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중·박완주, '조국 사태' 진단부터 대립

'친문 vs 비주류',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 가열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선거에 후보로 나선 윤호중 의원과 박완주 의원이 '조국 사태'와 검찰 개혁을 두고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4.7 재보궐선거 패배 이후 공백 상태가 된 당 지도부를 구성하는 첫 번째 관문이 '친문 대 비주류' 대결로 굳어지는 양상이다.

선거 패배의 원인 찾기부터 당심과 민심의 괴리를 극복할 방안 등을 놓고 친문 당권파를 대표하는 윤 의원과 비주류 계열인 박 의원의 진단과 해법에는 온도 차이가 컸다. 두 후보는 13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열린 첫 후보자 토론회에서 각자의 소견을 드러냈다.

'조국 사태' 입장차윤호중 "검찰총장의 인사권 개입" vs 박완주 "공정 문제에 큰 영향 줬다"

'조국 사태가 4.7 재보궐 선거 패배의 한 요인이 됐다'는 지적에 윤호중 의원은 "지난해 총선을 통해 충분히 국민에 평가와 심판을 받았다"며 선거 패배의 결정적 원인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윤 의원은 "조 전 장관의 모든 가족사와 일상사가 모두 정의롭고 공정했다고 보이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조 전 장관 문제는 대통령의 인사권에 국가의 범죄 수사 업무를 총괄해서 책임지는 검찰총장이 개입한 부적절한 사건이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으로 발탁하자,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이에 반발해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한 무리한 수사를 벌였다는 시각이다. 윤 의원은 "모든 사법 제도는 국민 앞에 보다 평등하게 적용되게할 필요가 있으며 균형과 형평이 무너지며 사법제도의 심각한 문제를 드러낸 사건"이라고 거듭 윤 전 총장을 겨냥했다.

이어 윤 의원은 "저희 당이 조 전 장관을 지키는데 노력했던 바 있고 그 과정에서 국민들, 특히 2030 청년층의 비난을 사며 당이 대단히 어려운 과정을 겪기도 한 원인이 됐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면서도 "그러나 이미 1년 반 전에 진행된 사건"이라고 말했다. '조국 사태'는 지난해 총선 이전에 발생했으며, 이에 대한 평가는 총선 압승으로 이미 평가를 받았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 당이 가지고 있는 공정에 대한 감각을 의심하는 것에 대해 우리 당은 절대 국민 여러분의 도덕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당이 아니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다"고 했다.

반면 박완주 의원은 이어 "조국 사태를 논하는 것이 마치 금기를 넘는 것처럼 하는 당 문화는 옳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조국 사태가) 문재인 정부가 기치로 세운 공정 문제에 대해 국민과 당원에 큰 영향을 준 것이 사실"이라며 현재에도 진행 중인 이슈로 봤다.

박 의원은 "특정한 사건 하나로 선거에서 심판받은 건 아닐 것"이라면서도 "'엄마 찬스', '아빠 찬스' 등 가장 예민한 학력 부분에 대해 공정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 건 우리 정부를 (국민이) 의심하게 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년 반 전의 일이지만 이 부분을 당내에서 평가 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두고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며 "사실관계 평가와 혁신에 있어 성역은 없다"고 말했다.

조국 사태를 언급한 초선 의원들에게 원색적 비난을 보내고 있는 권리당원을 비롯한 강성 지지층의 태도에 대해서도 입장을 달리 했다. 윤 의원은 "의원들을 당원으로서 좀 더 존중해달라"면서도 '강성 지지자'가 아닌 '열혈 지지자'라고 표현하며 "당내 민주주의의 하나"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당이 합법적으로 당원들의 압도적인 의견을 받아 당헌·당규를 개정해서 (4.7 재보궐선거에) 후보를 냈지만 민심은 꼭 그렇지 않았다"며 당심과 민심의 간극을 강조하며 "건전한 토론을 저해하는 강성 당원의 과도한 압박에 대해 이제 당내에서도 토론되어야 한다"고 비판적 의견을 밝혔다.

검찰 개혁에서도 입장차를 보였다. 윤 의원은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속적인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한 반면, 박 의원은 "속도 조절을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조 전 장관과 한명숙 전 총리의 위증교사 사건을 언급하며 "(검찰은) 검찰에 대한 수사는 제대로 안하고 오히려 정치적으로 검찰 성과에 집중해서 수사해왔다. 그 관행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서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윤 의원이 '검찰개혁 시즌2'를 주도적으로 이끌어온 인사다.

반면 박 의원은 "중대수사범죄청 논의를 진행할 때 많은 국민들이 '왜 또 저러지' 이럴때는 속도조절을 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의 완전한 박탈)'을 목표로 한 민주당의 행보가 민심 이반을 부른 중요 원인이라는 진단이다.

▲제21대 국회 제2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자 합동토론회가 13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박완주(오른쪽), 윤호중 후보자가 참석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윤호중 "원구성 재협상 없다" vs 박완주 "상임위원장 재분배 하겠다"

원내 정책 기조에서도 두 후보는 다른 비전을 제시했다. 윤 의원은 "개혁 입법"을 강조한 반면, 박 의원은 "성찰"에 방점을 찍었다.

윤 의원은 "지난 1년 간 의정 활동 반성을 토대로 혁신과 개혁의 과제를 설정하는 게 5월 2일까지 해야 할 일이고, 새로운 지도부가 들어서면 고민의 여지없이 당을 혁신해 나갈 수 있는 과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윤 의원은 "원내대표로서의 역할은 국민의 공감 속에서 국회 개혁입법을 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개혁입법 추진 뿐만 아니라 다음 정부를 어떤 정부를 만들 것인가 뜻을 모아야 한다"고 말해 출마 선언에서 주안점을 뒀던 '4기 민주정부 정권재창출'을 강조했다.

대선 국면에 방점을 둔 윤 의원과 달리, 박 의원은 "당내에 많은 논의가 있지만 민심을 읽지 못했다는 것은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며 "국회 운용에 있어서 독주, 당내 소통 부재, 정책 과제에서 세심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반성하는 시기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의원총회를 정례화 하고 입법 방향은 정책 의총에서 결정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원하는 법은 단독 처리, 국민이 원하는 법은 합의 처리'라는 말이 돈다"며 "당이 민심을 전달하는 역할로 당정청의 관계를 재정립해야한다"고 말했다.

대야 관계 설정에서도 입장 차이가 컸다. 법사위원장을 비롯한 국회 상임위원장 전체를 민주당이 독식한 21대 국회 원구성 협상을 다시 해야 한다는 논란과 맞물려 있다.

윤 의원은 "1기 원내대표의 원구성 협상은 유효하다"며 재협상은 없다고 못박았다. 그는 "협상을 통해 (자신의 뒤를 이을) 차기 법사위원장을 선출하면 된다"며 "지금 원구성 관련 협상을 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유능한 개혁 정당이 되기 위해서는 당장 일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박 의원은 "무너진 정치의 복원을 위해 (야당에) 상임위원장 배분에 나서겠다"며 "국회는 국민의 목소리를 전달해야 하는 만큼 (원구성을) 복원하는 정책은 필요하다"고 재협상 의지를 보였다. 이어 "지난 1년간 국회 전체를 (여당이) 독점하며, (법안 처리를) 힘으로 밀어붙이면서 성과를 못 냈다다는 평가를 이번 선거를 통해 받았다"며 "상임위 재분배 논의에 공격적으로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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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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