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다양한 방송 활동과 신문 칼럼을 통해 한국 정치를 날카롭게 비판해왔습니다. 한국 정치의 이론과 현실을 두루 섭렵한 검증된 시사평론가입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