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EA가 오염수 검증? 고양이에게 생선가게 맡기는 격

[정욱식 칼럼] 미일동맹의 위선을 개탄한다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 나온 오염수를 방류하기로 결정하면서 일본 시민사회와 국제사회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그런데 유독 미국 정부가 일본을 감싸고 있다.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국제 안전 기준에 따른 것"이라고 했고 심지어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투명하게 하려는 일본에 감사한다"고 트위터에 적었다.

하지만 오염수 방류가 국제 안전 기준에 부합하는지,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왔는지에 대해서는 일본 내부에서조차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특히 태평양 건너에 있어 상대적으로 피해가 작을 수밖에 없는 미국이 일본 주변에 있는 한국·중국·대만의 우려를 무시하는 입장을 내놓은 것은 극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주목할 점은 미국과 일본이 믿는 구석이 있어 보인다는 데에 있다. 바로 국제원자력기구(IAEA)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와 스가 요시히데 정부는 이구동성으로 IAEA와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데, IAEA는 이미 지난해 12월에 오염수 방류가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며 지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IAEA가 추후 검증 과정에서 엄격한 안전 기준을 제시할지도 의문이다. 일단 IAEA의 안전기준 자체가 모호하다. 방사성 폐기물을 바다에 방류하려면 농도를 충분히 낮추라는 것인데, 이는 해당국이 안전 기준을 알아서 정하라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보다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2021년 IAEA의 전체 예산 가운데 미국의 기여분은 25.3%로 압도적인 1위이고 일본은 8.2%로 3위이다. 이에 따라 IAEA가 이미 오염수 방류 결정이 국제 안전 기준에 부합한다는 입장을 밝힌 미국과 일본 정부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IAEA의 존재 이유는 기구의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원자력 발전을 국제적으로 권장하는 데에 있다. 그런데 이 기구에게 오염수 방출의 위험성을 평가받겠다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 가게를 맡기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IAEA는 원전의 안전성은 부풀리고 위험성은 낮추는 것으로 악명이 높기 때문이다.

인류 최대 참사 가운데 하나로 거론되어온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대표적이다. IAEA는 2005년에 이 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를 약 4000명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사고 수습을 위해 투입된 약 80만 명 가운데 목숨을 잃은 사람만도 12만 명에 달한다. 방사능이 유럽 전역에 퍼져 전체 사망자가 100만 명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IAEA의 통계와 무려 250배의 차이가 난다.

왜 그럴까? 방사능 물질은 시간이 지날수록 인체에 축적되어 암을 비롯한 각종 질병을 유발한다. 체르노빌 사고 이전에 암환자가 10만 명 당 82명이었던 벨라루스에서 사고 이후 암환자가 급격히 늘어나 2002년에는 10만 명 당 6000명이 된 것에서도 이를 잘 알 수 있다. 그런데 IAEA는 이를 무시했다.

후쿠시마 오염수의 위험성도 바로 이 지점에 있다. 당장은 방사능 오염도를 낮춘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해산물과 그 해산물을 섭취하는 사람의 몸에 방사성 물질이 축적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인체에 축적된 방사성 물질은 자녀에게도 이어질 수 있다. 2016년 기준으로 우크라이나인 약 240만 명이 체르노빌 사고 관련 치료를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약 45만 명이 사고 이후 출생자라는 점에서도 이를 알 수 있다.

스가 정부가 결정하고 바이든 행정부가 지지한 오염수 방출 결정이 철회되지 않으면, 가장 큰 잠재적 피해자들은 일본 주민 및 최인접국인 한반도 주민들이 되고 만다. 이들의 건강에 대한 위협은 미일동맹이 아무리 강화되어도 억제할 수 없다. 이게 과연 미일동맹이 그토록 강조해온 민주주의와 인권의 정신에 부합하는가? 곧 만나게 되는 미일 정상들에게 묻고 싶은 말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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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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